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마을공동체수당을 도입하자 |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0/06/12 09:30
- 조회 659
포스트코로나 시대, 마을공동체수당을 도입하자
|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자문위원
마을 단위 매년 300만원 지급 통해
자치규약 제정·투명한 회계관리 등
마을민주주의 기본 시스템 정비해야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으며 그 이후 사회(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 기후 변화와 대규모 축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적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각종 뉴딜 사업에 관한 논의도 불붙었고, 정부 부처마다 이런 방향의 계획 수립에 매우 바쁘다. 연일 토론회가 열리고 원인에 대한 진단과 새로운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아직까지 코로나19 자체가 언제 끝날지, 또 어떻게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로 메르스나 사스, 신종플루 등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전염병들이 계속 나타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기회로 도시재생뉴딜, 어촌뉴딜 외에도 한반도뉴딜, 건설뉴딜, 소프트뉴딜, 그린뉴딜 등 한국형 뉴딜 정책도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세상의 긴 흐름을 문명사적으로 읽어낼 능력이 되지 않는 범인(凡人)이 미래를 진단하는 것은 어설픈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방 농촌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높은 이동성과 밀도를 특징으로 하는 대도시가 특히 위험하다는 점, 반대로 정반대 특징을 가진 농촌은 상대적으로 매우 안전하다는 점이다. 단순 비교일 수 있지만 사람과 물자, 농산물이 전 세계적으로 이동하는 사회는 높은 위험성도 동반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반면에 농촌 사회는 생태학적으로 훨씬 건전한 셈이다.
포스트코로나라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측면에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가 부각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되돌아보자면 농촌 마을공동체가 살아 있다면 이런 위기 시대에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작은 마을들이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고(환경적 지속가능성), 멀리 이동할 필요성이 줄어들며(사회적 지속가능성), 서로 상부상조하는(경제적 지속가능성) 지역사회는 모든 사람들의 ‘오래된 미래’였다.
농촌 마을은 그 자체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담는 그릇 역할을 담당해왔다. 도시와 달리 오랜 전통 속에서 유지되어온 실체도 분명하다. 여기에 국토의 불균등발전 과정에서 농촌 마을에 산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불이익도 감수하는 셈이다. 비록 현재의 행정리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고, 봉건적인 관습이 여전히 작동하지만 마을 공동체는 농촌정책의 입구이자 출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이런 가치와 방향성에 주목하며 누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행정은 무엇을 해야 하며, 농촌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여러 논의가 필요한데 기존의 공모사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현장 실정과 사업지침 사이의 심각한 괴리,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업계획서 작성, 단순할 수밖에 없는 심사방식 등이다.
무엇보다 공모사업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도 어렵고, 신청서 자체를 주민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 더더욱 비현실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마을에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시군 단위의 중간지원조직이 발달한 전북이나 충남은 그나마 의지할 곳이라도 있다.
하지만 농촌의 초고령화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주민 주도, 상향식’ 방식을 강조하기에 주민 역량은 많이 미흡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공모사업 방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의 하나로 마을공동체수당을 제안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농정의 틀 전환’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마을공동체수당 제도는 행정리 마을 단위로 300만원 규모의 정액 예산을 매년 지속적으로 지원하자는 제안이다.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주민조직도 정비, 마을자치규약 제정, 투명한 회계 및 기록관리 등 마을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 정비만 요구한다.
