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막아야 한다 |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이사,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 작성일2020/03/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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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 막아야 한다
박진도 | 지역재단 상임이사,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미국에서는 여름에 무더위로 매년 수백 명이 죽는데 그들의 대부분은 선풍기가 없다고 한다. 미국에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이 4800만 명(전체 인구의 16%)인데, 이들은 살인적인 병원비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그런데 미국은 하루에 7억2000만 달러(6631억 원)를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다. 1년이면 240조원, 우리나라 전체 예산에 맞먹는다. 그렇다고 미국이 부자나라는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8567억 달러(약800조원, 미국 총생산의 6.5%), 경상수지 적자도 그와 비슷한 7915억 달러(약 730조원)에 달했다. 이러한 쌍둥이 적자를 빚으로 메우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8.5조 달러(약 80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는 것이다.
뾰족한 대책 없이 막무가내 추진
우리나라 같으면 IMF 외환위기를 겪어도 여러 번 겪었을 텐데, 미국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고, ‘대마불사’의 신화를 믿고 각국들이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을 미국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가 따라해서도 안 되고 따라 할 수도 없는 선진국(?)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되자는 맹목적 친미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다.
얼마 전 한국농업정책학회가 한국농어민신문과 함께, 한미 FTA 농업부문의 협상결과와 대책을 따지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의 쟁쟁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했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한미 FTA가 미칠 피해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경천동지’할 사안인 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정부는 품목별로 장기관세철폐와 농산물세이프가드(ASG)의 도입, 저율할당관세(TRQ) 제공에 의한 현행관세 유지 등으로 농업분야의 피해가 별로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피해소득보전직불제, 폐원지원, 경쟁력 강화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수긍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와 최홍만의 싸움이 가능할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그리고 한겺Ⅷ?FTA 이후 해오던 대책을 되풀이 한 것이지, 새롭거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계가 무슨 뾰족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한미 FTA에는 대책이 없다’는 발언이 오히려 진솔하게 들렸다. 모두들 걱정만 하면서, 기껏 앞으로 공동연구를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며 토론회를 끝내야 했다.
별로 좋지 않은 비유를 해보자.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별다른 무기도 없이 격투기 장사 최홍만하고 거의 맨손으로 한판 붙으라고 한다. 나는 당연히 거부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최홍만도 별거 아니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고 작전을 잘 세우면 붙어 볼만하고, 싸워서 만약 중상을 입으면(경상은 내가 책임지고) 치료비의 85%를 물어주고, 몸이 병신 되면 재활치료를 해준다고 하면서 싸움을 강요한다.
정말 싸우고 싶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면서 내 이익만 챙기는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한다. 여기서 물론 ‘나’는 우리나라 농업이고, ‘최홍만’은 미국 농업이고, ‘어떤 사람’은 우리 정부이고, ‘주위 사람들’은 보수언론이다. 어쩌면 좋을까.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우리정부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은 돼지고기, 포도주, 위스키, 낙농품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협상을 개시할 때는 점잖게 나왔던 EU가 한미 FTA가 타결되고 난 뒤에는 태도를 바꾸어 미국 수준의 양허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EU측의 주장에 밀려 4차 협상부터는 한미 FTA 양허안을 기준으로 절충안을 찾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걱정이 태산 같은데, 앞으로 있을 세계무역기구 DDA 협상에서도 우리정부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한미 FTA협상 타결 때에 염려하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차기 정부서 철저히 재검증해야
한미 FTA의 비준은 막아야 한다. 폐기는 시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선 이 정부에서 비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미 FTA는 우리 농업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 정부처럼 작전하듯이 밀어붙일 일은 절대 아니다. 차기 정부에서 한미 FTA의 영향과 대책을 처음부터 철저하게 검증한 후에 비준을 논의해도 전혀 늦지 않다. 미국 정부는 아직 의회에 한미 FTA의 비준을 요청도 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만 서둘러 국회 비준을 마치고, 미국 의회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처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들이 무슨 무리한 요구를 해올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이글은 2007년 10월 01일 농어민신문에 등재된 것입니다.
