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성패는 ‘토건’이 아닌 ‘주민역량’에 달려있다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0/05/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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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성패는 ‘토건’이 아닌 ‘주민역량’에 달려있다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지역혁신 핵심은 ‘주민 참여와 역량’
하드웨어에 운영관리 끼워 맞추기보다
지속가능한 농촌개발로 전환할 때
주민 3,000여명이 거주하는 ○○면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을 통해 면 지역 주민들에게 운영할 문화배달서비스 운영계획을 살펴보면, 월 1회씩 연 12회를 3년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매년 1,240만원씩 3년 간 3,720만원이다.
그 내역을 살펴보면, 용역사 인건비와 교통비, 통신비, 부가가치세와 이윤 등 제경비가 매년 6,417,945원으로 총 사업비의 52%를 차지하고, 나머지 48%가 프로그램 운영에 소요되는 직접경비이다. 인구 2000여명 규모의 다른 △△면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을 통해 건립하는 복지센터에서 3년 간 운영할 문화복지 프로그램 운영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역량이 강화되는 주체는 누구일까? 지역주민들은 이 과정을 통해 어떤 역량이 강화되는 것일까?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과정관리 및 비용정산 등 전 과정을 용역사에서 진행하고 주민은 프로그램의 수혜자에 머물러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가운데 프로그램 강사를 양성하여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하여 강사비를 지급받기도 한다. 문제는 운영비 지원이 종료된 이후 운영관리의 주체는 바로 지역주민이라는 점이다. 운영비 지원이 종료되면 용역사는 떠나고, 그 자리에 남은 주민은 경험도 없이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관리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가 된다.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린뉴딜’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환경과 연계된 경제부흥정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환경과 사람중심의 경제민주화,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그린뉴딜을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촌정책이야 말로 ‘그린뉴딜’이 필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 ○○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 내 면단위 농촌부문 생활권 기능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조사해 보았다. 주민의 60% 이상이 주민참여와 의견이 반영된 계획 수립과 사업실행체계의 개선을 지적했다. 면지역 주민생활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관련해서는 신축보다 우선 기존 유휴시설부터 활용한 뒤 신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면지역 생활권 기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청년과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활동가를 발굴·양성하여 사업실행주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최근 읍·면 생활권 기능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은 공적 영역에서 일방적으로 주민생활기반(예컨대, 커뮤니티센터, 복지회관, 소규모 목욕탕 등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편의시설)을 구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운영·관리할 수 있는 주체 조직화와 역량강화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결합되어 작동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드웨어를 전제로 운영관리를 끼워 맞추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맞는 옷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옷을 정해 놓고 사람을 그 옷에 맞추려는 꼴이라고나 할까.
대부분의 지역에서 계획 수립단계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부지 확보이다.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건물 지을 부지가 확보되면, 용역사를 통해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건물 짓고, 건물에서 운영할 몇 가지 프로그램과 추진위원회 중심 리더들을 대상으로 1년에 2~3회 리더교육과 선진지 견학을 역량강화계획으로 넣으면 기본계획은 마무리된다. 그 기본계획을 토대로 사업비가 지원되는 동안 용역사를 통해 프로그램 운영하고 교육 몇 회 진행하고, 사업비 종료와 함께 운영관리의 책임이 주민들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농촌발전은 무엇보다도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농촌주민의 역량을 전제로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농촌정책사업의 모델이 되기도 한 EU의 농촌정책에서 핵심적인 키워드는 지역혁신이다. 지역 내 다양한 주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역문제를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무형의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역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민참여와 역량이다. 주민역량 강화의 의미는 지적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의미를 넘어 주민 스스로 농촌발전을 성취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기법과 태도 등 복합적인 역량 배양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농촌개발사업이 추진되었고 사업마다 역량강화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모두에게 익숙해 있는 하드웨어에 주민역량과 운영관리를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주민주도의 농촌발전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린뉴딜의 시대’에 부응하여, 하드웨어가 아니라 주민 조직화와 주민역량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농촌개발방식으로 농촌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해 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950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지역혁신 핵심은 ‘주민 참여와 역량’
하드웨어에 운영관리 끼워 맞추기보다
지속가능한 농촌개발로 전환할 때
주민 3,000여명이 거주하는 ○○면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을 통해 면 지역 주민들에게 운영할 문화배달서비스 운영계획을 살펴보면, 월 1회씩 연 12회를 3년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매년 1,240만원씩 3년 간 3,720만원이다.
