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조합장 선거,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 작성일2020/03/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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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조합장 선거,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지난 11일은 올 3월 11일에 치러진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공소시효 만료일이었다. 13일, 대검찰청은 전국 1326개의 조합장 선거와 관련, 공소시효 만료일인 11일까지 모두 1334명을 입건하고 847명을 기소(81명 구속)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사람 가운데 당선자는 157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11.8%에 달하며, 그 중 19명은 구속됐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당선무효가 되는데, 현재 당선자 19명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고 앞으로 이러한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입건된 선거사범은 금품선거사범이 56.1%로 가장 많았고, 흑색선거사범 14.3%, 사전선거운동 12.7%였으며, 전체 입건자 수는 2009∼2010년 선거 때(1,650명 입건) 보다 감소했지만, 기소된 당선자는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가짜 조합원 둔채 선거사범만 처벌
사실, 어느 선거나 선거가 끝나면 많은 선거사범이 입건되고, 법적인 처벌을 받아 왔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그 자리를 원하는 후보자는 많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하고, 그 자리를 얻기 위한 불법과 편법은 항상적으로 존재해 왔다. 따라서 이번 3.11 조합장 선거에 여러 선거사범이 입건되었다는 것 그 자체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러한 불법과 편법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를 되돌아보고, 향후 그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썩은 뿌리 놔두고 싹만 자르는 격
이러한 시각에서 이번 3.11 조합장 선거를 되돌아본다면 먼저, 3.11 조합장 선거의 불법과 편법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거나 용인한 주체를 밝혀서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는 조합장 동시선거가 있기 이틀 앞둔 지난 3월 9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무자격 깡통조합원이 포함된 선거인명부로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이를 방조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조합으로 인해 부정선거가 불가피하다”며 무자격 조합원 정비 등 제대로 된 선거를 위해 선거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선거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후보자의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불법이나 편법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다. 선거제도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무력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이번 검찰의 발표에서도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만 있을 뿐 선거제도 자체의 무력화를 조장했거나 방조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썩은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지면 위에 돋아난 싹만 자른 것에 다름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조합장 동시선거 선거인명부 작성일인 지난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에 걸쳐 지역 농·축협의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지도와 현지점검을 강화하고, 무자격 조합원 미정비 적발 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임직원 직무 정지·면직 등 행정처분 조치, 농협중앙회 자금지원 중단, 신용점포 설치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11. 선거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결정·판결에 의해 무자격조합원 미정비로 인해 선거 자체가 무효화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합에 대해 어떠한 ‘행정처분’이나 ‘제재’를 내렸는지 알려진 바 없다.
조합원 기준·협동조합 본질 논의를
이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제도적인 한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현행 농협법 시행령은 지역조합의 조합원 수를 1000명 이상, 품목조합은 200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만들어진 1995년 이후 지난 20년간 농가인구는 485만명에서 275만명(2014년)으로 43.3%가 감소했다. 특히 축산농가의 경우 1995년 79만호에서 지난해 12만호로 무려 85% 가까이 줄었다. 작년 농가경영주 평균연령은 66.5세이며, 농가경영주의 39.7%는 70세 이상이고,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억원을 넘는 농가는 전체의 2.7%인 반면 년 소득이 1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농가가 전체의 64.0%였다.
우리 농업을 둘러싼 여건이 너무나 많이 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만 농사를 하고 있는 가짜 조합원이 많아 협동조합의 사업방향을 왜곡하고, 조합 존립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합원의 자격이 되는 농가의 절대적인 감소, 농가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무자격조합원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조합법(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합의 최소한을 유지하기 위해 조합원정비를 꺼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현행 지역조합 1000명 이상, 품목조합 200명 이상으로 되어 있는 조합원 기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조합숫자의 보전을 위한 조합원의 최저인원 축소로만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극심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협동조합 간 협동 방안이나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권익향상을 위한 협동조합의 본질적 역할 등에 대한 논의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합원의 동질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품목조합에 대한 좀 더 본격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이번 3.11 조합장 동시선거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이다.
