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원'은 주민자치가 아니다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0/06/16 17:48
- 조회 707
주민 '동원'은 주민자치가 아니다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정보 충분히 나눠야 자발적 선택 가능
엘리트 중심 대의 민주주의 벗어나
독점적 권력 나누면 더 높은 성과 얻어
어느 순간 우리는 주민주도 마을만들기, 주민주도 도시재생, 주민주도 커뮤니티케어, 주민주도 그린뉴딜 등등 주민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농촌정책은 주민주도성을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과연 주민주도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주민자치’가 주민주도를 강조하는 각종 정책사업의 전제조건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주민주도성을 강조해 온 각종 정책사업은 ‘주민주도’라 쓰고 ‘행정과 용역사 주도’라 읽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주민주도’에서 주민은 누구를 의미하는가? 사업대상지역 마을 또는 읍면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들 주민에게 행정과 용역사가 주도성을 부여한 적이 있던가?
주민주도 각종 사업 추진과정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는 주민들이 사업에 관심도 없고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민들이 사업에 어떤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는지 되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행정이나 용역사, 또는 추진위원회에서 주민들에게 모이라고 하면 모이고, 교육받으라 하면 교육받는 ‘동원’을 ‘참여’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참여는 언제 일어나는가? 주민자치는 주민 ‘참여’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주민 참여는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에게 정보전달이 충분히 이뤄진 뒤 주민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참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각종 주민주도를 강조하는 농촌정책사업들의 추진과정을 살펴보자. 지역주민 대상 사업설명 등 정보전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의 주도로 선정된 추진위원들을 중심으로 설명회와 교육,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조차 본인들의 자발적 선택 또는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 참여한 것이 아니라, 행정의 요청에 의해 참여하다 보니 사업에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행정이 부여해 준 ‘감투’로 여기는 경향도 나타난다.
일본 북해도에 위치한 니세코정(ニセコ町)은 주민자치를 통한 지자체 활성화사례로 유명하다. 2015년 일본 조사결과에 따르면, 니세코정의 총인구는 4,958명이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27.2%로 일본 전국 고령화비율 26.7%보다 높은 지역이다. 2001년 일본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자치기본조례인 ‘니세코정 마을만들기 기본조례'를 제정하였는데, 한 때 일본에서는 행정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행정이 하는 것이라 착각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다양한 공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스스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치’란 주민주도(주체)의 마을만들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정책의 롤모델이 된 유럽의 대표적인 지역개발정책인 리더프로그램의 각종 사례에서도 농촌지역개발정책의 전제로서 ‘주민자치’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더프로그램 추진절차를 살펴보면,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정보전달이다. 적극적인 정보전달로 주민참여를 촉진하고, 기득권을 가진 기존 리더그룹은 물론 새로운 지역인재를 발굴해 다양한 지역주체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간 파트너십과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민주적 토론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우리 농촌정책에서도 주민주도성과 거버넌스, 네트워크 등 다양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주민자치’가 빠져 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에서 다음 단추를 열심히 끼워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의 핵심은 바로 주민주권을 강화하는 것이며, 읍면동 단위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다. 여전히 대의민주주의·엘리트민주주의 수렁에 빠져 있는 농촌 현 시스템으로는 더욱 다양해지고 구체화되고 있는 지역수요에 대응하기 보다는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자치’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행정과 공동체 리더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독점했던 정보와 권력을 공동체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기존의 그 어떤 사업보다 효율적이고 높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추진방식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출처-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636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정보 충분히 나눠야 자발적 선택 가능
엘리트 중심 대의 민주주의 벗어나
독점적 권력 나누면 더 높은 성과 얻어
어느 순간 우리는 주민주도 마을만들기, 주민주도 도시재생, 주민주도 커뮤니티케어, 주민주도 그린뉴딜 등등 주민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농촌정책은 주민주도성을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과연 주민주도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주민자치’가 주민주도를 강조하는 각종 정책사업의 전제조건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주민주도성을 강조해 온 각종 정책사업은 ‘주민주도’라 쓰고 ‘행정과 용역사 주도’라 읽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주민주도’에서 주민은 누구를 의미하는가? 사업대상지역 마을 또는 읍면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들 주민에게 행정과 용역사가 주도성을 부여한 적이 있던가?
주민주도 각종 사업 추진과정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는 주민들이 사업에 관심도 없고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민들이 사업에 어떤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는지 되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행정이나 용역사, 또는 추진위원회에서 주민들에게 모이라고 하면 모이고, 교육받으라 하면 교육받는 ‘동원’을 ‘참여’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참여는 언제 일어나는가? 주민자치는 주민 ‘참여’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주민 참여는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에게 정보전달이 충분히 이뤄진 뒤 주민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참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각종 주민주도를 강조하는 농촌정책사업들의 추진과정을 살펴보자. 지역주민 대상 사업설명 등 정보전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의 주도로 선정된 추진위원들을 중심으로 설명회와 교육,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조차 본인들의 자발적 선택 또는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 참여한 것이 아니라, 행정의 요청에 의해 참여하다 보니 사업에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행정이 부여해 준 ‘감투’로 여기는 경향도 나타난다.
일본 북해도에 위치한 니세코정(ニセコ町)은 주민자치를 통한 지자체 활성화사례로 유명하다. 2015년 일본 조사결과에 따르면, 니세코정의 총인구는 4,958명이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27.2%로 일본 전국 고령화비율 26.7%보다 높은 지역이다. 2001년 일본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자치기본조례인 ‘니세코정 마을만들기 기본조례'를 제정하였는데, 한 때 일본에서는 행정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행정이 하는 것이라 착각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다양한 공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스스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치’란 주민주도(주체)의 마을만들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정책의 롤모델이 된 유럽의 대표적인 지역개발정책인 리더프로그램의 각종 사례에서도 농촌지역개발정책의 전제로서 ‘주민자치’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더프로그램 추진절차를 살펴보면,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정보전달이다. 적극적인 정보전달로 주민참여를 촉진하고, 기득권을 가진 기존 리더그룹은 물론 새로운 지역인재를 발굴해 다양한 지역주체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간 파트너십과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민주적 토론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우리 농촌정책에서도 주민주도성과 거버넌스, 네트워크 등 다양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주민자치’가 빠져 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에서 다음 단추를 열심히 끼워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의 핵심은 바로 주민주권을 강화하는 것이며, 읍면동 단위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다. 여전히 대의민주주의·엘리트민주주의 수렁에 빠져 있는 농촌 현 시스템으로는 더욱 다양해지고 구체화되고 있는 지역수요에 대응하기 보다는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자치’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행정과 공동체 리더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독점했던 정보와 권력을 공동체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기존의 그 어떤 사업보다 효율적이고 높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추진방식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출처-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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