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코로나19 그리고 농정이슈의 실종 | 김태연 단국대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0/04/06 16:18
- 조회 651
총선·코로나19 그리고 농정이슈의 실종
| 김태연 단국대 교수, 지역재단 이사
지난달 30일 파주시장의 페이스북에는 “방역에 혼신을 쏟아부은 파주시청 한 젊은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져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게 됐습니다”라는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게재됐다.
필자가 앞부분을 편집하긴 했지만, 이 슬픈 소식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복무하던 중 과로로 쓰러져 투병 중 사망하게 된 공무원의 정말 안타까운, 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이야기다. 그나마도 파주시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 전달되고 있을 뿐 파주시청 홈페이지에서조차도 해당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 어렵다. 현재 ASF는 지난 1월말부터 파주시, 연천군, 철원군, 화천군 등의 멧돼지 사체에서 총 467건이 발견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농가피해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멧돼지 사체에서 ASF가 발견되면서 전국적으로 메인 뉴스를 장식했던 상황에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국가적인 이슈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농업과 농촌에 관한 일들이 국민이나 일반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다. 우선,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농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각 후보의 대선 농정공약을 수립하는데 힘썼다. 그렇지만, 실제 대통령 후보들의 발언을 통해서 농정공약이 언론에서 주요 뉴스가 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방의회 의원과 지자체장 선거기 때문에 그나마 농정 관련 이슈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농정공약은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항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상 현재 총선에서 농정공약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단지 코로나19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기존부터 농민단체에서 줄곧 주장해 오던,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이슈를 전국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코로나19로 마련됐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전국적인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공청회와 세미나가 개최됐고, 이 자리에서 농민수당 도입 주장도 같이 제기되는 기회들이 몇 차례 있었다. 그리고 실제 경기도에서는 전체 도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정부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소득 하위 70% 기준 4인 가구에 지급한다고 밝히면서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농업계 내에서조차도 더 이상 그 논의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농정 관련 이슈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까? 무엇이 잘못돼 있고,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에 대해 농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무엇보다도, 농업·농촌과 국민들의 접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농민단체의 이해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실제, 농가소득의 증감 여부는 국민들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아무리 농가소득이 도시가계소득의 65%에 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애매한 데다 농가소득이 도시가계소득과 비슷해진다고 해서 국민들의 생활에는 무엇이 더 나아질지 그 연관성도 매우 불분명하다. 또한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과정에서도 농민들의 관심사는 농민들이 받는 수당액의 수준이겠지만, 국민들의 관심사는 농민이 제공하는 공익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있다. 즉, 농민이나 농업계의 이익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농업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바로 그 접점이 되는 이슈를 제기해야, 그제야 비로소 국민과 언론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사실, 최근 국민들의 관심을 끈 농업 관련 이슈들을 살펴보면, 살충제 계란 파동, 구제역, 조류독감 그리고 최근의 ASF 등 모두 농축산물의 안전성 및 신뢰 문제와 연결돼 있다. 그러고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요구와 농민의 이해를 잘 연결시켜야만 농업과 국민 간의 접점이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즉, 농민들이 농업생산과정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청결하게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깨끗하게 농촌환경을 관리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총선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방역과정에서도 농업·농촌·농민의 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사항이 될 수 있다.
이제 시작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들이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국민들에게 전달해 국민들의 예산부담을 가중시키는 공약보다는,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농민들에게 전달해 예산 지원으로 농민들이 이를 수행하고, 그 혜택을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모습이 전개되길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0537
| 김태연 단국대 교수, 지역재단 이사
지난달 30일 파주시장의 페이스북에는 “방역에 혼신을 쏟아부은 파주시청 한 젊은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져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게 됐습니다”라는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게재됐다.
필자가 앞부분을 편집하긴 했지만, 이 슬픈 소식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복무하던 중 과로로 쓰러져 투병 중 사망하게 된 공무원의 정말 안타까운, 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이야기다. 그나마도 파주시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 전달되고 있을 뿐 파주시청 홈페이지에서조차도 해당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 어렵다. 현재 ASF는 지난 1월말부터 파주시, 연천군, 철원군, 화천군 등의 멧돼지 사체에서 총 467건이 발견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농가피해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멧돼지 사체에서 ASF가 발견되면서 전국적으로 메인 뉴스를 장식했던 상황에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국가적인 이슈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농업과 농촌에 관한 일들이 국민이나 일반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다. 우선,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농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각 후보의 대선 농정공약을 수립하는데 힘썼다. 그렇지만, 실제 대통령 후보들의 발언을 통해서 농정공약이 언론에서 주요 뉴스가 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방의회 의원과 지자체장 선거기 때문에 그나마 농정 관련 이슈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농정공약은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항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상 현재 총선에서 농정공약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단지 코로나19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기존부터 농민단체에서 줄곧 주장해 오던,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이슈를 전국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코로나19로 마련됐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전국적인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공청회와 세미나가 개최됐고, 이 자리에서 농민수당 도입 주장도 같이 제기되는 기회들이 몇 차례 있었다. 그리고 실제 경기도에서는 전체 도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정부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소득 하위 70% 기준 4인 가구에 지급한다고 밝히면서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농업계 내에서조차도 더 이상 그 논의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농정 관련 이슈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까? 무엇이 잘못돼 있고,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에 대해 농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무엇보다도, 농업·농촌과 국민들의 접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농민단체의 이해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실제, 농가소득의 증감 여부는 국민들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아무리 농가소득이 도시가계소득의 65%에 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애매한 데다 농가소득이 도시가계소득과 비슷해진다고 해서 국민들의 생활에는 무엇이 더 나아질지 그 연관성도 매우 불분명하다. 또한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과정에서도 농민들의 관심사는 농민들이 받는 수당액의 수준이겠지만, 국민들의 관심사는 농민이 제공하는 공익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있다. 즉, 농민이나 농업계의 이익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농업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바로 그 접점이 되는 이슈를 제기해야, 그제야 비로소 국민과 언론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사실, 최근 국민들의 관심을 끈 농업 관련 이슈들을 살펴보면, 살충제 계란 파동, 구제역, 조류독감 그리고 최근의 ASF 등 모두 농축산물의 안전성 및 신뢰 문제와 연결돼 있다. 그러고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요구와 농민의 이해를 잘 연결시켜야만 농업과 국민 간의 접점이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즉, 농민들이 농업생산과정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청결하게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깨끗하게 농촌환경을 관리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총선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방역과정에서도 농업·농촌·농민의 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사항이 될 수 있다.
이제 시작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들이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국민들에게 전달해 국민들의 예산부담을 가중시키는 공약보다는,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농민들에게 전달해 예산 지원으로 농민들이 이를 수행하고, 그 혜택을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모습이 전개되길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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