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폭락사태와 관료 마피아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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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값 폭락사태와 관료 마피아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올 봄 채소값이 폭락사태를 보였다. 양파 가격은 50% 이상 폭락했고, 배추와 당근, 파 등 각종 채소류도 지난해 보다 25% 이상 하락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 5월 2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농축산물가격 유통구조 개선대책 보완·발전방안’에서 현재 감귤에만 적용하고 있는 ‘유통조절명령제’를 배추 등 채소류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유통조절명령제 시행 잠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당연히 공급 과잉 탓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출하를 줄이든지 생산을 조절하면 된다. 1999년에 농안법에 유통조절명령제가 도입된 것은 이를 위해서였다. 유통조절명령제는 가격이 폭락 조짐을 보일 때 농민 등 생산자단체가 정부에 생산 또는 출하량 조절을 요청하면 정부가 이를 검토해 강제로 유통물량을 줄이는 제도다. 일정 품질 이하 상품은 출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내야 하는 강력한 수급조절 조치다.
그러나 그동안 유통조절명령제가 실시된 품목은 제주도 감귤뿐이다. 감귤의 경우 지난 2003년 처음으로 유통조절명령이 발효돼 2009년까지 총 다섯 차례 실행돼 감귤 가격 안정에 상당히 기여했다.
왜 이렇게 유용한 제도가 다른 품목에도 실시되지 못하고 장롱 속에서 썩고 있었는가. 유통조절명령제를 실행에 옮길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출하 감축, 일부 물량 폐기를 정부와 생산자단체 간에 합의해도 농민들의 실제적인 출하감축 조치를 확인하고 위반사례를 적발할 능력을 갖춘 주체가 없으면 시행할 수가 없다.
농민 생산자단체 가운데 이 역할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조직은 농협이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실시된 감귤 유통조절명령제에서는 감귤 협동조합과 감귤 생산농민이 조합원인 제주도 지역 협동조합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 사업을 시행했다. 감귤은 제주도에서만 생산됐기 때문에 생산자 조직화가 비교적 용이했다. 그런데 내륙에서 생산되는 채소의 경우 전국적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품목별 생산자가 전국적으로 조직돼 있지 않으면 유통명령제를 시행하기 어렵다. 시군 단위, 도 단위로 원예농협, 과수농협이 있지만 일부 지역 농민들의 힘만으로는 전국적인 물량을 조절할 수 없다.
농협, 관료 마피아에 휘둘린 탓
농협이 이렇게 유통조절명령제 등을 통해 농민의 이익을 지키는 조직이 되지 못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관료 마피아 때문이다.
농업 부분은 모피아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 2008년 재정경제부 출신 김석동 씨가 낙하산을 타고 농협경제연구소장을 맡은 후 맥킨지 컨설팅의 용역결과에 의거해 지주회사 방식의 농협구조 개편이 강행됐다. 지주회사 방식은 농민단체들이 주장한 연합회 방식과 달리 자회사들이 농민조합원 보다는 자본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수익성을 위해서 일반 대형유통업체나 식품업체와 같이 농민의 이익과 대립되는 영업행태를 보이게 된다. 구조개편 후 농협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재경부 출신인 임영록 씨가 뽑혀 농업을 벗어나는 길로 농협금융사업을 끌어가고 있다.
농식품부 출신 ‘농피아’도 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정부 부처 4급 이상 간부였다가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관피아’는 모두 384명인데 그 중 농림축산식품부 관피아는 42명이다. 농협중앙회와 자회사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엄청날 것이다. 농업 관련 진흥회와 협회, 협동조합 등 거의 모든 기관에 ‘농피아’가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농피아는 대두가공협회, 제분협회 등 농산물가공업계 단체와 농기계공업협동조합, 비료협회, 사료협회 등 농축산자재업계와 단체에 많이 포진돼 있다. 농산물 가공업체는 해외에서 싼 농산물을 수입해서 가공 판매하는데 이해관계가 있고. 농자재업체는 최대한 이윤을 붙여 농자재를 팔아먹는데 관심이 있다. 당연히 농산물 수입규제, 식품 안전성 규제, 정부의 농자재 가격 규제 등이 완화되는 것을 원한다.
농피아들이 이들 업계의 로비스트가 돼 농정의 방향을 농민의 이익과 대립되는 방향으로 왜곡시키는 것이다.
