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 보호 육성의 길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6 09:12
- 조회 623
가족농 보호 육성의 길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난 9월 24일에 유엔(UN)이 정한 ‘세계 가족농’의 해를 맞아 한국조직위원회가 출범했다. 유엔이 올해를 ‘세계 가족농의 해’로 정한 것은 가족농이 식량안보와 영양개선, 빈곤과 기아극복, 지역경제 유지 등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족농은 위기 상황이다. 일부 상층농가가 늘어나고 있으나 최근 축산물 과잉과 과일, 채소 과잉과 가격 폭락 등에서 보듯이 이들도 안정된 경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 부작용 충분히 확인
과거에 유럽 농업시찰의 기회가 있을 때 네덜란드 농업부 홍보담당관에게 네덜란드 농업이 강한 이유를 물었다. 관리는 두 가지 요인을 들었다. 첫째는 정부의 농업보호정책이고 또 하나는 농민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농업보호정책은 당연히 가격 및 소득보장정책이다. 농민의 능력은 농업 기술력과 농민의 조직력이다. 네덜란드의 농업협동조합의 힘은 아주 강력하다. 농업기술도 협동조합 부설 연구소 운영을 통해 발전시켜나가서 세계 최강이다. 여기에 비춰봤을 때 한국은 정부의 농업보호정책이 너무나 빈약하다. 한편 농업기술력은 거의 세계적 수준일 것이다. 결정적으로 취약한 것이 바로 농민의 조직력이다.
정부는 농업이 미래 성장산업이라고 한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고 미래의 성장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제약, 자본 제약,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술 제약은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등 과학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농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해결할 수 있고, 자본 제약은 농업과 민간기업 간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은 기업농 육성을 주장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농외자본의 농업 진입을 허용하고 장려하는데 한국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인력부족 문제도 귀농·귀촌 인력이나 자발적인 농업 후계인 희망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노동력에 정당한 대가 보장해야
미래성장산업의 하나로서 수출원예농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 그린하우스를 확산시키겠다고 한다. 올해 200억원 규모의 사업을 펼치는데 사업비의 50%를 보조(국비 20%, 지방비 30%) 하고 30%를 연리 3%로 융자 지원하고 나머지 20%만 자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요소 지원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경쟁력 강화 정책의 부작용은 그동안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을 통해 이미 충분히 겪지 않았는가. 과잉투자와 농가부채 확대로 육성할 대상인 상층농이 곤경에 빠지고 만 것이다.
가족농은 기본적으로 가족노동의 성과로 살아간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가족노동을 최대한 이용해 최대한의 농업 생산을 하려 한다. 다만 수지가 맞아야 한다. 논에 원예용 비닐하우스와 축사를 설치하는 것은 쌀농사 수지 악화에 대응해 가족노동을 연중 이용하려는 농가의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가족농이 자신의 노동력으로 최대한 생산하도록 하고 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농가경제 안정은 물론이고 논에서 벼와 밀·보리 이모작과 밭에서 콩 보리 이모작이 확대돼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현재 농협 환골탈태 시대적 과제
그러나 정부의 농산물 가격안정정책의 성과는 농가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농민이 높은 단결력을 갖고 있어야 농자재 생산→농업생산→농산물 가공·유통→급식업으로 이어지는 먹거리 공급사슬 속에서 농민의 몫을 늘릴 수 있다. 먹거리 공급사슬에서는 식품제조업체들이 독점적 소매업체와 슈퍼마켓에 지배자 위치를 내줬다. 2006~2007년 영국의 경우 식음료와 급식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총지출이 1560억파운드인데, 이 최종 소비금액 중 농민 및 1차 생산자들이 가져가는 가치는 56억파운드에 불과하다. 제조업이 210억파운드, 소매업체가 196억파운드, 급식업소가 206억파운드의 부가가치를 더했다(팀 랭 외, 「먹거리정책」 221쪽). 농산물 가격 안정을 통한 농민이익 실현에는 노력하지 않고 금융업 경쟁력 확보에만 열 올리는 현재의 농협협동조합을 환골탈태시키는 것이 정부와 농민의 시대적 과제다.
