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마을, 지자체가 농정의 주인으로 |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작성일2020/03/05 16:27
- 조회 558
농민, 마을, 지자체가 농정의 주인으로
|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6.4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치적인 변화가 많은 속에서 농업인들도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 진출을 도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지방 농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는 중앙정부 중심이 아니라 지자체와 마을 등 개별 농민이 재량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이다”, “농업정책의 주인은 지자체나 마을이다”(3.12일자 한국경제) 등 농업정책을 중앙정부 중심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마을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이러한 이동필 장관의 정책 추진방식 재편 의지 표현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지난 우리나라 농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바람직한 방향 제시로 이해된다.
중앙정부의 역할·인식 재편 우선
그동안 농업정책은 안정적인 식량 확보 기반 구축, 농업경쟁력 제고 등 국가적 의제를 중심으로 추진돼 지방정부는 주로 중앙정부의 위임행정 위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재정투융자를 포함한 자원 배분 기능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었다. 그런 농정의 틀 속에서도 지방자치제의 시행·발전으로 화천군 산천어 축제, 고창군 복분자 산업 육성, 산청군 친환경약초한방산업 육성 등 지역적 특성과 자원을 활용한 차별적 지역개발 사례가 나타나고, 상향식 농정 추진, 농업인의 농정 참여 기회 확대 등의 성과도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농업인, 마을, 지자체가 농업정책의 주인으로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자체·지방의회 전문성 높여야
첫째, 중앙정부의 인식 전환과 농업인, 지자체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농업인, 마을, 지자체가 농정의 주체가 되도록 농정 추진 방식을 재편하려 해도 농업인, 지자체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해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강해질 수 있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시간을 갖고 차분히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다양한 지역에서 농업인, 마을단위 지역주민,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지역농업 및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처럼 중앙정부의 역할과 인식 재편이 필요하다.
둘째, 지자체 및 지방의회 전문성 및 역할 제고가 중요하다. 지역 현장 중심 업무는 상당 부분 지자체 차원의 조례 제정 및 운영 내실화를 통해 수행할 수 있으며, 지역의 자원 배분, 인사조직 관리 등의 측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지자체장과 지방의회는 농업인의 협조 하에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와 관련 지자체 차원의 법정 계획 수립의 내실화 및 이를 위한 지역차원의 자원조사와 현안 발굴 노력이 중요하다. 도 및 시군단위 농업농촌식품산업발전계획, 농지이용계획, 생산기반정비계획 등의 내실화를 통해 합리적 자원 배분과 체계적 투융자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군종합발전계획 수립 의무화, 부처-지방 연계 강화 등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으로 농업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지역단위 계획은 중장기 지역 발전의 기본이라는 인식, 중앙정부 중심의 재원 배분 문제 개선과 맞물려 지역단위 계획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셋째, 농업인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정치적 과정에서 농업인단체가 식량자급률 제고, 쌀 목표가격 조정, 소득보전직불제 확충 등 국가적 의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나, 구체적인 지역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정비 등에 대한 요구는 미흡했다. 지역의 문제를 농업인 및 지역 주민 스스로 풀어가기 위한 지역 의제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현장 농업인 중심의 연구 조직 활성화와 적극적 현지 자원조사를 통한 지역 차원의 다양한 자원이용 및 개발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농업인 출신의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 진출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구체적 지역 단위 발전계획의 내실화만이 아니라 갈등 최소화와 지방농정의 활성화도 가능할 수 있다.
농민들 스스로 지역의제 발굴을
넷째, 기존의 중앙정부(국가) 사무를 지자체 사무로 명확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밭기반정비사업을 포괄보조사업(지방자치단체 사업) 방식에서 농특회계사업(중앙정부 사업)으로 전환하자는 논란이 제기된다. 국민 식생활의 변화, 한·중FTA 대응, 농가소득증대사업의 대상 변화 등 여건 변화 속에서 밭기반정비, 밭농업 경쟁력 강화가 매우 중요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지방비 부담 증대 등을 탓하며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낮은 재정자립도 문제를 탓하기 이전에 지역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농업 발전을 지역 스스로 해결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중앙정부(국가) 중심의 자원배분기능 한계를 극복하는 재정구조 개편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중간지원조직 육성 등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이 글은 2014년 3월 20일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
|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6.4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치적인 변화가 많은 속에서 농업인들도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 진출을 도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지방 농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는 중앙정부 중심이 아니라 지자체와 마을 등 개별 농민이 재량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이다”, “농업정책의 주인은 지자체나 마을이다”(3.12일자 한국경제) 등 농업정책을 중앙정부 중심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마을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이러한 이동필 장관의 정책 추진방식 재편 의지 표현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지난 우리나라 농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바람직한 방향 제시로 이해된다.
