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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 성공할 샌더스가 필요하다. |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6 10:08
    • 조회 642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 성공할 샌더스가 필요하다.
    |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문재인 전 대표가 위험하다.

    나는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줄 곧 예측했다. 성추행 막말 논란이 일어 마치 언론들이 클린턴으로 대선이 끝난 것처럼 떠들어 될 때도 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나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미국과 전 세계에 더 큰 재앙을 가져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쫓겨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는 무엇인가. 직관이다.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1년 초에 있었던 미국에서의 occupy 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처음에는 ‘Occupy Wall Street‘로 시작해서 ’Occupy Washington D.C‘로 발전하였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범인 금융대자본이 지배하는 미국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거부 운동이었다면, ‘워싱턴을 점령하라’는 이러한 초국적 대자본이 지배하는 경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 시스템에 대한 거부 운동이었다. 다시 말해, occupy운동은 미국의 경제 시스템과 정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occupy 운동 이후에도 미국의 경제체제와 정치체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오바마 민주당 정부는 몇몇 지엽말단적인 립서비스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트럼프 당선은 이러한 민주당과 클린턴에 대한 심판이다. 미국사람들의 눈에 클린턴은 너무 익숙한 기득권 정치지도자이다. 그녀는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성 정치인에 불과하였다. 미국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였지만 그녀에게서는 변화의 싹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단아 트럼프를 선택한 것이다. 성추행 전력이 있고 막말하는 인종주의자일지라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확 바뀔 것을 기대한 것이다. 말하자면 많은 미국 사람들은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트럼프를 선택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미국의 주류 언론의 편파적인 클린턴지지 보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도 기회는 있었다. occupy 운동은 미 대선에서 샌더스 현상으로 나타났다. 변화를 원하는 많은 미국사람들이 그를 적극 지지하였다. 그러나 그는 실패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 그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단언컨대 샌더스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다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미국을 보다 나은 나라로 이끌었을 것으로 믿는다.

    자, 이제 눈을 우리나라로 돌려보자. 나는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예측하였다. 많은 사람과 언론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할 때에도 나는 여소야대를 예측하였다. 정치에 문외한인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직감이다. 야당이 무능하고 지리멸렬하지만,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3년 악정에 대해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 믿었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분노가 너무 크고 변화에 열망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 이상으로 야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소야대 이후 야당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마치 총선 승리가 자기들의 전리품인 것처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박정권의 악정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드디어 폭발하였다. 수만명으로 시작한 성난 시민들의 집회는 수십만으로 그리고 드디어 백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념과 세대 그리고 지역을 초월하여 모든 국민들이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나는 머지않아 박근혜는 퇴진하고 조기대선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피와 땀의 대가를 마치 자기들의 전리품인양 벌써부터 정권을 잡은 양 기고만장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분노와 변화의 열망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 것인가.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행보가 조금 이상하다. 대규모의 싱크탱크를 조직하여 ‘국민성장’을 우리 사회의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로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나왔을 때, 안보가 염려스럽다고 전방을 시찰하였다. 모두 중도성향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중도성향이란 언론의 교묘한 민심 왜곡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좌파든 우파든 중도파든 모두 현재의 정치경제 질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의 내용과 방향이 무엇인가에 따라 사람들의 표심이 움직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우든 좌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전과 질서를 제시하고 국민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는 측이 승리할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전대표는 ‘성장과 안보’라는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사태를 관망하는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변해야 한다. 그를 둘러싼 민주당 주류가 국민들에게 익숙한 기득권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도 자신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고 새로운 비전을 올바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 안보라는 보수의 프레임으로는 대선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전대표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민주당 주류가 그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마치 클린턴이 민주당 주류의 지원으로 후보가 된 것처럼.. 우리에게는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 샌더스가 필요하다. 실패한 샌더스가 아니라, 성공할 샌더스를. 문재인 전 대표 스스로 샌더스가 되든지 아니면 우리는 새로운 샌더스를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


    *2016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