*한국농어민신문 2014년 10월 24일 게재 글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난 9월 24일에 유엔(UN)이 정한 ‘세계 가족농’의 해를 맞아 한국조직위원회가 출범했다. 유엔이 올해를 ‘세계 가족농의 해’로 정한 것은 가족농이 식량안보와 영양개선, 빈곤과 기아극복, 지역경제 유지 등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족농은 위기 상황이다. 일부 상층농가가 늘어나고 있으나 최근 축산물 과잉과 과일, 채소 과잉과 가격 폭락 등에서 보듯이 이들도 안정된 경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 부작용 충분히 확인
과거에 유럽 농업시찰의 기회가 있을 때 네덜란드 농업부 홍보담당관에게 네덜란드 농업이 강한 이유를 물었다. 관리는 두 가지 요인을 들었다. 첫째는 정부의 농업보호정책이고 또 하나는 농민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농업보호정책은 당연히 가격 및 소득보장정책이다. 농민의 능력은 농업 기술력과 농민의 조직력이다. 네덜란드의 농업협동조합의 힘은 아주 강력하다. 농업기술도 협동조합 부설 연구소 운영을 통해 발전시켜나가서 세계 최강이다. 여기에 비춰봤을 때 한국은 정부의 농업보호정책이 너무나 빈약하다. 한편 농업기술력은 거의 세계적 수준일 것이다. 결정적으로 취약한 것이 바로 농민의 조직력이다.
정부는 농업이 미래 성장산업이라고 한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고 미래의 성장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제약, 자본 제약,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술 제약은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등 과학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농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해결할 수 있고, 자본 제약은 농업과 민간기업 간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은 기업농 육성을 주장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농외자본의 농업 진입을 허용하고 장려하는데 한국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인력부족 문제도 귀농·귀촌 인력이나 자발적인 농업 후계인 희망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노동력에 정당한 대가 보장해야
미래성장산업의 하나로서 수출원예농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 그린하우스를 확산시키겠다고 한다. 올해 200억원 규모의 사업을 펼치는데 사업비의 50%를 보조(국비 20%, 지방비 30%) 하고 30%를 연리 3%로 융자 지원하고 나머지 20%만 자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요소 지원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경쟁력 강화 정책의 부작용은 그동안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을 통해 이미 충분히 겪지 않았는가. 과잉투자와 농가부채 확대로 육성할 대상인 상층농이 곤경에 빠지고 만 것이다.
가족농은 기본적으로 가족노동의 성과로 살아간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가족노동을 최대한 이용해 최대한의 농업 생산을 하려 한다. 다만 수지가 맞아야 한다. 논에 원예용 비닐하우스와 축사를 설치하는 것은 쌀농사 수지 악화에 대응해 가족노동을 연중 이용하려는 농가의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가족농이 자신의 노동력으로 최대한 생산하도록 하고 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농가경제 안정은 물론이고 논에서 벼와 밀·보리 이모작과 밭에서 콩 보리 이모작이 확대돼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현재 농협 환골탈태 시대적 과제
그러나 정부의 농산물 가격안정정책의 성과는 농가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농민이 높은 단결력을 갖고 있어야 농자재 생산→농업생산→농산물 가공·유통→급식업으로 이어지는 먹거리 공급사슬 속에서 농민의 몫을 늘릴 수 있다. 먹거리 공급사슬에서는 식품제조업체들이 독점적 소매업체와 슈퍼마켓에 지배자 위치를 내줬다. 2006~2007년 영국의 경우 식음료와 급식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총지출이 1560억파운드인데, 이 최종 소비금액 중 농민 및 1차 생산자들이 가져가는 가치는 56억파운드에 불과하다. 제조업이 210억파운드, 소매업체가 196억파운드, 급식업소가 206억파운드의 부가가치를 더했다(팀 랭 외, 「먹거리정책」 221쪽). 농산물 가격 안정을 통한 농민이익 실현에는 노력하지 않고 금융업 경쟁력 확보에만 열 올리는 현재의 농협협동조합을 환골탈태시키는 것이 정부와 농민의 시대적 과제다.
*한국농어민신문 2014년 10월 24일 게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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