중앙정부의 역할·인식 재편 우선
그동안 농업정책은 안정적인 식량 확보 기반 구축, 농업경쟁력 제고 등 국가적 의제를 중심으로 추진돼 지방정부는 주로 중앙정부의 위임행정 위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재정투융자를 포함한 자원 배분 기능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었다. 그런 농정의 틀 속에서도 지방자치제의 시행·발전으로 화천군 산천어 축제, 고창군 복분자 산업 육성, 산청군 친환경약초한방산업 육성 등 지역적 특성과 자원을 활용한 차별적 지역개발 사례가 나타나고, 상향식 농정 추진, 농업인의 농정 참여 기회 확대 등의 성과도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농업인, 마을, 지자체가 농업정책의 주인으로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자체·지방의회 전문성 높여야
첫째, 중앙정부의 인식 전환과 농업인, 지자체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농업인, 마을, 지자체가 농정의 주체가 되도록 농정 추진 방식을 재편하려 해도 농업인, 지자체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해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강해질 수 있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시간을 갖고 차분히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다양한 지역에서 농업인, 마을단위 지역주민,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지역농업 및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처럼 중앙정부의 역할과 인식 재편이 필요하다.
둘째, 지자체 및 지방의회 전문성 및 역할 제고가 중요하다. 지역 현장 중심 업무는 상당 부분 지자체 차원의 조례 제정 및 운영 내실화를 통해 수행할 수 있으며, 지역의 자원 배분, 인사조직 관리 등의 측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지자체장과 지방의회는 농업인의 협조 하에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와 관련 지자체 차원의 법정 계획 수립의 내실화 및 이를 위한 지역차원의 자원조사와 현안 발굴 노력이 중요하다. 도 및 시군단위 농업농촌식품산업발전계획, 농지이용계획, 생산기반정비계획 등의 내실화를 통해 합리적 자원 배분과 체계적 투융자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군종합발전계획 수립 의무화, 부처-지방 연계 강화 등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으로 농업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지역단위 계획은 중장기 지역 발전의 기본이라는 인식, 중앙정부 중심의 재원 배분 문제 개선과 맞물려 지역단위 계획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셋째, 농업인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정치적 과정에서 농업인단체가 식량자급률 제고, 쌀 목표가격 조정, 소득보전직불제 확충 등 국가적 의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나, 구체적인 지역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정비 등에 대한 요구는 미흡했다. 지역의 문제를 농업인 및 지역 주민 스스로 풀어가기 위한 지역 의제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현장 농업인 중심의 연구 조직 활성화와 적극적 현지 자원조사를 통한 지역 차원의 다양한 자원이용 및 개발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농업인 출신의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 진출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구체적 지역 단위 발전계획의 내실화만이 아니라 갈등 최소화와 지방농정의 활성화도 가능할 수 있다.
농민들 스스로 지역의제 발굴을
넷째, 기존의 중앙정부(국가) 사무를 지자체 사무로 명확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밭기반정비사업을 포괄보조사업(지방자치단체 사업) 방식에서 농특회계사업(중앙정부 사업)으로 전환하자는 논란이 제기된다. 국민 식생활의 변화, 한·중FTA 대응, 농가소득증대사업의 대상 변화 등 여건 변화 속에서 밭기반정비, 밭농업 경쟁력 강화가 매우 중요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지방비 부담 증대 등을 탓하며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낮은 재정자립도 문제를 탓하기 이전에 지역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농업 발전을 지역 스스로 해결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중앙정부(국가) 중심의 자원배분기능 한계를 극복하는 재정구조 개편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중간지원조직 육성 등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이 글은 2014년 3월 20일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