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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대한민국 농협마피아, 국회를 농락하다 | 최양부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 작성일2020/03/06 09:10
    • 조회 628
    대한민국 농협마피아, 국회를 농락하다
    | 최양부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통곡과 분노에 휩싸여 있던 지난 5월 소리 없이 국회를 통과한 법이 하나 있다. 내년 3월 11일 실시되는 전국 농협조합장 동시 선거를 관리하기 위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이다. 농업계에서는 위탁선거법이 제정되는지, 공포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9월이 돼서야 알게 됐다. 그리고 모두들 깜짝 놀랐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대명천지에 이런 반민주적 선거법이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를 통과했단 말인가!

    현직 조합장위한 불평등한 법

    위탁선거법은 반협동조합적인 악법 중의 악법이다. 조합장 후보들이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의 복리증진을 위해 농협을 어떻게 혁신시킬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조합원들이 후보들을 비교 평가해 선택할 수 있는 조합원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박탈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직 조합장을 보호하고 새롭고 참신한 새로운 조합장 후보의 출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법으로 정해진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선거운동을 제한함으로써 조합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결성체인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토론회에 참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자신들과는 상관없이 의원입법으로 법이 만들어졌다고 변명을 하면서도 자신이 보기에도 이 법은 선거권자(조합원)의 권리를 현저하게 제약하고 새로운 후보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현직 조합장을 위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선거법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위탁선거법의 제정은 한마디로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간에 형성된 ‘농협마피아’가 합작해 대한민국 국회를 농락한 입법 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240만 조합원에 대한 모독이고 폭거다. 입법에 관여했던 국회의원들도 ‘농협로비등살’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최근 한 글에서 위탁선거법제정은 농협마피아에 의한 “입법부 농락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유린이고...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유린한 ‘입법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명색이 협동조합이라는 농협중앙회가 법 제정에 깊숙이 참여하면서 스스로 협동조합이기를 포기하고 협동조합의 본질을 훼손하고, 조합원을 임직원의 졸(卒)로 만드는 법을 만드는데 앞장섰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협동조합이기를 포기

    농협조합장선거는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를 상대로 하는 공직선거와는 달리 전국 시·군·읍·면에 설립돼있는 1161개(지역농협 964, 지역축협 117, 품목농협 45, 품목축협 24, 인삼협 11)조합에 등록된 조합원 243만여명이 투표하는 선거다. 조합원들은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살고 있는데 후보자가 띠를 두르고 길거리에 서서 오가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누가 조합원인줄도 모르면서 명함을 나눠 주는 관행적 선거운동방식은 별 의미가 없다. 조합선거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흩어져 있는 조합원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놓고 후보자들이 자신을 조합원에게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탁선거법은 농협법과 정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개최를 금지시켜버렸다. 나아가 법안 원안에 있던 언론기관 및 단체의 후보초청 대담, 토론회도 제3자 개입이라면서 삭제시켰다. 법안심사과정에서 농협중앙회 강력한 요구와 농식품부의 찬성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위탁선거법은 다른 공직선거법이 모두 인정하는 예비선거 운동기간과 후보자예비등록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1년 내내 아무 때나 수시로 할 수 있는 인터넷, 문자메시지, 전자우편을 활용한 돈 안 드는 선거운동도 이 법은 선거운동기간인 14일 동안만, 그것도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선거운동은 오직 후보자 본인만이 하게 돼 있어 자신을 지지하는 조합원의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
    조합장 선거는 다른 공직선거와 달리 누가 유권자(조합원)인지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시점에서야 알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농협의 1급 비밀문서인 조합원 명부가 후보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직 조합장과 임직원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누가 조합원인지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가 내편인지 아닌지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라는 구실로 얼마든지 조합원을 방문해 내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 조합장은 당선이 되는 순간부터 4년 후 차기선거를 위해 조합원관리를 시작한다고 한다. 임기 내내 조합경비로 마음대로 선거운동을 한다. 경쟁후보자가 1인인 경우는 조합원 절반이상의 지지표만 확보하면 된다. 그런데 후보자가 2~3명이 되면 선거전은 치열해지고 자기편을 제외하면 몇 안되는 부동표나 상대방 표를 빼내오기 위해 표를 사 모으는 돈 선거가 매우 지능적이고 은밀한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조합장선거는 ‘돈 선거’란 오명을 얻게 된 것이다. 돈 선거를 막는 다는 명분으로 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되고 선관위가 이를 감시하기 위해 만든 선거법이 오히려 현직 조합장 보호법이 되었다. 악명 높은 돈 선거에 면죄부만 주는 격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농협을 바로세울 선거혁명을

    이런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선거법을 가지고 조합장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결자해지차원에서 국회가 법 개정에 앞장서서 실추된 자신의 권위와 240만 조합원의 믿음을 되찾아야 한다. 240만 조합원과 농업인단체, 양심적인 조합장들과 후보자들이 법 개정을 들고 일어나 선관위와 안전행정부, 농식품부, 청와대에 개정을 건의하는 글을 보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조합원은 농협중앙회장이나 일부 나쁜 조합장과 임직원의 졸이 아니라 주인이란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실종된 농협의 주인자리를 되찾고 농협을 제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해 나쁜 조합장을 낙선시키고 좋은 조합장을 뽑는 선거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한국농어민신문 2014년 11월 4일 게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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