관료 마피아 발 못 붙이게 해야
관료 마피아가 농협과 농업관련 단체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품목별 협동조합 연합회를 확립하면 유통조절명령제 등을 통한 농산물 가격안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14.05.29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올 봄 채소값이 폭락사태를 보였다. 양파 가격은 50% 이상 폭락했고, 배추와 당근, 파 등 각종 채소류도 지난해 보다 25% 이상 하락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 5월 2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농축산물가격 유통구조 개선대책 보완·발전방안’에서 현재 감귤에만 적용하고 있는 ‘유통조절명령제’를 배추 등 채소류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유통조절명령제 시행 잠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당연히 공급 과잉 탓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출하를 줄이든지 생산을 조절하면 된다. 1999년에 농안법에 유통조절명령제가 도입된 것은 이를 위해서였다. 유통조절명령제는 가격이 폭락 조짐을 보일 때 농민 등 생산자단체가 정부에 생산 또는 출하량 조절을 요청하면 정부가 이를 검토해 강제로 유통물량을 줄이는 제도다. 일정 품질 이하 상품은 출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내야 하는 강력한 수급조절 조치다.
그러나 그동안 유통조절명령제가 실시된 품목은 제주도 감귤뿐이다. 감귤의 경우 지난 2003년 처음으로 유통조절명령이 발효돼 2009년까지 총 다섯 차례 실행돼 감귤 가격 안정에 상당히 기여했다.
왜 이렇게 유용한 제도가 다른 품목에도 실시되지 못하고 장롱 속에서 썩고 있었는가. 유통조절명령제를 실행에 옮길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출하 감축, 일부 물량 폐기를 정부와 생산자단체 간에 합의해도 농민들의 실제적인 출하감축 조치를 확인하고 위반사례를 적발할 능력을 갖춘 주체가 없으면 시행할 수가 없다.
농민 생산자단체 가운데 이 역할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조직은 농협이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실시된 감귤 유통조절명령제에서는 감귤 협동조합과 감귤 생산농민이 조합원인 제주도 지역 협동조합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 사업을 시행했다. 감귤은 제주도에서만 생산됐기 때문에 생산자 조직화가 비교적 용이했다. 그런데 내륙에서 생산되는 채소의 경우 전국적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품목별 생산자가 전국적으로 조직돼 있지 않으면 유통명령제를 시행하기 어렵다. 시군 단위, 도 단위로 원예농협, 과수농협이 있지만 일부 지역 농민들의 힘만으로는 전국적인 물량을 조절할 수 없다.
농협, 관료 마피아에 휘둘린 탓
농협이 이렇게 유통조절명령제 등을 통해 농민의 이익을 지키는 조직이 되지 못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관료 마피아 때문이다.
농업 부분은 모피아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 2008년 재정경제부 출신 김석동 씨가 낙하산을 타고 농협경제연구소장을 맡은 후 맥킨지 컨설팅의 용역결과에 의거해 지주회사 방식의 농협구조 개편이 강행됐다. 지주회사 방식은 농민단체들이 주장한 연합회 방식과 달리 자회사들이 농민조합원 보다는 자본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수익성을 위해서 일반 대형유통업체나 식품업체와 같이 농민의 이익과 대립되는 영업행태를 보이게 된다. 구조개편 후 농협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재경부 출신인 임영록 씨가 뽑혀 농업을 벗어나는 길로 농협금융사업을 끌어가고 있다.
농식품부 출신 ‘농피아’도 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정부 부처 4급 이상 간부였다가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관피아’는 모두 384명인데 그 중 농림축산식품부 관피아는 42명이다. 농협중앙회와 자회사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엄청날 것이다. 농업 관련 진흥회와 협회, 협동조합 등 거의 모든 기관에 ‘농피아’가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농피아는 대두가공협회, 제분협회 등 농산물가공업계 단체와 농기계공업협동조합, 비료협회, 사료협회 등 농축산자재업계와 단체에 많이 포진돼 있다. 농산물 가공업체는 해외에서 싼 농산물을 수입해서 가공 판매하는데 이해관계가 있고. 농자재업체는 최대한 이윤을 붙여 농자재를 팔아먹는데 관심이 있다. 당연히 농산물 수입규제, 식품 안전성 규제, 정부의 농자재 가격 규제 등이 완화되는 것을 원한다.
농피아들이 이들 업계의 로비스트가 돼 농정의 방향을 농민의 이익과 대립되는 방향으로 왜곡시키는 것이다.
관료 마피아 발 못 붙이게 해야
관료 마피아가 농협과 농업관련 단체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품목별 협동조합 연합회를 확립하면 유통조절명령제 등을 통한 농산물 가격안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14.05.29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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