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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남북한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길 있다 |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지역재단 고문
    • 작성일2017/01/27 10:24
    • 조회 650
    남북한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길 있다
    |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지역재단 고문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탄핵으로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일찍 다가올 모양이다. 출사표를 밝힌 후보들이 벌써 일곱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콘텐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한반도의 현안인 남북간 평화체제 구축과 공정(公正)사회 건설을 이룩하겠다는 새 세상을 꾸릴 청사진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 정치개혁 과제에 못지않게 심각하고 중요한 과제가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는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후보들의 공식적인 정책 준비와 공약 발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남북한간 신뢰회복과 교류협력 증진의 기본방향을 필자의 십여차례의 방북 경험에 기반하여 요약 소개하고자 한다. 

    실낙원(失樂園)의 별: 금강산과 개성에서 거둔 성과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기 전 2007년까지 북녘 땅에 갈 때마다 필자는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기어코 들르는 곳이 농업기관, 묘목원, 농촌 농가 농장 등이다. 그중에도 금강산 일대와 개성공단 인근의 남북한 농업합작사업장 방문이 대표적이다. 민간 차원에서 정부의 간접지원을 받은 통일농수산사업단(남측 대표 이우재와 이병호)이 2005년부터 북측 농업성 농업과학원의 후원으로 금강산 삼일포와 금천리등 2500여 핵타아르(㏊), 4천여 가구의 11개 협동농장에서 농업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던 현장도 금강산에 나무심기를 겸해 수차례 방문하였다. 남측 전문가의 기술지도와 자재 지원하에 벼농사를 비롯 보리·밀 재배, 옥수수와 콩 농사, 봄 감자, 김장채소, 과채류와 고등원예 및 양돈사업, 기타 누에, 양봉 등을 망라하고 있었다. 유기농 전문가 이○○ 선생을 파견 농부로 모시어 비닐하우스 농법과 유기농 농법도 전수하고 있었다. 삼일포 일대의 협력사업이 초기부터 망외의 큰 성과를 내어 2007년부터는 개성 송도리 협동농장 등으로 까지 확대되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의 등장하면서 전면 중단되기까지의 3년간의 성과는 실로 눈부시어 장차 북쪽 식량ㆍ농업 발전의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획기적인 희망을 갖게 하였다. 
    비교적 농사 짓기가 불리한 동해안의 금강산 지역을 포함하여 서해안지방의 개성 등 두 지역의 벼농사 협력 성과를 보면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30-33%나 증가하였고, 밭작물은 거의 50%의 증산을 기록하였다. 이는 세계적으로 단위면적당 토지생산성이 최고위 수준으로 아주 높은 남한 농업의 토지생산성에 견주어 약 90% 수준에 달하였다. 이외에도 2모작이 가능한 면적이 금강산 지역에서만 그 이전에 비해 3배나 늘어났다. 선진농법과 농자재 그리고 농업기계화에 의한 적기적산(適期適産)의 효과이다. 양돈사업을 통해서는 자체적인 유기질 비료(퇴비) 조달도 가능해졌다. 문자 그대로 실낙원(失樂園)에 별이 뜨고 있었다.
    그러나 UN/FAO 의 최근 추정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현재 식량총생산량이 정곡기준 480만 톤(t) 내외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식량수요량 650만 톤에 크게 미달한다. 그래도 식량자급율은 남한의 22.4% 보다 훨씬 높은 약 73.8% 정도이다. 북한 주민을 근근히 먹여살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양곡 수요량을 550만 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연간 약 70만 톤 안팎이 부족하다. 그러나 외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족분의 식량을 제대로 사들여오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해마다 굶주리는 사람이 속출하고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아주 심각하다고 국제식량계획기구가 보고하고 있다. 이명박근혜 두 대통령은 재임기간 비료 한 바가지, 쌀 한톨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러할 때 금강산과 개성지역의 협동농장에서 거둬들인 2005-2007년 3년간의 공동협력 성과는 남북협력의 큰 가능성과 전망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협력사업을 북한 전 지역의 논과 밭에 적용할 때 북한은 필요한 식량을 거뜬히 자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 상대방에게도 일부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논 면적이 남한보다는 적지만, 밭 면적이 훨씬 커서 총경지 면적이 남한보다 21만 핵타아르(12.5%)나 더 넓다. 거기에 기후온난화로 2모작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져 남한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북한주민들을 ‘이팝에 고기국‘을 배불리 먹게 해줄 날이 멀지 않았음을 전망할 수 있었다.