*한국농어민신문 2015-09-15 게재 글입니다.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지난 11일은 올 3월 11일에 치러진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공소시효 만료일이었다. 13일, 대검찰청은 전국 1326개의 조합장 선거와 관련, 공소시효 만료일인 11일까지 모두 1334명을 입건하고 847명을 기소(81명 구속)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사람 가운데 당선자는 157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11.8%에 달하며, 그 중 19명은 구속됐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당선무효가 되는데, 현재 당선자 19명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고 앞으로 이러한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입건된 선거사범은 금품선거사범이 56.1%로 가장 많았고, 흑색선거사범 14.3%, 사전선거운동 12.7%였으며, 전체 입건자 수는 2009∼2010년 선거 때(1,650명 입건) 보다 감소했지만, 기소된 당선자는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가짜 조합원 둔채 선거사범만 처벌
사실, 어느 선거나 선거가 끝나면 많은 선거사범이 입건되고, 법적인 처벌을 받아 왔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그 자리를 원하는 후보자는 많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하고, 그 자리를 얻기 위한 불법과 편법은 항상적으로 존재해 왔다. 따라서 이번 3.11 조합장 선거에 여러 선거사범이 입건되었다는 것 그 자체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러한 불법과 편법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를 되돌아보고, 향후 그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썩은 뿌리 놔두고 싹만 자르는 격
이러한 시각에서 이번 3.11 조합장 선거를 되돌아본다면 먼저, 3.11 조합장 선거의 불법과 편법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거나 용인한 주체를 밝혀서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는 조합장 동시선거가 있기 이틀 앞둔 지난 3월 9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무자격 깡통조합원이 포함된 선거인명부로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이를 방조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조합으로 인해 부정선거가 불가피하다”며 무자격 조합원 정비 등 제대로 된 선거를 위해 선거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선거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후보자의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불법이나 편법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다. 선거제도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무력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이번 검찰의 발표에서도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만 있을 뿐 선거제도 자체의 무력화를 조장했거나 방조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썩은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지면 위에 돋아난 싹만 자른 것에 다름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조합장 동시선거 선거인명부 작성일인 지난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에 걸쳐 지역 농·축협의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지도와 현지점검을 강화하고, 무자격 조합원 미정비 적발 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임직원 직무 정지·면직 등 행정처분 조치, 농협중앙회 자금지원 중단, 신용점포 설치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11. 선거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결정·판결에 의해 무자격조합원 미정비로 인해 선거 자체가 무효화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합에 대해 어떠한 ‘행정처분’이나 ‘제재’를 내렸는지 알려진 바 없다.
조합원 기준·협동조합 본질 논의를
이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제도적인 한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현행 농협법 시행령은 지역조합의 조합원 수를 1000명 이상, 품목조합은 200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만들어진 1995년 이후 지난 20년간 농가인구는 485만명에서 275만명(2014년)으로 43.3%가 감소했다. 특히 축산농가의 경우 1995년 79만호에서 지난해 12만호로 무려 85% 가까이 줄었다. 작년 농가경영주 평균연령은 66.5세이며, 농가경영주의 39.7%는 70세 이상이고,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억원을 넘는 농가는 전체의 2.7%인 반면 년 소득이 1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농가가 전체의 64.0%였다.
우리 농업을 둘러싼 여건이 너무나 많이 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만 농사를 하고 있는 가짜 조합원이 많아 협동조합의 사업방향을 왜곡하고, 조합 존립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합원의 자격이 되는 농가의 절대적인 감소, 농가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무자격조합원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조합법(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합의 최소한을 유지하기 위해 조합원정비를 꺼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현행 지역조합 1000명 이상, 품목조합 200명 이상으로 되어 있는 조합원 기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조합숫자의 보전을 위한 조합원의 최저인원 축소로만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극심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협동조합 간 협동 방안이나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권익향상을 위한 협동조합의 본질적 역할 등에 대한 논의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합원의 동질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품목조합에 대한 좀 더 본격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이번 3.11 조합장 동시선거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이다.
*한국농어민신문 2015-09-15 게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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