또 공동체 활동을 지원한다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매년 성과 발표 등을 통해 우수사례를 시상하는 정도로 상호자극을 유도하면 된다. 때로는 마을기금으로 적립해두었다가 몇 년간 모아서 사용할 수도 있고, 이웃 마을과 공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혹은 면(面) 단위 모든 마을이 수당의 일부를 모아 지역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농민수당, 농식품부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사업, 또 신규 도입하는 공익형직불제 개편 등과 연계하면 효과가 더욱 높다. 기존의 공모사업 방식으로 추진된 보조금 사업과 달리 수당 형식이기에 계획서를 제출할 필요도 없고, 용도를 묻지도 않으며, 복잡한 정산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농촌 현실에 더욱 적합한 방식이다. 한 지자체에서 10억원 내외의 공모사업 한 건만 일몰시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 방식을 통해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고, 농촌 마을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의 자부심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마을마다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자치역량도 강화되고, 각종 행정사업의 효율성도 향상될 것이다. 또 최근에 확산되는 읍면 단위 주민자치회 전환과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농촌재생(농촌뉴딜)도 가능하다. 어느 지자체가 먼저 시행할 것인가. 내년도 시행을 염두에 두고 올 하반기에 적극적인 검토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545
|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자문위원
마을 단위 매년 300만원 지급 통해
자치규약 제정·투명한 회계관리 등
마을민주주의 기본 시스템 정비해야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으며 그 이후 사회(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 기후 변화와 대규모 축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적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각종 뉴딜 사업에 관한 논의도 불붙었고, 정부 부처마다 이런 방향의 계획 수립에 매우 바쁘다. 연일 토론회가 열리고 원인에 대한 진단과 새로운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아직까지 코로나19 자체가 언제 끝날지, 또 어떻게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로 메르스나 사스, 신종플루 등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전염병들이 계속 나타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기회로 도시재생뉴딜, 어촌뉴딜 외에도 한반도뉴딜, 건설뉴딜, 소프트뉴딜, 그린뉴딜 등 한국형 뉴딜 정책도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세상의 긴 흐름을 문명사적으로 읽어낼 능력이 되지 않는 범인(凡人)이 미래를 진단하는 것은 어설픈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방 농촌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높은 이동성과 밀도를 특징으로 하는 대도시가 특히 위험하다는 점, 반대로 정반대 특징을 가진 농촌은 상대적으로 매우 안전하다는 점이다. 단순 비교일 수 있지만 사람과 물자, 농산물이 전 세계적으로 이동하는 사회는 높은 위험성도 동반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반면에 농촌 사회는 생태학적으로 훨씬 건전한 셈이다.
포스트코로나라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측면에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가 부각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되돌아보자면 농촌 마을공동체가 살아 있다면 이런 위기 시대에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작은 마을들이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고(환경적 지속가능성), 멀리 이동할 필요성이 줄어들며(사회적 지속가능성), 서로 상부상조하는(경제적 지속가능성) 지역사회는 모든 사람들의 ‘오래된 미래’였다.
농촌 마을은 그 자체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담는 그릇 역할을 담당해왔다. 도시와 달리 오랜 전통 속에서 유지되어온 실체도 분명하다. 여기에 국토의 불균등발전 과정에서 농촌 마을에 산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불이익도 감수하는 셈이다. 비록 현재의 행정리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고, 봉건적인 관습이 여전히 작동하지만 마을 공동체는 농촌정책의 입구이자 출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이런 가치와 방향성에 주목하며 누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행정은 무엇을 해야 하며, 농촌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여러 논의가 필요한데 기존의 공모사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현장 실정과 사업지침 사이의 심각한 괴리,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업계획서 작성, 단순할 수밖에 없는 심사방식 등이다.
무엇보다 공모사업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도 어렵고, 신청서 자체를 주민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 더더욱 비현실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마을에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시군 단위의 중간지원조직이 발달한 전북이나 충남은 그나마 의지할 곳이라도 있다.
하지만 농촌의 초고령화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주민 주도, 상향식’ 방식을 강조하기에 주민 역량은 많이 미흡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공모사업 방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의 하나로 마을공동체수당을 제안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농정의 틀 전환’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마을공동체수당 제도는 행정리 마을 단위로 300만원 규모의 정액 예산을 매년 지속적으로 지원하자는 제안이다.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주민조직도 정비, 마을자치규약 제정, 투명한 회계 및 기록관리 등 마을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 정비만 요구한다.
또 공동체 활동을 지원한다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매년 성과 발표 등을 통해 우수사례를 시상하는 정도로 상호자극을 유도하면 된다. 때로는 마을기금으로 적립해두었다가 몇 년간 모아서 사용할 수도 있고, 이웃 마을과 공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혹은 면(面) 단위 모든 마을이 수당의 일부를 모아 지역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농민수당, 농식품부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사업, 또 신규 도입하는 공익형직불제 개편 등과 연계하면 효과가 더욱 높다. 기존의 공모사업 방식으로 추진된 보조금 사업과 달리 수당 형식이기에 계획서를 제출할 필요도 없고, 용도를 묻지도 않으며, 복잡한 정산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농촌 현실에 더욱 적합한 방식이다. 한 지자체에서 10억원 내외의 공모사업 한 건만 일몰시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 방식을 통해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고, 농촌 마을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의 자부심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마을마다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자치역량도 강화되고, 각종 행정사업의 효율성도 향상될 것이다. 또 최근에 확산되는 읍면 단위 주민자치회 전환과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농촌재생(농촌뉴딜)도 가능하다. 어느 지자체가 먼저 시행할 것인가. 내년도 시행을 염두에 두고 올 하반기에 적극적인 검토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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