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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쌀산업 첨단기술혁신만이 우리 농업의 살길이다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명예이사장
    • 작성일2019/12/16 11:03
    • 조회 654
    쌀산업 첨단기술혁신만이 우리 농업의 살길이다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명예이사장

    개도국 지위포기…정책보완 시급 쌀 생산비 절감 위한 ICT 도입 필요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포기 결정을 둘러싼 논의들이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고 있어 시급한 정책보완이 요구된다.

    정부는 장기간 중단된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의 재개 여부가 불확실하고, 미래의 WTO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한 만큼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WTO에 국한해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쌀 등 민감품목의 고관세와 감축대상 보조금인 농업보조총액(AMS) 등 개도국 특혜라는 보호막이 언제까지나 우리 농업을 지켜줄 것이라는 안이한 기대는 금물이다. 냉엄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우리 앞에는 미국·유럽연합(EU) 등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이행과정에서의 추가적인 시장개방과 무역흑자 상대국들에 무차별적인 관세무기화를 불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이 놓여 있다. 올 9월 체결된 미·일 무역협정에서 미국은 밀월관계에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7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 시장개방을 이끌어냈다. 현재 38.5%인 미국산 쇠고기의 관세율은 협정이 발효되는 2020년에는 25.8%, 2033년에는 9%로 떨어진다.

    최근 방위비 분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등의 문제로 한·미 동맹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지금 미국의 일방조치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쌀 등 민감분야 보호 ▲피해보전대책 마련 ▲농업경쟁력 제고대책 추진이라는 3대 정책방향이 별로 신선하지 못하다는 것은 농민단체들의 반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농업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기 위해 제시한 ▲소득·경영 안정의 적극 지원 ▲국산 농산물의 수급조절 강화 ▲청년농 육성 지원 적극화 등의 시책에선 정책 틀의 전환을 실감케 하는 내용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최근 정부의 시책 중 한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시설원예 중심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시범사업에 이어 밭농업을 대상으로 한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이 내년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 농업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쌀농업의 첨단기술혁신을 제외한 경쟁력 강화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근년의 무리한 쌀값 지지정책으로 시장원리가 크게 왜곡되고 있는 우리 쌀산업이 개방을 요구받는 대외환경 속에서 계속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받을 수 있을지 냉정하게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인근 쌀 주식 국가인 일본이나 대만은 쌀산업의 혁신을 위한 첨단기술체계의 현장시험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쌀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쌀 생산비를 40% 절감한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어 2016년 ‘신산업구조비전’에서 로봇·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4차산업혁명이 실현되면 농업부문의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2.7%씩 성장해 현재의 약 5조엔 수준에서 10년 후에는 6.5조엔으로 30%가량 증가할 것이란 추정치를 제시했다.

    일본 쌀농업 현장에서도 농기계 제조업체, 벤처기업, 이동통신사간의 제휴를 통한 IoT 대응 곡물수확 콤바인의 도입으로 선진적인 독농가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15% 높이고 밥맛을 크게 개선하거나, 센서를 이용해 논의 물관리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 등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농업경쟁력의 핵심요소인 쌀 생산비 절감을 위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도입을 더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선진적 생산자를 포함해 관련 분야 전문가를 망라한 쌀산업 첨단기술혁신 협의기구를 구성해 현장실증사업에 조속히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

    출처- 농민신문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RPT/318017/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