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 직불제 위헌 논란? 선택형 직불제 확대가 해답이다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0/08/09 10:30
- 조회 706
공익형 직불제 위헌 논란? 선택형 직불제 확대가 해답이다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올해 초부터 농업계에서 많은 논란이 됐던 공익형 직불제가 입법 및 공고 과정을 거쳐 지난 5월부터 신청 접수를 받기 시작해 6월 30일까지 총 약115만 건이 신청됐다고 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정개혁의 중요 수단으로 공익형 직불제가 제시된 지 3년 만에 이뤄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많은 논의를 통해서 형성된 정책이고 또 처음으로 크게 농정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미흡한 점은 있을 수 있지만, 일부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졸속’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공익을 지향하는 농업생산으로 농민들이 전환하도록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것은 환경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농정이 개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것이 현재 선진국 농업정책의 일반적인 추세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익형 직불제 위헌’ 논란을 시작으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는 공익형 직불제의 목적과 시행방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공익형 직불제의 기본 원리를 생각한다면, 이런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기본형으로 지급되는 직불금을 점차적으로 축소하고 선택형으로 지급하는 직불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면 해결할 수 있다.
기존 고정·변동 직불제는 기본적으로 농사를 잘 짓는 농민에게 많은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었다. 그래서 직불금이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진국들도 동일한 일을 겪었다. 그래서 그들도 직불제를 지속적으로 개혁했다. 그러면서 보니 단순히 빈부격차 문제만이 아니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불평등 문제, 대규모 생산자들의 농촌 환경 파괴 문제 등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한 것인 ‘환경보전활동 준수의무’를 조건으로 직불금을 증액한 것이다. 즉, 기존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농민들에게는 직불금을 감액하거나 중지하고, 반대로 높은 수준의 환경 보전 활동을 수행하는 농민들에게는 많은 금액의 직불금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이런 방식으로 직불금 제도를 개혁했다.
우리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2017~2019년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은 농지를 공익형 직불금 대상 농지에서 제외시킨 것은 기존에 농사짓지 않은 농지들이 직불금이 인상됐다고 대거 직불금을 신청하는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것은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타당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들에게 대체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선택형 직불제다. 즉, 기본형 직불금에 배제된 농민들이 농촌지역의 환경, 생태계, 생물다양성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수행하면, 이에 따른 직불금을 기본형 직불금에서 지급하는 것 이상으로 지급하면 된다. 실제로 이런 농민들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국가가 보상해줘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임차농 배제 문제 또는 실경작자가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전 고정 직불제에서도 나타났던 문제다. 이것은 실경작자 여부를 신청단계에서 구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다. 실경작자를 ‘준수의무’ 이행 확인단계에서 구분하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농업 활동 과정에서 기본적인 준수사항을 언제, 어떻게 이행했는지에 대해서 기록·제출하게 하고, 이를 담당기관에서 검증하면 된다. 이것도 선택형 직불제에서 환경보전 활동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게 책정하면 많은 농민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공공재 공급이 더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이러한 농민들의 활동에 대해 당연히 보상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일정 금액 이상의 농외소득이 있으면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활동에 대한 직불금을 받는 것인데, ‘왜 남의 농외소득 여부를 조건으로 적용하느냐’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조건은 사실 좀 변명이 궁색하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직불금이 지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농업 활동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지원되는 것이 직불금이기 때문에 농외수입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잘 모르겠으나 논리적으로는 합리적인 조치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조건도 부유한 농민이 농촌의 환경, 생태계, 생물다양성를 보전하고 증가시키기 위해 별도로 노력하는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면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더욱 더 장려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도 결국 선택형 직불제가 확대돼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공익형 직불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지 현 제도를 한 번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큰 논란 없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전체 공익형 직불제 예산에서 기본형 직불금의 예산을 축소하고 선택형 직불제의 예산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2020. 8.9일자 '농정춘추' 기고글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1595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올해 초부터 농업계에서 많은 논란이 됐던 공익형 직불제가 입법 및 공고 과정을 거쳐 지난 5월부터 신청 접수를 받기 시작해 6월 30일까지 총 약115만 건이 신청됐다고 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정개혁의 중요 수단으로 공익형 직불제가 제시된 지 3년 만에 이뤄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많은 논의를 통해서 형성된 정책이고 또 처음으로 크게 농정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미흡한 점은 있을 수 있지만, 일부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졸속’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공익을 지향하는 농업생산으로 농민들이 전환하도록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것은 환경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농정이 개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것이 현재 선진국 농업정책의 일반적인 추세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익형 직불제 위헌’ 논란을 시작으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는 공익형 직불제의 목적과 시행방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공익형 직불제의 기본 원리를 생각한다면, 이런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기본형으로 지급되는 직불금을 점차적으로 축소하고 선택형으로 지급하는 직불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면 해결할 수 있다.
기존 고정·변동 직불제는 기본적으로 농사를 잘 짓는 농민에게 많은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었다. 그래서 직불금이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진국들도 동일한 일을 겪었다. 그래서 그들도 직불제를 지속적으로 개혁했다. 그러면서 보니 단순히 빈부격차 문제만이 아니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불평등 문제, 대규모 생산자들의 농촌 환경 파괴 문제 등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한 것인 ‘환경보전활동 준수의무’를 조건으로 직불금을 증액한 것이다. 즉, 기존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농민들에게는 직불금을 감액하거나 중지하고, 반대로 높은 수준의 환경 보전 활동을 수행하는 농민들에게는 많은 금액의 직불금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이런 방식으로 직불금 제도를 개혁했다.
우리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2017~2019년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은 농지를 공익형 직불금 대상 농지에서 제외시킨 것은 기존에 농사짓지 않은 농지들이 직불금이 인상됐다고 대거 직불금을 신청하는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것은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타당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들에게 대체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선택형 직불제다. 즉, 기본형 직불금에 배제된 농민들이 농촌지역의 환경, 생태계, 생물다양성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수행하면, 이에 따른 직불금을 기본형 직불금에서 지급하는 것 이상으로 지급하면 된다. 실제로 이런 농민들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국가가 보상해줘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임차농 배제 문제 또는 실경작자가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전 고정 직불제에서도 나타났던 문제다. 이것은 실경작자 여부를 신청단계에서 구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다. 실경작자를 ‘준수의무’ 이행 확인단계에서 구분하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농업 활동 과정에서 기본적인 준수사항을 언제, 어떻게 이행했는지에 대해서 기록·제출하게 하고, 이를 담당기관에서 검증하면 된다. 이것도 선택형 직불제에서 환경보전 활동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게 책정하면 많은 농민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공공재 공급이 더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이러한 농민들의 활동에 대해 당연히 보상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일정 금액 이상의 농외소득이 있으면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활동에 대한 직불금을 받는 것인데, ‘왜 남의 농외소득 여부를 조건으로 적용하느냐’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조건은 사실 좀 변명이 궁색하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직불금이 지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농업 활동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지원되는 것이 직불금이기 때문에 농외수입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잘 모르겠으나 논리적으로는 합리적인 조치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조건도 부유한 농민이 농촌의 환경, 생태계, 생물다양성를 보전하고 증가시키기 위해 별도로 노력하는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면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더욱 더 장려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도 결국 선택형 직불제가 확대돼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공익형 직불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지 현 제도를 한 번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큰 논란 없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전체 공익형 직불제 예산에서 기본형 직불금의 예산을 축소하고 선택형 직불제의 예산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2020. 8.9일자 '농정춘추' 기고글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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