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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주민들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0/12/15 13:24
    • 조회 614
    주민들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마을환경매니저·자치요양마을 도입 등
    주민들 스스로 차근차근 일궈낸 성과 
    지역 속도 맞게 실행 돕는 일이 과제

     

    얼마 전 '충청남도 주민참여 혁신모델 우수사례' 발표대회가 있었다. 이 행사는 마을과 읍면동 다양한 범위의 공동체에서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혁신사례를 찾아 격려하는데 목적이 있다.

    서천군 마산면은 최근 몇 년간 출생아 0명, ‘마산초등학교’가 유일한 학교이고, 면소재지 ‘중국집’이 유일한 식당으로 서천군에서도 가장 오지마을이다. 2017년 초등학교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아 지역의 아이들이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마을교육공동체’모임을 구성하였다. 2018년에는 아이들의 문제를 넘어 노인복지, 환경, 농업, 청년문제까지 포괄하는 주민활동을 조직화하기 위해 ‘충남형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였다. 마산면 주민자치회는 '마산다움! 마산스러움 추구'를 비전으로 설정, 주민자치위원과 10여명의 지역 활동가들을 발굴하여, 지역의 과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마을교육분과가 주체가 되어 물버들마을학교협동조합을 설립, 마산초등학교와 협약을 체결하여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방과후수업, 어르신들에게는 문해교실, 지역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취미교실 등을 지원하고 있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통해 건립한 커뮤니티센터를 주민자치회가 운영하면서 다양한 주민활동을 일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촌지역의 주요 현안인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자치회가 나섰다. 원탁회의를 통해 지역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들의 지혜를 모았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위한 교육과 홍보, 마을수거장소인 '깔끄미방'을 보급하기로 하였다.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주민들을 지원할 ‘마을환경매니저’를 발굴하여 교육도 실시하였다.

    예산군 시산2리는 초고령사회인 농촌의 당면과제를 주민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사례이다. 75세대 165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 시산2리에 지난해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혼자 사시던 35년생 할아버지가 골절사고로 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요양원 생활이 답답했던 할아버지는 택시를 불러 다시 마을로 돌아왔고, 이 소식을 들은 자녀들이 할아버지를 다시 병원으로 모시려고 실랑이를 벌이다 자녀들과 함께 울음바다가 되는 모습을 주민들이 지켜보게 된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나와 우리 가족이 직면할 현실이라는 것에 주민 모두 가슴아파했다.

    시산2리 주민들은 우리가 나서서 ‘내 고향에서 건강하게 살다 죽자’는 목표를 세우고, 주민의 90%가 참여하는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하였다. 영농조합법인이 주체가 되어 자치요양마을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운영관리에 필요한 예산 가운데 시설비는 2020년 충남도민참여예산에 공모하여 확보하였고, 일상적인 운영비는 한전 송전탑 지원금으로 매년 지원되는 700~800만원을 영농조합법인에서 관리하며 활용하기로 주민들이 합의하였다.

    ‘자치요양마을’을 준비하면서 마을주민들은 그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마을 막내인 60대 자신들이 정작 노인이 되어 돌봄이 필요할 때, 마을에 젊은이들이 없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귀향운동을 추진하여 마을에 귀농귀촌인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들 사례 외에도 키즈카페, 청소년 쉼터 하나 없는 면단위 농촌지역에서 주민 스스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아이와 청소년들에게 돌파구가 되어 주고 싶은 곳, 화력발전소 주변지역에 지원되는 발전기금을 몇 년 간 주민들이 모이고 토론하여 20억원이 넘는 기금을 면 노인복지센터로 건립한 지역도 있다. 이들 사례 모두는 행정이나 용역사 등 외부에서 지원한 사업계획서에 의해 추진된 활동이 아니다.

    농촌 공동체가 안고 있는 복잡다기한 과제를 행정주도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지역적 특성이나 조건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알아볼 수도 없는 마을계획은 주민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든다. 주민 수요와 동떨어진 사업계획의 효과 저하와 행정의 유지관리 부담 가중 등 ‘주민참여 없는 사업계획의 결과’를 우리는 이미 경험할 만큼 경험했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여건에 비추어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해 가면서 일궈낸 성과들이다. 이미 주민들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그 계획들을 주민들이 지역의 속도에 맞춰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 향후 과제이다. 그리고 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을 지역에 남기는 일이 남아 있다.

    이제 공동체의 운명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주민들에게 ‘자기 결정권’을 돌려줘야 한다. 주민 주도의 마을계획을 통해 계획의 주체로서 주민들은 마을의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자원과 자원을 동원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주민역량강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주민 간 이해 충돌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공동체 내부 공론화와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공동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공동체는 더욱 공고해지기 마련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