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정책 융복합, 어디까지 해 봤니?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0/04/17 10:31
- 조회 667
농촌정책 융복합, 어디까지 해 봤니?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5개 부처 ‘지역사회 정책연계’ 협약으로
주민주도 지역사업 추진기반 마련
농식품부가 정책 융복합 최전선에 서길
지난 3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5개 부처가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연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2018년 9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3개 부처가 체결한 “지역사회 중심의 자치·돌봄·재생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에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와 교육부가 추가로 참여해 협력사업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2009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 자율성을 확대한 포괄보조금제도를 도입한 이후, 주민과 지역사회 주도의 지역 활성화를 위해 범부처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5개 부처 업무협약은 농촌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포괄보조금제도를 통해 지자체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지역여건에 맞는 다양한 특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자체와 주민 대다수는 지역에 자율성이 확대되었다고 체감하지 못한다. 부처별 정책대상 공간과 주체 분할로 인한 비효율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기능별로 구분된 각 부처 정책을 농촌 공간과 주민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농촌지역, 특히 면지역 주민생활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초등학교는 폐교되었거나 폐교위기에 있고, 면단위 병원은 사라진 지 오래되어 보건지소 또는 보건진료소에 의존해야 하고, 고령자가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변변한 요양보호시설을 찾기 어렵다. 마을회관과 경로당 이외에 주민들이 여가생활을 향유할 문화·복지·체육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설령 문화복지회관을 마련해도 운영관리 주체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시설물 유지를 위한 재정 부담을 안고 있다. 최근 범정부차원에서 독려하고 있는 농촌 청년유입정책은 어떠한가? 각 부처별로 청년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읍면단위 농촌 공간에서 모아지고 융복합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당진시 면천면에서는 주민주도로 “진료는 당진에서 조제는 면천에서” 캠페인이 진행됐다. 지역에 하나 남은 약국을 살리기 위한 주민들의 자구책이다. 아산시 인주면에서는 지역농협이 요양병원을 짓겠다고 나섰지만, 의료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요양원으로 선회했다. 홍성군 홍동면에서는 주민 스스로 출자하여 의료생협방식으로 우리동네의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서천군 마산면에서는 폐교위기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들의 방과 후 학교를 책임지겠다고 학부모모임을 구성했다. 부처별로 추진하는 수많은 공모사업들은 농촌 현장에서 주민들의 이러한 절박한 활동에 어떠한 도움이 되었을까?
옥천군 안남면은 어머니학교, 방과후학교, 면내순회버스, 주민목욕탕,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주민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부처별 공모사업을 주민주도로 활용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한계를 절감했다. 부처별 사업지침에 따라 지자체에서 ‘A사업의 공간범위는 면지역 전체가 아니기 때문에 면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안 된다, B사업과 C사업은 부처가 다르니 사업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진행해야 한다’ 등등 오히려 농촌공간과 주민주도의 연계·협력을 저해한다. 행정은 안남주민들의 자치활동에 기반한 정책 융복합 노력을 격려하고 촉진하기 보다는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불편해한다. 그런데 이러한 안남면의 사례가 최근 주민주도 농촌개발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한국농어민신문 2020년 2월 11일자 참조)
이번 5개 부처 업무협약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주민주도의 지역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해 부처 간 사업을 연계하고, 협력 사업을 발굴·추진한다는 것이다. 2018년 3개 부처 업무협약을 통해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2018년부터 소규모 재생사업(행안부 협력형)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 최대 4억원으로 주민총회 등을 통해 주민이 제안하는 주민공동체 거점공간 조성 등 소규모 하드웨어사업과 주민소식지 발간 등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 등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는 읍면동 단위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대표기구(주민자치회)가 주도하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경험 축적을, 국토교통부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역량이 필요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잠재적 주체 형성을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중점 사업인 커뮤니티케어 역시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실질적인 성과 확보를 위해 주민대표기구 또는 다양한 지역주체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참여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협약에서 사회적 농업 영역만 포함해 다른 부처의 돌봄‧자치‧지역활성화 정책과 협력하기로 한 부문은 다소 아쉽다. 주민주도 상향식 농촌지역개발정책을 통해 읍면 중심지 기능을 회복시키고, 농촌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공공서비스를 집약·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농촌 현장에서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읍면지역이 당면한 산업·경제, 문화·복지·여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과제를 개별 주체들이 어느 부처 어떤 사업에 공모하여 추진할지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5개 부처 협약을 계기로 주민 간 연대·협력을 촉진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농촌사회 거버넌스(주민대표기구)를 구성하고, 지역사회 주도로 부처별 정책사업을 적극적으로 융복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최전선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279&fbclid=IwAR3SacDWlhLwe9EGjdvwtvwiaIXEReXxgzwgPakb1-bCiOFRQMCuIaiW6m4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5개 부처 ‘지역사회 정책연계’ 협약으로
