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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새 양정제도 제기능 하려면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4 18:17
    • 조회 422
    새 양정제도 제기능 하려면
    정영일 | 지역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쌀시장 개방이 제외됐다고는 하나 2015년의 관세화를 불과 7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우리 농업의 기둥인 쌀산업을 살리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미흡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의 노파심 때문일까.

    2004년 쌀협상 이후 개편된 양정제도가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고 있으며, 금년 중에 내년 이후 3년간 적용될 쌀소득보전직불제의 목표가격 결정을 위한 또 한차례의 진통이 예고돼 있다. 아울러 우리는 종래의 수매제를 대체한 쌀소득보전직불제와 공공비축제 등 새 양정제도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전면개방 시대를 앞둔 우리 쌀산업 발전을 위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끔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해 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 쌀정책 최대의 과제는 지금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언제 현실로 다가올지 모르는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에서의 보조금 감축과 2015년의 관세화 이후 예상되는 수입관세의 대폭 인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다. 농가 소득보전이나 시장가격 및 수급안정 등 대내적 정책과제는 농업의 무한경쟁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면서 생산자·정부·전문가 등 관련 당사자들의 중지를 모은 투명한 정책 형성과정을 통해서 풀어 나가야 한다.

    그러면 새 양정제도가 DDA 타결과 2015년 쌀 관세화에 대비하는 실효성 있는 대응조치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 보완의 원칙과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첫번째 원칙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의 규정을 우리의 이익에 맞도록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공비축제가 WTO의 허용보조 정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전계획량을 시장가격에 따라 매입·방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또한 현행의 쌀소득보전직불금 중 생산과 연계된 변동직불금 부분은 가격지지를 통한 소득 증가의 효과를 지니기 때문에 WTO의 감축대상 보조정책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DDA 타결 이후에는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므로 허용대상 보조인 고정직불금으로 일원화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로 새 양정제도의 두축을 이루는 공공비축제와 쌀소득보전직불제를 각각의 고유목적에 충실하게 운영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공공비축제는 비상 시 국민 식량의 안정적 확보라는 본래의 목적에 맞도록 운영돼야 하며 농가소득 문제는 쌀값 하락에 따른 소득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쌀소득보전직불제의 개선 발전을 통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 기조 아래서 수확기의 산지 쌀시장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없이는 새 양정제도의 연착륙이나 쌀 품질 고급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현행 매취 방식에 비해 수탁거래 방식이 농가의 수확기 홍수 출하를 막고 가공업체의 원료곡 확보난을 해결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기까지 과도적 조치로 선도금 지급 지원이나 최저가격 보장 등 농가불안을 해소해줄 정책 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수탁 방식이 산지 쌀거래의 지배적인 형태로 자리잡아야 미곡종합처리장(RPC) 중심의 수확후 품질관리가 가능해짐으로써 브랜드 난립을 막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우리 쌀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2007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