박진도 | 지역재단 상임이사,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미국에서는 여름에 무더위로 매년 수백 명이 죽는데 그들의 대부분은 선풍기가 없다고 한다. 미국에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이 4800만 명(전체 인구의 16%)인데, 이들은 살인적인 병원비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그런데 미국은 하루에 7억2000만 달러(6631억 원)를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다. 1년이면 240조원, 우리나라 전체 예산에 맞먹는다. 그렇다고 미국이 부자나라는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8567억 달러(약800조원, 미국 총생산의 6.5%), 경상수지 적자도 그와 비슷한 7915억 달러(약 730조원)에 달했다. 이러한 쌍둥이 적자를 빚으로 메우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8.5조 달러(약 80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는 것이다.
뾰족한 대책 없이 막무가내 추진
우리나라 같으면 IMF 외환위기를 겪어도 여러 번 겪었을 텐데, 미국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고, ‘대마불사’의 신화를 믿고 각국들이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을 미국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가 따라해서도 안 되고 따라 할 수도 없는 선진국(?)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되자는 맹목적 친미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다.
얼마 전 한국농업정책학회가 한국농어민신문과 함께, 한미 FTA 농업부문의 협상결과와 대책을 따지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의 쟁쟁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했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한미 FTA가 미칠 피해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경천동지’할 사안인 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정부는 품목별로 장기관세철폐와 농산물세이프가드(ASG)의 도입, 저율할당관세(TRQ) 제공에 의한 현행관세 유지 등으로 농업분야의 피해가 별로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피해소득보전직불제, 폐원지원, 경쟁력 강화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수긍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와 최홍만의 싸움이 가능할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그리고 한겺Ⅷ?FTA 이후 해오던 대책을 되풀이 한 것이지, 새롭거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계가 무슨 뾰족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한미 FTA에는 대책이 없다’는 발언이 오히려 진솔하게 들렸다. 모두들 걱정만 하면서, 기껏 앞으로 공동연구를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며 토론회를 끝내야 했다.
별로 좋지 않은 비유를 해보자.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별다른 무기도 없이 격투기 장사 최홍만하고 거의 맨손으로 한판 붙으라고 한다. 나는 당연히 거부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최홍만도 별거 아니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고 작전을 잘 세우면 붙어 볼만하고, 싸워서 만약 중상을 입으면(경상은 내가 책임지고) 치료비의 85%를 물어주고, 몸이 병신 되면 재활치료를 해준다고 하면서 싸움을 강요한다.
정말 싸우고 싶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면서 내 이익만 챙기는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한다. 여기서 물론 ‘나’는 우리나라 농업이고, ‘최홍만’은 미국 농업이고, ‘어떤 사람’은 우리 정부이고, ‘주위 사람들’은 보수언론이다. 어쩌면 좋을까.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우리정부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은 돼지고기, 포도주, 위스키, 낙농품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협상을 개시할 때는 점잖게 나왔던 EU가 한미 FTA가 타결되고 난 뒤에는 태도를 바꾸어 미국 수준의 양허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EU측의 주장에 밀려 4차 협상부터는 한미 FTA 양허안을 기준으로 절충안을 찾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걱정이 태산 같은데, 앞으로 있을 세계무역기구 DDA 협상에서도 우리정부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한미 FTA협상 타결 때에 염려하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차기 정부서 철저히 재검증해야
한미 FTA의 비준은 막아야 한다. 폐기는 시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선 이 정부에서 비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미 FTA는 우리 농업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 정부처럼 작전하듯이 밀어붙일 일은 절대 아니다. 차기 정부에서 한미 FTA의 영향과 대책을 처음부터 철저하게 검증한 후에 비준을 논의해도 전혀 늦지 않다. 미국 정부는 아직 의회에 한미 FTA의 비준을 요청도 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만 서둘러 국회 비준을 마치고, 미국 의회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처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들이 무슨 무리한 요구를 해올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이글은 2007년 10월 01일 농어민신문에 등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