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협약, '아이템'이 아닌 '시스템' 고민이 필요하다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0/07/30 09:57
- 조회 660
농촌주민들 공감대 형성하지 못한 채
지자체·용역 신박한 아이템 발굴 집중
일방적인 ‘농촌협약’ 계획 수립 우려
2021년 시범 도입하는 농촌협약 대상지로 9개 시군이 최근 선정되었다. 농촌협약 도입으로 2021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2020년 농촌협약을 체결하는 시군에 우선 지원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농촌협약을 위한 ‘농촌공간 및 생활권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이 새로운 용역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정책의 변화는 자치분권 국정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2018년 ‘자치분권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핵심이 주민주권 구현이다. 주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읍면동에서 지역의제 선정 및 사업 추진과정에 숙의 기반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과 강력한 재정분권도 추진한다. 2019년 1단계로 10개 부처, 3개 청의 39개 세부사업(110개 내역사업)이 지방이양 되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5개 세부사업, 13개 내역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했다. 이양된 재정규모는 약 3.5조원이며, 이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이 7736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 하반기에는 2단계 재정분권이 예정되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밀착형 사업으로 판단되는 마을만들기사업을 모두 지방으로 이양했고, 마을만들기사업 지방이양 이후 지자체 내 투자 우선순위에서 농촌에 대한 투자 위축을 방지하는 한편,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약을 통해 공통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협력거버넌스로서 ‘농촌협약’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지방으로 이양된 농촌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정책적 관심과 기획역량 제고, 주민참여 확대를 통한 민관협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국정운영 방향과는 달리, 지자체는 용역사를 통해 신박한(참신하고 대박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신조어) 아이템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와 용역사들 사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사회적농업과 푸드플랜에 집중한다더라, 심사위원들이 이런 아이템을 좋아한다더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신박한 아이템 하나로 생활권으로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읍면 기능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농촌협약은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부재한 상태에서 중앙정부 주도 목표 설정과 부처별 분절적 정책 추진으로 인한 농촌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자체에서 농촌공간에 대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먼저 수립한 뒤 중앙정부와 협약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환한 것이다. 지자체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수단을 기획해야 하며, 지역이 필요로 하고 정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 부처별 정책사업들을 패키지방식으로 종합 구상해야 한다.
읍면단위 특히, 면단위 농촌생활권 활성화를 위해 면이라는 공간에서 분절적으로 추진되었던 부처별 사업들이 지역 여건에 따라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하고, 이에 필요한 중장기 계획을 지자체가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최근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농촌협약은 정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농촌주민들의 농업·농촌을 둘러싼 정책여건 변화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자체와 용역사를 통한 일방적인 읍면 생활권 활성화 계획 수립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기존 농촌 공모사업 추진과정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무관심과 방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얼마 전 제26차 농어촌지역정책포럼에서 농촌공간계획 사례로 소개된 독일의 바이에른주 딩골스하우젠 마을은 다양한 마을정비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그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마을재정비사업을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주민참여로 해결방안을 도출했다는 점이다. 폐가 리모델링, 친환경하천정비 등 개별 아이템이 아니라, 사업대상 지역 구분과 내용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주민주도로 실행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읍면 주민대표기구로서 농촌형 주민자치회 구성과 읍면장 주민선출제를 통한 읍면 행정기능 강화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읍면지역에서는 주민총회를 통해 지역의제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되기도 한다. 읍면 주민총회에 상정된 안건들을 살펴보면,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 생애주기별 생활환경 개선, 농업을 비롯한 주민 경제활동 촉진방안, 행정사무에 대한 찬반투표까지 읍면 주민생활과 밀접한 모든 의제를 포함하고 있다. 주민참여와 주민들의 의사결정을 통해 상향식 공간계획을 세울 수 있는 최적의 공간범위가 바로 ‘읍면’지역이다. 행정과 용역사 주도의 신박한 아이템 발굴만으로는 농촌주민의 다양한 정책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농촌협약을 계기로 읍면 농촌지역에서 자치분권이라는 국가 아젠다 아래 각 부처별 정책사업들이 주민주도로 통합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농촌정책 추진체계의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7월 21자 15면 오피니언-농업마당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353
