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vs 기후위기, 우리 농정은 어디로?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0/12/06 11:54
- 조회 633
식량위기 vs 기후위기, 우리 농정은 어디로?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코로나19와 기후변화의 영향을 해석하는 데 있어 농업분야에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적인 농산물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식량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을 강조하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 21%에 머물고 있는 국내 곡물자급률을 상향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주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농업분야에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 및 제초제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EU와 미국이 각각 ‘그린뉴딜’을 발표하면서 농업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을 토대로 우리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넷제로’ 선언을 발표했고, 지난달 11일 농업인의 날에는 ‘밀과 콩의 자급률 향상’ 방침을 발표했다. 이 두 가지 방침을 농정에서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먼저,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올해 말까지 UN에 제출해야 하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동안 검토된 방안에 따르면, 농업부문은 2050년까지 최대 10% 정도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스마트 농업 기술을 발전시켜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 가축분뇨 자원화, 친환경에너지 시설 확대, 정보통신 및 인공지능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유기농법, 무경운 농법 등 새로운 탄소저장 확대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농업활동은 그대로 두고 스마트 농업과 유기농업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10% 감축을 달성할 수 있을까? 특히 스마트 농업 기술의 경제성이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고, 유기농업의 수익성 또한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두 기술을 농민들이 전반적으로 채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는 일반적인 관행농업 활동에 대한 제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콩 자급률은 4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반영해 농식품부는 지난달 18일 ‘제1차(2021~2025년)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를 우선 달성하기 위해 현재 5,000ha인 국산 밀 재배면적을 3만ha로 확대하고, 20개소인 밀 생산단지를 50개소(1만5,000ha)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소규모로 분산돼 있는 생산현장을 연계시켜 품질관리를 체계화하고 지역 거점유통시설을 통해서 통합적 대량유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단지별 컨설팅 비용 지원, 정부 보급종자 공급 확대,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각종 정부지원 사업 우대 등을 통해 밀 재배를 장려할 계획이고, 또 농촌진흥청 밀 연구팀을 확대 개편해 신품종 개발 및 생산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 측면에서의 지원과는 달리 아쉽게도 이를 대량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계약재배 확대, 공공급식 공급 확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정도가 현재 제안되고 있는 방안이다.
마치 1970년대 증산정책을 보는 듯하다. 그나마 1970년대에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대량 생산된 농산물을 많은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구체적인 소비처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량 증가는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과 농가소득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더욱 더 아쉬운 것은 이러한 밀 산업 발전 계획에 농촌의 환경과 생태를 보전하는 방안, 구체적으로는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는 방안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식량 생산을 증가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투입재와 외부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화학적 투입재의 저투입과 지역 내 순환 기술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우리 농정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최근 도입된 공익형직불제에서 그 해법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 농정의 기본 방향이 명확히 설정된 이후에나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농정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 한국농정신문 2020. 12. 6 오피니언 '농정춘추'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2685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코로나19와 기후변화의 영향을 해석하는 데 있어 농업분야에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적인 농산물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식량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을 강조하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 21%에 머물고 있는 국내 곡물자급률을 상향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주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농업분야에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 및 제초제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EU와 미국이 각각 ‘그린뉴딜’을 발표하면서 농업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을 토대로 우리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넷제로’ 선언을 발표했고, 지난달 11일 농업인의 날에는 ‘밀과 콩의 자급률 향상’ 방침을 발표했다. 이 두 가지 방침을 농정에서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먼저,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올해 말까지 UN에 제출해야 하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동안 검토된 방안에 따르면, 농업부문은 2050년까지 최대 10% 정도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스마트 농업 기술을 발전시켜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 가축분뇨 자원화, 친환경에너지 시설 확대, 정보통신 및 인공지능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유기농법, 무경운 농법 등 새로운 탄소저장 확대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농업활동은 그대로 두고 스마트 농업과 유기농업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10% 감축을 달성할 수 있을까? 특히 스마트 농업 기술의 경제성이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고, 유기농업의 수익성 또한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두 기술을 농민들이 전반적으로 채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는 일반적인 관행농업 활동에 대한 제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콩 자급률은 4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반영해 농식품부는 지난달 18일 ‘제1차(2021~2025년)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를 우선 달성하기 위해 현재 5,000ha인 국산 밀 재배면적을 3만ha로 확대하고, 20개소인 밀 생산단지를 50개소(1만5,000ha)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소규모로 분산돼 있는 생산현장을 연계시켜 품질관리를 체계화하고 지역 거점유통시설을 통해서 통합적 대량유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단지별 컨설팅 비용 지원, 정부 보급종자 공급 확대,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각종 정부지원 사업 우대 등을 통해 밀 재배를 장려할 계획이고, 또 농촌진흥청 밀 연구팀을 확대 개편해 신품종 개발 및 생산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 측면에서의 지원과는 달리 아쉽게도 이를 대량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계약재배 확대, 공공급식 공급 확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정도가 현재 제안되고 있는 방안이다.
마치 1970년대 증산정책을 보는 듯하다. 그나마 1970년대에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대량 생산된 농산물을 많은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구체적인 소비처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량 증가는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과 농가소득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더욱 더 아쉬운 것은 이러한 밀 산업 발전 계획에 농촌의 환경과 생태를 보전하는 방안, 구체적으로는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는 방안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식량 생산을 증가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투입재와 외부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화학적 투입재의 저투입과 지역 내 순환 기술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우리 농정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최근 도입된 공익형직불제에서 그 해법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 농정의 기본 방향이 명확히 설정된 이후에나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농정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 한국농정신문 2020. 12. 6 오피니언 '농정춘추'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2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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