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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귀농·귀촌운동’ 민간주도·정부지원 방식으로 | 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6:26
    • 조회 575
    ‘귀농·귀촌운동’ 민간주도·정부지원 방식으로
    | 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미국·일본·독일 등 3대 선진경제의 최근 20년간 성장률 격차 요인을 분석한 한 연구의 결론은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3국 간의 성장률 차이가 경쟁력이나 구조조정보다는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인구 증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세 나라의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미국 2.6%, 독일 1.7%, 일본 1.0%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3국 간의 성장률 격차는 경제활동인구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는 같은 기간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이 미국 23%, 일본 0.6% 등으로 엄청난 격차를 드러내고 있는 데 더 크게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현실에서 볼 때 미국은 ‘다양한 인종의 용광로’로 불릴 만큼 이민이 일상화된 나라이며, 독일도 원래 다양한 사람들이 정착해 살던 나라다. 일례로 2010년 독일의 월드컵대표팀 선수 23명 중 11명이 이민자였다. 이에 반해 일본은 선진국 중 저출산·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이면서도 이민을 통한 해외인력 유치에는 가장 소극적인 전통을 이어왔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볼 때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고령화와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로 인해 구조적인 저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고 있어 획기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저출산·고령화의 단계를 넘어 ‘무(無)출산·초고령화의 함정’에 빠진 채 이렇다 할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오늘날 농업·농촌 침체의 근본원인이라는 진단에 대해 효과적인 반론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영농주체의 재생산이 가능한 안정된 가족농기반과 일정규모의 농촌지역 정주인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훌륭한 정책적 지원프로그램이 도입된들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박근혜정부가 농촌인력의 고령화에 대응해 농정대상을 개별경영체 중심에서 지역공동체와 네트워크로 확대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은 진일보한 발상으로 평가된다. 또 12일 발표된 ‘지역경제활성화대책’ 가운데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해 올해 안에 2030세대와 일반 귀농·귀촌자에 대해 각종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벽·오지의 ‘콜버스’ 도입 등 정주여건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중앙정부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은 새로운 접근이라고 하겠다.

    최근 우리 사회는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100세시대’의 도래 및 ‘고용없는 성장’의 산물인 청년 일자리 문제 등 엄청난 구조적 전환기를 맞아 귀농·귀촌의 확산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귀농·귀촌 규모는 2010년 약 4000가구에서 2011년 1만가구를 넘어 2012년에는 2만7000가구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대책도 정주여건 개선 등으로 정책범위가 확대되고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접근방식으로 전환되는 등 발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농업후계인력 확보나 지방자치단체 인구유치프로그램의 지원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활발해진 귀농·귀촌 움직임을, 침체의 늪에 빠진 농촌사회를 재생하고 한국 사회를 도농상생구조로 개편하는 데까지 확산하고 또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 역량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민·관네트워크의 구축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자발성·공공성을 함께 지닌 민간주체들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정부가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지원하는 역할분담체계를 갖추어갈 때 비로소 귀농·귀촌운동은 자생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2014년 3월 26일 농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