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 작성일2020/03/06 09:38
- 조회 618
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지난 6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는 어려운 농업․농촌 여건에 비추어 농협 임직원 연봉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여야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은 "농협에 5·6급으로 입사해 4급 이상 차장만 돼도 연봉이 1억 가까이 된다"고 밝히면서 농협 기관장과 임직원 연봉 수준이 지나치게 높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중앙회 임직원 2,262명 중 86%(1,952명)가 특별상여금을 포함한 연봉을 9천만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주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상반기 농협중앙회 부채액이 108조 3,852억원에 달했는데, 회장 연봉은 공기업 중에서도 높은 수준인 3억 6천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면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의 작년 기관장 평균 연봉이 1억 5,433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농협 기관장의 연봉은 매우 높다"며 "310개 전체 공기업 기관장 연봉과 비교해 보면 4∼5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중앙회장 직선제로 개선 목소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각급 임직원들은 왜 이렇게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을까. 이것이 정당한 것일까. 이러한 구조를 계속 유지시켜 나가야 할까. 여러 가지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를 깨치고 농협이 진정으로 조합원 농민의 이익을 반영하는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중앙회장의 선출방식 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온 주장 중에 하나가 ‘중앙회장 직선제’이다.
지난 9월7일, 입법정책전문연구기관인 (주)한국입법정책연구원과 리서치미디어스가 공동으로 발표한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표에 따르면, 농협개혁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53.8%는 ‘전국 단위농협 전체 조합원의 직접 참여를 통한 선출 방식’이 가장 타당하다고 응답한 반면 ‘전국 단위농협 조합장 참여를 통한 선출 방식’(23.3%)이나 현행과 같은 ‘일부 대의원 조합장만 참여하는 선출 방식’(6.5%) 등은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잘 모름 16.3%).
막대한 비용·부작용 등 우려도
그동안 우리는 몇 차례에 걸쳐 중앙회장의 선출방식을 바꾸어 왔는데, 현행 방식(대의원 조합장에 의한 간선방식)은 2009년 농협법 개정 이후부터 채택된 제도이다. 문제는 현행의 선출방식이 조합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체로서 협동조합의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288명의 대의원조합장들이 총회에서 중앙회장을 선출하고 있지만 대의원 조합장들 자체가 사실상 중앙회의 관리대상이며, 각종 자금지원 등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어 대의원으로서 공정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되었던 회원조합장의 직접투표 방식 역시 많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농협개혁에 대한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되는 방식으로 중앙회장 선출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즉, 중앙회장 직선제는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여 중앙회의 권력화를 방지하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운영 등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데 있어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중앙회는 ‘조합원’을 회원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조합(회원조합)’을 회원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조합원’은 회원을 대표하는 중앙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중앙회장을 직선제로 한다면 농민조합원이 지지하는 후보 보다는 정치적인 역학 관계에 의해 농민조합원의 의사와는 유리된 유력인사가 중앙회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크고, 조합원 직선에 의해 선출된 중앙회장이 막강한 힘을 갖게(권력화) 됨으로써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며, 선거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대안으로 ‘예비선거제‘ 검토를
그렇다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농민조합원의 이익과 의사를 대변하는 중앙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 대선의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 혹은 예비선거제도를 원용하는 방식이다. 먼저, 중앙회장 입후보자에 대하여 각 조합별로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사전절차(후보자에 대한 조합원들의 선거)를 거치고, 조합별 의견을 모아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현행의 대의원제도나 과거의 ‘조합장 직선제’가 갖는 한계(조합원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함)를 보완하면서도 중앙회장 직선제로 인한 여러 가지 우려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계 법령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수렴과 국민적 공감대 확보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현행의 임직원 중심의 농협을 어떻게 조합원 중심의 농협으로 개혁해 나갈 것인가이다. 중요한 것은, 현학적인 언변과 현실적인 우려를 과장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려는 그릇된 세력을 제어하고, 농민조합원 중심의 농협을 만들어 가려는 우리 모두의 의지이다.