    신뢰형성의 근본: 식량·농업 협력 

    대저 분단된 나라에서 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간의 ‘신뢰(信賴)‘관계를 튼튼히 쌓는 일이 필수적이다. 신뢰관계는 단순히 ‘비핵 3000‘ 운운하며 "나를 믿어주세요."라는 말과 같은 헛된 구호로는 불가능하다. "자주 오고 가고, 만나고, 주고받고 나누는 과정에서 신뢰의 싹이 트고 자라는 것"이다. 없는 측에 대하여 있는 측이 먼저 손길을 내밀어 조건없이 나누고 돕는 곳에 믿음이 싹트는 것이다. 그것은 만고불변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불화하던 형제간에도 또는 서로 싸우던 지역 간, 조직 간, 모든 인간관계에서 배려(care)와 나눔(sharing)이 먼저여야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남북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현안문제를 논의하고 협상을 하여야 진정성 있는 양보와 타협이 가능하다. 신뢰는 인권과 인도주의의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문제, 즉 배고픔과 가난으로부터 상대측을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바꾸어 말해, 남북관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의 재개는 인도주의와 생태주의 차원의 식량・농업분야의 협력부터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남쪽에도 도움이 되는 대북 농림수산 분야 협력사업을 가리킨다. 
    남북한 간의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핵문제 인권문제 등 거창하고 장기적인 정치 군사 부문의 합의도 가능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와 민생살리기에 기반한 남북간 식량·농업 협력이 우선돼야함을 뜻한다. 고기 낚는 방법과 수단의 제공은 그 다음에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든지 남북경제연합 또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등도 그 다음, 다음에 협의될 사안이다. 

    남북한 간 상호이익이 되는 분야부터 시작해야 

    이미 통일농수산 사업단이 금강산과 개성 지역에서 시범을 보인 식량·농업 협력사업을 북한 전역으로 확대할 의지를 남측이 확실히 보일 때에 비로소 ‘신뢰 프로세스‘가 형성되고, 문재인, 안철수 등 한 때의 대선 후보가 역설한 5대 협력사업 또는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도 지속적인 남북한간 식량·농업 협력의 바탕 위에서만이 선순환의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왜들 이런 기본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너무 작은 사안이라고 깔보다가는 1% 부족으로 모처럼 엮은 남북간 협력 무드가 깨지기 일쑤이다. 
    이미 중국이 북한의 각종 광산과 광물성 자원을 독점적으로 장악한 배경에는 식량과 농업협력분야에서 중국이 북측의 신뢰를 먼저 얻은데서 가능했다. 이미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선 560해의 농지에 고효율 농업시범지구를 중국의 베이다황(北大荒) 그룹이 지원하고 있다.
    남북한 간 상호 이익이 되거나 도움이 되는, 그리하여 장차 남북 신뢰관계 형성에 근간이 되는 농림수산 분야 협력사업들을 열거하자면 부지기수이다. 북한에 식목사업과 양묘사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산림분야 협력은 국제적으로 탄소배출권을 우리나라가 행사하는 꿩 먹고 알 먹는 사례이다. 국내 환경오염 대처 차원에서 남한에 넘쳐나는 가축분뇨와 남은 음식 등을 활용해 만든 유기질퇴비를 북한에 보내기 운동 역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환경 및 농업 분야 협력사업이다. 그밖에 남측의 선진 영농기술지원, 비닐하우스 고등원예 사업 및 양돈 등 축산분야(한우 및 산양 등 풀사료 가축)에서의 협력은 서로 간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남북은 남쪽의 쌀농사, 북쪽의 밭농사로 서로 보완관계를 이뤄왔으나, 지금은 둘다 저조하다. 보완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또한 수산분야 중에서 공동 양식어장 사업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대단히 유망한 협력분야이다. 남측의 기술과 자재 제공과 북측의 노동력 및 무오염의 연안 바다 제공으로 막대한 어패류와 해조류 생산이 가능하다. 그 판매처와 수출 가능성도 막대하다. 

    *프레시안 2017.01.27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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