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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갈등을 넘어 ‘협력’이 이뤄지는 메커니즘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1/04/16 13:18
    • 조회 556
    갈등을 넘어 ‘협력’이 이뤄지는 메커니즘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가치관·인식, 생활양식 차이는 물론
    미비한 행정서비스 탓 갈등 겪기도
    일상화 된 ‘소통’이 협력·상생 가능케 해


    어느 순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일상화된 듯하다. 세대 간, 남녀 간, 계층 간, 지역 간 갈등 등 그 대상과 유형도 다양하다. 농촌사회도 농촌지역개발사업이 본격화된 2000년대 들어 추진과정에서‘갈등’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갈등관리’는 필수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갈등의 사전적 의미는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따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이르는 말”이다. 농촌사회에서 주민들은 왜 갈등하는가? 어떻게 하면 갈등을 넘어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가?  

    ○○군에서 마을리더와 주민, 선주민과 후주민, 청년과 청소년 등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와 현장 토론을 통해 주민 간 갈등의 원인을 진단한 결과가 흥미롭다. 갈등의 주요 원인이 개인 또는 집단 사이 가치관과 인식의 차이, 생활양식의 차이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행정에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마을공동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주민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은 공동체사업 운영 시 민주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운영방식이었다. 주민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사업 추진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소수 리더 중심으로 추진되고 그 과정이 민주적이거나 투명하지 않다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마을이장 또는 리더들에게 전달한 행정 정보가 일반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행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직접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행정 정보 전달체계의 문제를 갈등의 원인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의견에 많은 지역리더들은 행정의 주어진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기간은 정해져 있고, 행정은 정해진 기간 내에 사업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리더들을 독려하기 때문이다. 

    선주민과 후주민 간 갈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쓰레기’ 문제였다. 대부분 농촌지역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 후주민인 귀농귀촌인들은 선주민 대부분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방치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귀농 후 마을이장 일을 맡아보고 있는 한 후주민은 “이장이 된 후 사비로 쓰레기봉투를 구입하여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쓰레기를 모아두면 마을청년들이 처리해 주겠다”고 설득했지만, 주민들이 따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후주민은 “도시처럼 쓰레기분리수거장 설치와 정기적인 수거시스템이 농촌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행정서비스 미비로 주민 간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주민과 후주민 간 또 다른 갈등 원인은 바로 ‘토지’ 문제이다. 80년 동안 같은 마을에 살아온 노인은 얼마 전 이주한 귀촌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이 구입한 토지를 측량하여 경계에 말뚝을 박았다는 것이다. 노인이 후주민에게 “땅이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당신 땅인 걸 모든 주민들이 아니 말뚝을 막을 필요가 없다”고 하자, 후주민은 “내 토지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구분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냐”며 응수했고 결국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후주민 가운데 일부는 현재 마을에서 선주민과 후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어 화해하기 어려운 지경에 도달했지만, 행정은 개인 간의 일이라고 뒷짐만 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농촌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성별·세대별 갈등이다. 특히, 최근 여성과 청년들의 귀농귀촌이 증가하면서 농촌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50~70대 남성리더들과 갈등이 빈번하다. 한 여성귀촌인은 마을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제시했다가 “여자들은 회의에 참석시키지 말라”는 막말을 들었다며 어이없어 했다. 또 다른 청년귀농인은 가급적 마을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어차피 답은 어른들이 결정하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것이 생활하는데 편하다고 했다.

    농촌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을 넘어 ‘협력과 상생’의 길을 찾은 공동체에는 어떠한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소통’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대변화에 맞게 공동체 규약을 바꾸고 있었다. 한 마을에서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공동체 규약을 시대변화에 맞게 재정비하고, 공동체 활동에 특별한 이유 없이 참여하지 않는 주민은 향후 공동체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혜택을 공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또 다른 마을은 선주민과 후주민 간 연령과 역량을 고려하여 공동체사업에서 역할을 분담하여 상생 협력하기로 하였다.       

    이들 공동체는 주민이면 누구나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 있도록 안내문, 현수막, 방송, 회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공동체 활동에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지만, 공동체 활동에 비협조적이거나 무임승차하려는 주민에게는 규약을 통해 제재함으로써 공동체 질서를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주민 모두가 학습하고 토론할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한다. 매우 단순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이러저러한 현실적 이유들로 놓치고 있었던 일들이 공동체가 갈등을 넘어 ‘협력과 상생’으로 가는 메커니즘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