주민주도 지역사업 추진기반 마련
농식품부가 정책 융복합 최전선에 서길
지난 3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5개 부처가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연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2018년 9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3개 부처가 체결한 “지역사회 중심의 자치·돌봄·재생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에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와 교육부가 추가로 참여해 협력사업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2009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 자율성을 확대한 포괄보조금제도를 도입한 이후, 주민과 지역사회 주도의 지역 활성화를 위해 범부처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5개 부처 업무협약은 농촌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포괄보조금제도를 통해 지자체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지역여건에 맞는 다양한 특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자체와 주민 대다수는 지역에 자율성이 확대되었다고 체감하지 못한다. 부처별 정책대상 공간과 주체 분할로 인한 비효율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기능별로 구분된 각 부처 정책을 농촌 공간과 주민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농촌지역, 특히 면지역 주민생활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초등학교는 폐교되었거나 폐교위기에 있고, 면단위 병원은 사라진 지 오래되어 보건지소 또는 보건진료소에 의존해야 하고, 고령자가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변변한 요양보호시설을 찾기 어렵다. 마을회관과 경로당 이외에 주민들이 여가생활을 향유할 문화·복지·체육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설령 문화복지회관을 마련해도 운영관리 주체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시설물 유지를 위한 재정 부담을 안고 있다. 최근 범정부차원에서 독려하고 있는 농촌 청년유입정책은 어떠한가? 각 부처별로 청년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읍면단위 농촌 공간에서 모아지고 융복합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당진시 면천면에서는 주민주도로 “진료는 당진에서 조제는 면천에서” 캠페인이 진행됐다. 지역에 하나 남은 약국을 살리기 위한 주민들의 자구책이다. 아산시 인주면에서는 지역농협이 요양병원을 짓겠다고 나섰지만, 의료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요양원으로 선회했다. 홍성군 홍동면에서는 주민 스스로 출자하여 의료생협방식으로 우리동네의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서천군 마산면에서는 폐교위기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들의 방과 후 학교를 책임지겠다고 학부모모임을 구성했다. 부처별로 추진하는 수많은 공모사업들은 농촌 현장에서 주민들의 이러한 절박한 활동에 어떠한 도움이 되었을까?
옥천군 안남면은 어머니학교, 방과후학교, 면내순회버스, 주민목욕탕,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주민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부처별 공모사업을 주민주도로 활용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한계를 절감했다. 부처별 사업지침에 따라 지자체에서 ‘A사업의 공간범위는 면지역 전체가 아니기 때문에 면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안 된다, B사업과 C사업은 부처가 다르니 사업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진행해야 한다’ 등등 오히려 농촌공간과 주민주도의 연계·협력을 저해한다. 행정은 안남주민들의 자치활동에 기반한 정책 융복합 노력을 격려하고 촉진하기 보다는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불편해한다. 그런데 이러한 안남면의 사례가 최근 주민주도 농촌개발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한국농어민신문 2020년 2월 11일자 참조)
이번 5개 부처 업무협약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주민주도의 지역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해 부처 간 사업을 연계하고, 협력 사업을 발굴·추진한다는 것이다. 2018년 3개 부처 업무협약을 통해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2018년부터 소규모 재생사업(행안부 협력형)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 최대 4억원으로 주민총회 등을 통해 주민이 제안하는 주민공동체 거점공간 조성 등 소규모 하드웨어사업과 주민소식지 발간 등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 등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는 읍면동 단위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대표기구(주민자치회)가 주도하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경험 축적을, 국토교통부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역량이 필요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잠재적 주체 형성을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중점 사업인 커뮤니티케어 역시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실질적인 성과 확보를 위해 주민대표기구 또는 다양한 지역주체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참여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협약에서 사회적 농업 영역만 포함해 다른 부처의 돌봄‧자치‧지역활성화 정책과 협력하기로 한 부문은 다소 아쉽다. 주민주도 상향식 농촌지역개발정책을 통해 읍면 중심지 기능을 회복시키고, 농촌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공공서비스를 집약·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농촌 현장에서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읍면지역이 당면한 산업·경제, 문화·복지·여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과제를 개별 주체들이 어느 부처 어떤 사업에 공모하여 추진할지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5개 부처 협약을 계기로 주민 간 연대·협력을 촉진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농촌사회 거버넌스(주민대표기구)를 구성하고, 지역사회 주도로 부처별 정책사업을 적극적으로 융복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최전선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279&fbclid=IwAR3SacDWlhLwe9EGjdvwtvwiaIXEReXxgzwgPakb1-bCiOFRQMCuIaiW6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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