*한국농어민신문 2015-10-16 게재 글입니다.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지난 6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는 어려운 농업․농촌 여건에 비추어 농협 임직원 연봉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여야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은 "농협에 5·6급으로 입사해 4급 이상 차장만 돼도 연봉이 1억 가까이 된다"고 밝히면서 농협 기관장과 임직원 연봉 수준이 지나치게 높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중앙회 임직원 2,262명 중 86%(1,952명)가 특별상여금을 포함한 연봉을 9천만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주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상반기 농협중앙회 부채액이 108조 3,852억원에 달했는데, 회장 연봉은 공기업 중에서도 높은 수준인 3억 6천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면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의 작년 기관장 평균 연봉이 1억 5,433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농협 기관장의 연봉은 매우 높다"며 "310개 전체 공기업 기관장 연봉과 비교해 보면 4∼5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중앙회장 직선제로 개선 목소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각급 임직원들은 왜 이렇게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을까. 이것이 정당한 것일까. 이러한 구조를 계속 유지시켜 나가야 할까. 여러 가지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를 깨치고 농협이 진정으로 조합원 농민의 이익을 반영하는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중앙회장의 선출방식 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온 주장 중에 하나가 ‘중앙회장 직선제’이다.
지난 9월7일, 입법정책전문연구기관인 (주)한국입법정책연구원과 리서치미디어스가 공동으로 발표한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표에 따르면, 농협개혁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53.8%는 ‘전국 단위농협 전체 조합원의 직접 참여를 통한 선출 방식’이 가장 타당하다고 응답한 반면 ‘전국 단위농협 조합장 참여를 통한 선출 방식’(23.3%)이나 현행과 같은 ‘일부 대의원 조합장만 참여하는 선출 방식’(6.5%) 등은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잘 모름 16.3%).
막대한 비용·부작용 등 우려도
그동안 우리는 몇 차례에 걸쳐 중앙회장의 선출방식을 바꾸어 왔는데, 현행 방식(대의원 조합장에 의한 간선방식)은 2009년 농협법 개정 이후부터 채택된 제도이다. 문제는 현행의 선출방식이 조합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체로서 협동조합의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288명의 대의원조합장들이 총회에서 중앙회장을 선출하고 있지만 대의원 조합장들 자체가 사실상 중앙회의 관리대상이며, 각종 자금지원 등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어 대의원으로서 공정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되었던 회원조합장의 직접투표 방식 역시 많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농협개혁에 대한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되는 방식으로 중앙회장 선출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즉, 중앙회장 직선제는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여 중앙회의 권력화를 방지하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운영 등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데 있어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중앙회는 ‘조합원’을 회원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조합(회원조합)’을 회원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조합원’은 회원을 대표하는 중앙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중앙회장을 직선제로 한다면 농민조합원이 지지하는 후보 보다는 정치적인 역학 관계에 의해 농민조합원의 의사와는 유리된 유력인사가 중앙회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크고, 조합원 직선에 의해 선출된 중앙회장이 막강한 힘을 갖게(권력화) 됨으로써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며, 선거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대안으로 ‘예비선거제‘ 검토를
그렇다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농민조합원의 이익과 의사를 대변하는 중앙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 대선의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 혹은 예비선거제도를 원용하는 방식이다. 먼저, 중앙회장 입후보자에 대하여 각 조합별로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사전절차(후보자에 대한 조합원들의 선거)를 거치고, 조합별 의견을 모아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현행의 대의원제도나 과거의 ‘조합장 직선제’가 갖는 한계(조합원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함)를 보완하면서도 중앙회장 직선제로 인한 여러 가지 우려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계 법령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수렴과 국민적 공감대 확보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현행의 임직원 중심의 농협을 어떻게 조합원 중심의 농협으로 개혁해 나갈 것인가이다. 중요한 것은, 현학적인 언변과 현실적인 우려를 과장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려는 그릇된 세력을 제어하고, 농민조합원 중심의 농협을 만들어 가려는 우리 모두의 의지이다.
*한국농어민신문 2015-10-16 게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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