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 동물복지 친환경축산과 백신 접종 병행하는 방향으로 |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1/02/21 09:41
- 조회 576
AI 방역, 동물복지 친환경축산과 백신 접종 병행하는 방향으로
|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지역재단 이사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 화성의 산안마을 농장은 인근 양계농장(1.8km)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지자체로부터 예방적 살처분 행정명령을 받자 이의 집행을 중지해 달라며 50여일 넘게 거부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2월 16일 기준). 산안마을은 수십 년 동안 동물복지 친환경 방식으로 닭을 사육해 오고 있으며, 그동안 진행된 모든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미 AI 발생농장의 살처분 완료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한 상황으로 AI 긴급행동지침(SOP)상 예찰지역 전환과 이동제한 해제가 가능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무조건적인 살처분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100만개 이상의 유정란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으며, 입식이 늦어지고 있는 인근 양계농장과의 갈등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산안마을은 국내 동물복지 친환경 산란계 농장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곳이다. 1984년부터 자연(自然)과 인위(人爲)의 조화를 바탕으로 닭도 하나의 생명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양계를 지향하고 있다. 닭들이 모래 목욕과 파헤치기 등을 통해 스스로 청결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병아리 때부터 현미와 신선한 풀을 먹이는 등 질병과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닭으로 키우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9년엔 경기도와 화성시 지원을 받아 ‘동물복지형 방역 선진화 농장’ 사업에 선정돼 치밀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안마을의 사례는 현재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와 축산업계는 농장의 지리적 조건, 사육방식이나 환경, 자체 방역시스템 정도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AI 발생농장 3km 반경 내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리고 지난 15일 농식품부는 살처분 반경을 1km 이내로 임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무분별한 살처분은 한국이 유독 심하다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살처분이 아닌 백신 접종을 주요 정책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일본은 발생 농가만 24시간 이내에 살처분하고, 반경 3km 이내 농장은 이동 제한 명령을, 미국 역시 발생 농가만 24시간 이내 살처분하고 3.2km 이내는 모니터링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AI 방역의 핵심은 예방이며, 방역은 과도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고병원성 AI가 400건 넘게 발생했던 2016년, 2017년과 달리 올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3km 이내 예방적 살처분과 이동제한 등 강력한 선제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백신 사용에 대해선 ‘고병원성 AI에는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살처분으로 인해 현재까지 1억마리 넘는 닭들이 매몰됐으며,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상황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AI 대처 방법으로 무조건적인 살처분은 구시대적이고 행정 편의적 방역 대책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험했듯이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보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출현은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방역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AI는 전염병 예방의 기본인 면역력을 높이고, 사육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공장식 가금류 사육시스템은 AI 발생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좁은 케이지에 가두거나 일정 공간 내에 몰아넣어 대규모로 사육하는 상황에서는 개체 밀도가 워낙 높기에 이 중 일부라도 전염성 질병을 앓는 경우, 질병은 순식간에 전 개체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된 알은 인공부화기에서 부화한 뒤, 소독약이 뿌려진 양계장에서 배합 사료를 먹고 자라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면역력을 갖출 기회조차 없다. 즉, 현대식 축산 시스템 상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들은 근본적으로 전염병의 대유행을 담보하는 형태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이런 공장식 축산 시스템 하에서 사육되던 수많은 가금류들이 AI가 한번 유행할 때마다 수십만 마리씩 떼죽음을 당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라도 살처분 중심의 방역 대책을 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과 백신 접종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럽과 호주, 미국 등에서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사육환경을 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 기준으로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농가에 과감한 보상 정책을 실시해 정의롭게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예방 차원에서 백신을 병행하여 AI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3353
|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지역재단 이사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 화성의 산안마을 농장은 인근 양계농장(1.8km)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지자체로부터 예방적 살처분 행정명령을 받자 이의 집행을 중지해 달라며 50여일 넘게 거부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2월 16일 기준). 산안마을은 수십 년 동안 동물복지 친환경 방식으로 닭을 사육해 오고 있으며, 그동안 진행된 모든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미 AI 발생농장의 살처분 완료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한 상황으로 AI 긴급행동지침(SOP)상 예찰지역 전환과 이동제한 해제가 가능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무조건적인 살처분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100만개 이상의 유정란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으며, 입식이 늦어지고 있는 인근 양계농장과의 갈등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산안마을은 국내 동물복지 친환경 산란계 농장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곳이다. 1984년부터 자연(自然)과 인위(人爲)의 조화를 바탕으로 닭도 하나의 생명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양계를 지향하고 있다. 닭들이 모래 목욕과 파헤치기 등을 통해 스스로 청결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병아리 때부터 현미와 신선한 풀을 먹이는 등 질병과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닭으로 키우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9년엔 경기도와 화성시 지원을 받아 ‘동물복지형 방역 선진화 농장’ 사업에 선정돼 치밀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안마을의 사례는 현재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와 축산업계는 농장의 지리적 조건, 사육방식이나 환경, 자체 방역시스템 정도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AI 발생농장 3km 반경 내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리고 지난 15일 농식품부는 살처분 반경을 1km 이내로 임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무분별한 살처분은 한국이 유독 심하다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살처분이 아닌 백신 접종을 주요 정책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일본은 발생 농가만 24시간 이내에 살처분하고, 반경 3km 이내 농장은 이동 제한 명령을, 미국 역시 발생 농가만 24시간 이내 살처분하고 3.2km 이내는 모니터링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AI 방역의 핵심은 예방이며, 방역은 과도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고병원성 AI가 400건 넘게 발생했던 2016년, 2017년과 달리 올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3km 이내 예방적 살처분과 이동제한 등 강력한 선제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백신 사용에 대해선 ‘고병원성 AI에는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살처분으로 인해 현재까지 1억마리 넘는 닭들이 매몰됐으며,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상황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AI 대처 방법으로 무조건적인 살처분은 구시대적이고 행정 편의적 방역 대책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험했듯이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보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출현은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방역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AI는 전염병 예방의 기본인 면역력을 높이고, 사육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공장식 가금류 사육시스템은 AI 발생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좁은 케이지에 가두거나 일정 공간 내에 몰아넣어 대규모로 사육하는 상황에서는 개체 밀도가 워낙 높기에 이 중 일부라도 전염성 질병을 앓는 경우, 질병은 순식간에 전 개체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된 알은 인공부화기에서 부화한 뒤, 소독약이 뿌려진 양계장에서 배합 사료를 먹고 자라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면역력을 갖출 기회조차 없다. 즉, 현대식 축산 시스템 상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들은 근본적으로 전염병의 대유행을 담보하는 형태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이런 공장식 축산 시스템 하에서 사육되던 수많은 가금류들이 AI가 한번 유행할 때마다 수십만 마리씩 떼죽음을 당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라도 살처분 중심의 방역 대책을 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과 백신 접종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럽과 호주, 미국 등에서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사육환경을 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 기준으로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농가에 과감한 보상 정책을 실시해 정의롭게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예방 차원에서 백신을 병행하여 AI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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