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그리고 광우병 |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이사,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 작성일2020/03/0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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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그리고 광우병
박진도 | 지역재단 상임이사,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정부가 지난 7일 국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제출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한미 FTA 국회 비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FTA 반대여론 죽이기 심각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 때문에 이 정부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부터 이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임기 내에 끝낼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는 한미 FTA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 뒤풀이 오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미국의 비준이 어려운 상황이고 우리의 비준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가 할 도리는 다 해야 되지 않겠냐……. 우리로서는 반드시 비준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표현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뚝심(?)과 여유조차 느껴진다.
이런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한미 FTA 9월 정기국회 비준을 적극 지지하고 있고, 손학규, 정동영 등 대통합민주신당의 유력 후보들도 모두 정기국회 처리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 FTA에 관한 한 이 정부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튼튼하게 밀어주고 있고, 한미 FTA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훨씬 높지 않은가.
한미 FTA에 대한 여론은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찬반이 적어도 팽팽하거나 반대가 높았다. 그렇지만 협상이 타결된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국민들의 포기 심리, 막연한 기대감이 겹쳐 찬성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해에만 정부는 한미 FTA를 위해 111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반면에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일체 금지하고, 심지어 반대광고 방송조차 불허하였다.
국민 먹을거리 안전성 위협 외면
대통령은 “협상이 끝나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반대하는 이들과 밤샘 토론을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일체의 토론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회 비준을 올리기 전에 충분한 토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이미 도장을 찍어놓고 바꿀 순 없다”는 ‘오불관언’하는 태도를 보인다.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 속에 적지 않은 국민들은 한미 FTA가 되면 ‘미국 차 타고 출퇴근하며, 저녁에는 캘리포니아 와인에 곁들여 스테이크를 실컷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을 미국 명문대학 우리나라 분교에서 공부시키고, 비자 없이 미국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국민의 10% 아니 그 미만일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한미 FTA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다. 미국 쇠고기의 수입 재개 과정을 보면 한미 FTA 이후의 험난한 우리의 앞날을 예견할 수 있다.
2003년 말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미국 쇠고기는 한미 FTA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2006년 1월 수입이 재개됐다. 그러나 미국 측이 ‘30개월령 미만 뼈 없는 쇠고기’라는 수입조건을 계속 어겨 쇠고기 수입이 일시 중단됐으나, 지난 3월말 한미 FTA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로 ‘합리적 재조정’을 약속해 수입이 재개됐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미국 쇠고기에서 뼛조각에 이어 척추 뼈 그리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등뼈가 계속 발견됐다. 당연히 미국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어야 할 정부는 사실 은폐에 급급하며 ‘검역중단’이라는 미봉책을 취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한술 더 떠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 쇠고기 수입의 전면개방을 압박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한미 FTA 미 의회 비준을 앞세운 협박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협박에 굴복해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 미국 쇠고기 개방을 갈비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미 FTA는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는커녕 국가의 검역주권과 국민의 먹을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 FTA는 거침없이 추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99년 광우병의 발생으로 영국에서 35명이 죽고, 영국민들이 광우병 공포로 떨고 있을 때도 영국의 상류층은 광우병 위험이 전혀 없는 최고급 앵거스(스코틀랜드 동부지방) 스테이크를 즐겼다.
누구를 위한 FTA인지 물어보길
대선 후보들은 한미 FTA 국회 비준에 찬성하기 이전에 ‘한미 FTA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그리고 국민의 적어도 30%는 한미 FTA를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고, 찬성하는 국민들의 상당수도 한미 FTA의 진실을 알게 되면 반대 여론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글은 2007년 9월 10일 농어민신문에 등재된 것입니다.
박진도 | 지역재단 상임이사,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정부가 지난 7일 국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제출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한미 FTA 국회 비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FTA 반대여론 죽이기 심각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 때문에 이 정부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부터 이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임기 내에 끝낼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는 한미 FTA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 뒤풀이 오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미국의 비준이 어려운 상황이고 우리의 비준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가 할 도리는 다 해야 되지 않겠냐……. 우리로서는 반드시 비준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표현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뚝심(?)과 여유조차 느껴진다.
이런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한미 FTA 9월 정기국회 비준을 적극 지지하고 있고, 손학규, 정동영 등 대통합민주신당의 유력 후보들도 모두 정기국회 처리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 FTA에 관한 한 이 정부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튼튼하게 밀어주고 있고, 한미 FTA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훨씬 높지 않은가.
한미 FTA에 대한 여론은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찬반이 적어도 팽팽하거나 반대가 높았다. 그렇지만 협상이 타결된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국민들의 포기 심리, 막연한 기대감이 겹쳐 찬성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해에만 정부는 한미 FTA를 위해 111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반면에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일체 금지하고, 심지어 반대광고 방송조차 불허하였다.
국민 먹을거리 안전성 위협 외면
대통령은 “협상이 끝나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반대하는 이들과 밤샘 토론을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일체의 토론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회 비준을 올리기 전에 충분한 토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이미 도장을 찍어놓고 바꿀 순 없다”는 ‘오불관언’하는 태도를 보인다.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 속에 적지 않은 국민들은 한미 FTA가 되면 ‘미국 차 타고 출퇴근하며, 저녁에는 캘리포니아 와인에 곁들여 스테이크를 실컷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을 미국 명문대학 우리나라 분교에서 공부시키고, 비자 없이 미국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국민의 10% 아니 그 미만일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한미 FTA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다. 미국 쇠고기의 수입 재개 과정을 보면 한미 FTA 이후의 험난한 우리의 앞날을 예견할 수 있다.
2003년 말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미국 쇠고기는 한미 FTA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2006년 1월 수입이 재개됐다. 그러나 미국 측이 ‘30개월령 미만 뼈 없는 쇠고기’라는 수입조건을 계속 어겨 쇠고기 수입이 일시 중단됐으나, 지난 3월말 한미 FTA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로 ‘합리적 재조정’을 약속해 수입이 재개됐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미국 쇠고기에서 뼛조각에 이어 척추 뼈 그리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등뼈가 계속 발견됐다. 당연히 미국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어야 할 정부는 사실 은폐에 급급하며 ‘검역중단’이라는 미봉책을 취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한술 더 떠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 쇠고기 수입의 전면개방을 압박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한미 FTA 미 의회 비준을 앞세운 협박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협박에 굴복해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 미국 쇠고기 개방을 갈비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미 FTA는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는커녕 국가의 검역주권과 국민의 먹을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 FTA는 거침없이 추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99년 광우병의 발생으로 영국에서 35명이 죽고, 영국민들이 광우병 공포로 떨고 있을 때도 영국의 상류층은 광우병 위험이 전혀 없는 최고급 앵거스(스코틀랜드 동부지방) 스테이크를 즐겼다.
누구를 위한 FTA인지 물어보길
대선 후보들은 한미 FTA 국회 비준에 찬성하기 이전에 ‘한미 FTA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그리고 국민의 적어도 30%는 한미 FTA를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고, 찬성하는 국민들의 상당수도 한미 FTA의 진실을 알게 되면 반대 여론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글은 2007년 9월 10일 농어민신문에 등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