지자체·용역 신박한 아이템 발굴 집중
일방적인 ‘농촌협약’ 계획 수립 우려
2021년 시범 도입하는 농촌협약 대상지로 9개 시군이 최근 선정되었다. 농촌협약 도입으로 2021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2020년 농촌협약을 체결하는 시군에 우선 지원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농촌협약을 위한 ‘농촌공간 및 생활권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이 새로운 용역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정책의 변화는 자치분권 국정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2018년 ‘자치분권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핵심이 주민주권 구현이다. 주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읍면동에서 지역의제 선정 및 사업 추진과정에 숙의 기반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과 강력한 재정분권도 추진한다. 2019년 1단계로 10개 부처, 3개 청의 39개 세부사업(110개 내역사업)이 지방이양 되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5개 세부사업, 13개 내역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했다. 이양된 재정규모는 약 3.5조원이며, 이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이 7736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 하반기에는 2단계 재정분권이 예정되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밀착형 사업으로 판단되는 마을만들기사업을 모두 지방으로 이양했고, 마을만들기사업 지방이양 이후 지자체 내 투자 우선순위에서 농촌에 대한 투자 위축을 방지하는 한편,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약을 통해 공통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협력거버넌스로서 ‘농촌협약’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지방으로 이양된 농촌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정책적 관심과 기획역량 제고, 주민참여 확대를 통한 민관협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국정운영 방향과는 달리, 지자체는 용역사를 통해 신박한(참신하고 대박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신조어) 아이템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와 용역사들 사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사회적농업과 푸드플랜에 집중한다더라, 심사위원들이 이런 아이템을 좋아한다더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신박한 아이템 하나로 생활권으로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읍면 기능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농촌협약은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부재한 상태에서 중앙정부 주도 목표 설정과 부처별 분절적 정책 추진으로 인한 농촌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자체에서 농촌공간에 대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먼저 수립한 뒤 중앙정부와 협약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환한 것이다. 지자체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수단을 기획해야 하며, 지역이 필요로 하고 정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 부처별 정책사업들을 패키지방식으로 종합 구상해야 한다.
읍면단위 특히, 면단위 농촌생활권 활성화를 위해 면이라는 공간에서 분절적으로 추진되었던 부처별 사업들이 지역 여건에 따라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하고, 이에 필요한 중장기 계획을 지자체가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최근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농촌협약은 정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농촌주민들의 농업·농촌을 둘러싼 정책여건 변화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자체와 용역사를 통한 일방적인 읍면 생활권 활성화 계획 수립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기존 농촌 공모사업 추진과정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무관심과 방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얼마 전 제26차 농어촌지역정책포럼에서 농촌공간계획 사례로 소개된 독일의 바이에른주 딩골스하우젠 마을은 다양한 마을정비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그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마을재정비사업을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주민참여로 해결방안을 도출했다는 점이다. 폐가 리모델링, 친환경하천정비 등 개별 아이템이 아니라, 사업대상 지역 구분과 내용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주민주도로 실행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읍면 주민대표기구로서 농촌형 주민자치회 구성과 읍면장 주민선출제를 통한 읍면 행정기능 강화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읍면지역에서는 주민총회를 통해 지역의제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되기도 한다. 읍면 주민총회에 상정된 안건들을 살펴보면,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 생애주기별 생활환경 개선, 농업을 비롯한 주민 경제활동 촉진방안, 행정사무에 대한 찬반투표까지 읍면 주민생활과 밀접한 모든 의제를 포함하고 있다. 주민참여와 주민들의 의사결정을 통해 상향식 공간계획을 세울 수 있는 최적의 공간범위가 바로 ‘읍면’지역이다. 행정과 용역사 주도의 신박한 아이템 발굴만으로는 농촌주민의 다양한 정책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농촌협약을 계기로 읍면 농촌지역에서 자치분권이라는 국가 아젠다 아래 각 부처별 정책사업들이 주민주도로 통합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농촌정책 추진체계의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7월 21자 15면 오피니언-농업마당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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