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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친환경농업이 보낸 혼돈의 한 해 | 윤병선(건국대 교수) 
    • 작성일2020/03/06 09:23
    • 조회 631
    친환경농업이 보낸 혼돈의 한 해
    | 윤병선(건국대 교수) 


    벌써 2014년 한 해도 마무리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마무리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준비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해를 온전하게 마무리해야 새해의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014년은 농업, 농촌에 있어서는 최악의 한 해로, 그리고 혼돈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단지 쌀시장 전면개방과 한·중 FTA, 한·뉴질랜드 FTA 체결 등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한 실질적인 영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우리의 농업, 농촌이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농산물가격 연쇄폭락 ‘위기’

    농산물가격은 농민들에게 있어서 농업재생산의 기본적 조건이다. 농업의 특성상 소농민은 농산물가격이 폭락하면, 이로 인한 소득의 감소를 공급량을 늘려서 메우려하기 때문에 가격의 폭락이 심화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지만, 지금의 상황은 거의 모든 품목의 가격하락으로 농업의 존망을 위협하는 농업위기라고 할 수 있다. 2014년이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주요농산물의 소비자가격(12월 5일 기준)을 보면, 극히 일부 품목(풋고추, 애호박)을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평년과 대비해서 많게는 33%(고춧가루)까지 폭락했다. 과거에는 폭락하는 품목과 평년수준을 유지하는 품목이 나름 분산돼 있어서 농가전체의 농업소득의 추락을 다소라도 멈추게 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든 품목의 가격이 폭락 또는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도 연평균가격에 비해서 2014년 11월말 현재의 연평균가격을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배추나 양배추의 경우는 50%이상, 팥과 마늘, 쪽파, 대파 등은 40%이상 폭락했다. 30%이상 가격이 폭락한 품목은 고구마, 건고추, 양파 등 부지기수에 이른다. 그리고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들깨나 생강, 딸기 등 극히 일부 품목에 국한됐다. 그야말로 농가경제가 파탄에 이른 상황이다.

    그나마 친환경농산물 하락 폭 작아

    그나마 우리에게 희망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친환경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농산물가격이 전반적으로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농산물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하락의 정도를 보면 일반 관행농산물에 비해서는 그 폭이 다소 덜했다. 2012년 연평균가격에 비해서 2014년 11월말까지의 연평균가격이 하락한 품목이 많기는 했지만, 그 하락폭이 일반 관행농산물에 비해서 다소 덜했다.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감귤이나 포도가 50%이상 폭락했지만, 많은 경우 폭락의 정도가 일반 관행농산물에 비해서는 적었다. 특히, 저농약에 비해서 유기 및 무농약 농산물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폭락의 정도가 훨씬 덜했다. 이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어쨌든 친환경농산물이 어려운 농촌의 상황에서 하나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친환경농산물의 입지도 굳건한 건 아니다. 내년부터 저농약인증제가 폐지되면서 많은 저농약인증농가들이 유기나 무농약으로 전환하기보다는 관행농업이나 GAP로 전환하겠다는 농가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의 친환경농업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정책관련 보도에서 친환경농업이라는 말보다는 GAP(농산물우수(적정)관리)라는 용어가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농업 미래성장산업 대토론회”에서 발표된 과제별 성과지표를 보더라도 8개 과제, 20개 성과지표 중에서 친환경농업과 관련되는 내용은 전무하다. 대신 2013년 현재 3%인 GAP인증 면적비율을 2017년에는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성과지표에 들어가 있다. 친환경농업은 8개 과제 중에 녹아들어가 있다고 항변할 수 있을 수 있으나, GAP인증 면적 비율을 10배 이상 증가시키겠다고 하면서 친환경농업에 대한 내용이 전무한 것은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해진 것이라는 증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친환경농업, GAP에 밀려날까 걱정

    안전성에 대해서 여전히 논쟁중인 GM(유전자조작) 농산물까지 인증대상에 포함되는 GAP인증이기에 GM농산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GAP인증면적확대를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한 해 동안 “친환경 유기농업의 진실”, “농약도 과학이다” 같은 자극적 문구로 친환경농업을 폄훼하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나마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친환경농산물의 17%가량을 소화해주는 친환경 무상급식마저도 최근의 경상남도의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또 하나의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 혼돈이 올해로 끝나야 할 텐데, 저무는 세모를 맞이하면서 착잡함이 더한다.

    *한국농어민신문  2014년 12월 게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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