그 내역을 살펴보면, 용역사 인건비와 교통비, 통신비, 부가가치세와 이윤 등 제경비가 매년 6,417,945원으로 총 사업비의 52%를 차지하고, 나머지 48%가 프로그램 운영에 소요되는 직접경비이다. 인구 2000여명 규모의 다른 △△면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을 통해 건립하는 복지센터에서 3년 간 운영할 문화복지 프로그램 운영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역량이 강화되는 주체는 누구일까? 지역주민들은 이 과정을 통해 어떤 역량이 강화되는 것일까?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과정관리 및 비용정산 등 전 과정을 용역사에서 진행하고 주민은 프로그램의 수혜자에 머물러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가운데 프로그램 강사를 양성하여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하여 강사비를 지급받기도 한다. 문제는 운영비 지원이 종료된 이후 운영관리의 주체는 바로 지역주민이라는 점이다. 운영비 지원이 종료되면 용역사는 떠나고, 그 자리에 남은 주민은 경험도 없이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관리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가 된다.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린뉴딜’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환경과 연계된 경제부흥정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환경과 사람중심의 경제민주화,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그린뉴딜을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촌정책이야 말로 ‘그린뉴딜’이 필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 ○○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 내 면단위 농촌부문 생활권 기능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조사해 보았다. 주민의 60% 이상이 주민참여와 의견이 반영된 계획 수립과 사업실행체계의 개선을 지적했다. 면지역 주민생활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관련해서는 신축보다 우선 기존 유휴시설부터 활용한 뒤 신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면지역 생활권 기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청년과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활동가를 발굴·양성하여 사업실행주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최근 읍·면 생활권 기능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은 공적 영역에서 일방적으로 주민생활기반(예컨대, 커뮤니티센터, 복지회관, 소규모 목욕탕 등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편의시설)을 구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운영·관리할 수 있는 주체 조직화와 역량강화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결합되어 작동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드웨어를 전제로 운영관리를 끼워 맞추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맞는 옷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옷을 정해 놓고 사람을 그 옷에 맞추려는 꼴이라고나 할까.
대부분의 지역에서 계획 수립단계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부지 확보이다.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건물 지을 부지가 확보되면, 용역사를 통해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건물 짓고, 건물에서 운영할 몇 가지 프로그램과 추진위원회 중심 리더들을 대상으로 1년에 2~3회 리더교육과 선진지 견학을 역량강화계획으로 넣으면 기본계획은 마무리된다. 그 기본계획을 토대로 사업비가 지원되는 동안 용역사를 통해 프로그램 운영하고 교육 몇 회 진행하고, 사업비 종료와 함께 운영관리의 책임이 주민들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농촌발전은 무엇보다도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농촌주민의 역량을 전제로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농촌정책사업의 모델이 되기도 한 EU의 농촌정책에서 핵심적인 키워드는 지역혁신이다. 지역 내 다양한 주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역문제를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무형의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역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민참여와 역량이다. 주민역량 강화의 의미는 지적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의미를 넘어 주민 스스로 농촌발전을 성취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기법과 태도 등 복합적인 역량 배양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농촌개발사업이 추진되었고 사업마다 역량강화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모두에게 익숙해 있는 하드웨어에 주민역량과 운영관리를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주민주도의 농촌발전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린뉴딜의 시대’에 부응하여, 하드웨어가 아니라 주민 조직화와 주민역량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농촌개발방식으로 농촌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해 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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