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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마을의 사회적경제로 공생의 사회를 만들자 | 이창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사무국장 
    • 작성일2017/01/01 10:25
    • 조회 682
    마을의 사회적경제로 공생의 사회를 만들자
    | 이창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사무국장 


    전북 진안의 어느 한 산골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10년 혹은 20년 후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장기적으로 마을의 모습을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농촌의 경제가 침체되어서 살기 어렵고, 미래를 알 수 없게 된 줄만 알았다. 그래서 친환경 생산자모임을 만들어서 생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데에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그들은 오래지 않아 우리 마을의 침체가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로써 주민들은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져 있는 서로의 삶과 감성을 발견하였고, 돈의 관점이 아니라 ‘생명의 관점’, ‘삶의 관점’에서 마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서로의 삶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내기 위한 일환으로 ‘마을학교’와 ‘마을박물관’ 활동을 추진하였다. 마을학교는 폐교된 초등학교 분교 건물을 활용해서 한글반, 컴퓨터반, 도예반, 이야기반 등을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학교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18권 분량의 ‘마을주민 자서전’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이 자서전으로 자신들의 삶을 담은 책이나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 했다.

    마을박물관의 주제는 ‘오래된 길, 미래를 열다’이다. 대부분 주민들의 사연이 담겨있는 오래된 물건들이나 사진들이 전시되어있다. 그래서 마을박물관은 마을주민들에게 더 의미가 있는 곳이다. 삶의 애환이 묻어 있는 오래된 길을 돌아보며, 마을의 미래를 자존감 있게 열어가고자 하는 그들만의 통로 같은 곳이라고 할까? 마을 주민들은 이 과정을 통하여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물로 가득 차 있는 서로의 삶을 하나씩 엮어 나가며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느껴갔다. 이렇게 마을주민들이 서로 ‘가슴언어’를 나누면서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 마을은 도시에도 알려져 많은 이들이 견학을 오는 곳으로 변모했다. 마을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독립된 세련미를 자랑하는 건물도 없을뿐더러 요란한 마을치장도 없지만 주민들이 서로의 삶을 엮어 가면서 도시민들과도 기꺼이 동행할 수 있는 마을과 지향이 있을 뿐이다.그리고 그 마을은 이미 사람들과 동행의 과정을 거쳐 어느새 행복한 미래를 여는 곰삭은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산골마을은 나름 주어진 여건에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하여 매력을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도시에서도 인적, 물적 토대를 기반으로 구성원들의 가치와 지향이 반영되는 세련되고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다. 도시의 훌륭한 사례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산골마을의 사례를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마을과 사회적경제가 공생의 사회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서 농촌에서도 능력껏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서다. 이미 마을 만들기나 사회적경제 영역은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가동 되고 있고 매년 정기적인 행사나 회합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구체적인사업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해당 영역 활동가들에게 바라는 바는 서울과 지방 또는 도시와 농촌이 좀 더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공동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동행의 과정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심각한 단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 만들기와 사회적경제는 그 어느 영역의 활동보다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션을 더 중요하게 안고 있다. ‘공동체 경제와 자치’, ‘신뢰와 협력의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산발적인 교류보다 마을 만들기나 사회적경제 조직 등의 역할이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7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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