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농정평가1]“행복한 농어촌 만들겠다던 공약은 실종됐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6:12
- 조회 595
[전문가 농정평가1]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행복한 농어촌 만들겠다던 공약은 실종됐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평가할 농정이 없다”
작년 12월 24일, 농정신문 신년호 준비를 위한 [새정부 농정방향 어떻게 해야 하나] 좌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뜬금없이’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지난 좌담회의 발언을 토대로 ‘1년 농정평가’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고민스러웠다. 도대체 무엇을 평가해야 하나. 지난 1년 농정의 추진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지난 정부와 그것과 비교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평가할 농정이 없었다”이다.
돌이켜 보면 이 정부는 출발 당시부터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농정에 대한 공약이 발표된 시기도 늦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새로운 비전이나 대안제시가 아니라 대부분이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이는 농업·농촌에 대한 우리국민의 애정과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이며 동시에 농업·농민진영의 역량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농정공약의 주요내용은 폐기되거나 약화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철석같이 믿고 지지했던 ‘경제민주화’ 공약도 용감하게 폐기하는데 ‘한줌도 안 되는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 가슴 아픈 현실을 어찌해야 할까.
지난 10월 1일, 박근혜 정부 5년 농정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2013-20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명박정부 농정의 승계라는 말이 적당할 것이다. 우선 효율성·경쟁력 지상주의 농정패러다임이 그대로이고,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 행복한 농민”이라는 농정비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상기 「계획」에 나타난 5대 정책과제와 문제점을 살펴보자.
먼저,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대책으로 2017년까지 식량자급률을 현재 23.6%에서 30%(2022년, 32%)까지 올리고, 이를 위해 동계 유휴농지를 전부 재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한 농지와 농민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공허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량자급률 32% 달성을 위해서는 최소 175만ha의 농경지가 필요한데,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10년 후에는 157ha로 줄어 들 것이다. 또,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사료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발전한 기형적인 축산업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농지확보 대책과 축산업 관리정책 없이 어떻게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둘째, ‘6차산업화로 농식품산업 경쟁력강화’대책으로 ICT·BT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 증진과 주산지 규모화, 식품산업 진흥 및 수출증대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농업 6차산업화 본질은 농업생산, 가공, 유통·판매, 농촌관광 및 어메니티를 활용하는 과정에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MB 정부 5년간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은 38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증가했고, 수입은 192억달러에서 334억달러로 늘어났다. 수출 내용을 보면 커피, 라면, 담배, 참치 등 외국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품이 대부분인데, 이를 위해 2012년에는 6,220억원의 수출지원액이 지불되었고, 이 금액의 대부분은 식품가공 대기업에 지불되었다. 설마 이 정부가 이러한 6차산업화를 꿈꾸는 것은 아닐 것이다.
셋째, ‘맞춤형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대책이다. 농가소득보장을 위해서는 농산물가격이 중요하지만 가격을 올리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직접지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당 직불금은 71만원이다. 농업종사자 1인당 33만원, 1인당 GDP 기준 1.3%에 불과하다. EU 평균은 15%이고, 독일은 42.1% 수준이다. 우리의 경제규모나 세계적인 추세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직불금은 크게 인상돼야 하며, 후보시절에 공약했던 FTA피해 보전을 위한 ‘무역이익공유제’ 약속도 지켜야 한다.
넷째, ‘자조·자립·협력을 통한 농촌 삶의 질 향상’대책을 열거하지만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일괄지급 공약도 폐기된 마당이고 보면 이러한 약속도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다섯째, ‘스마트농정체계 구축’대책으로 농업경영체 DB화, 지방농정 강화, 농정거버넌스구축, 농촌환경의 계획적 보전 등을 제시했다. 모두 다 꼭 필요한 정책들이다. 다만, 농정체계는 기본적으로 농정수요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특히 농정거버넌스의 구축과 실질적인 운영 대책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머리로 이 정부의 농정을 지켜보고, 주장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자.
이 글은 2013년 12월 23일 한국농정에 실린 글입니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행복한 농어촌 만들겠다던 공약은 실종됐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평가할 농정이 없다”
작년 12월 24일, 농정신문 신년호 준비를 위한 [새정부 농정방향 어떻게 해야 하나] 좌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뜬금없이’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지난 좌담회의 발언을 토대로 ‘1년 농정평가’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고민스러웠다. 도대체 무엇을 평가해야 하나. 지난 1년 농정의 추진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지난 정부와 그것과 비교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평가할 농정이 없었다”이다.
돌이켜 보면 이 정부는 출발 당시부터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농정에 대한 공약이 발표된 시기도 늦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새로운 비전이나 대안제시가 아니라 대부분이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이는 농업·농촌에 대한 우리국민의 애정과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이며 동시에 농업·농민진영의 역량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농정공약의 주요내용은 폐기되거나 약화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철석같이 믿고 지지했던 ‘경제민주화’ 공약도 용감하게 폐기하는데 ‘한줌도 안 되는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 가슴 아픈 현실을 어찌해야 할까.
지난 10월 1일, 박근혜 정부 5년 농정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2013-20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명박정부 농정의 승계라는 말이 적당할 것이다. 우선 효율성·경쟁력 지상주의 농정패러다임이 그대로이고,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 행복한 농민”이라는 농정비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상기 「계획」에 나타난 5대 정책과제와 문제점을 살펴보자.
먼저,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대책으로 2017년까지 식량자급률을 현재 23.6%에서 30%(2022년, 32%)까지 올리고, 이를 위해 동계 유휴농지를 전부 재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한 농지와 농민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공허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량자급률 32% 달성을 위해서는 최소 175만ha의 농경지가 필요한데,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10년 후에는 157ha로 줄어 들 것이다. 또,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사료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발전한 기형적인 축산업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농지확보 대책과 축산업 관리정책 없이 어떻게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둘째, ‘6차산업화로 농식품산업 경쟁력강화’대책으로 ICT·BT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 증진과 주산지 규모화, 식품산업 진흥 및 수출증대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농업 6차산업화 본질은 농업생산, 가공, 유통·판매, 농촌관광 및 어메니티를 활용하는 과정에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MB 정부 5년간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은 38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증가했고, 수입은 192억달러에서 334억달러로 늘어났다. 수출 내용을 보면 커피, 라면, 담배, 참치 등 외국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품이 대부분인데, 이를 위해 2012년에는 6,220억원의 수출지원액이 지불되었고, 이 금액의 대부분은 식품가공 대기업에 지불되었다. 설마 이 정부가 이러한 6차산업화를 꿈꾸는 것은 아닐 것이다.
셋째, ‘맞춤형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대책이다. 농가소득보장을 위해서는 농산물가격이 중요하지만 가격을 올리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직접지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당 직불금은 71만원이다. 농업종사자 1인당 33만원, 1인당 GDP 기준 1.3%에 불과하다. EU 평균은 15%이고, 독일은 42.1% 수준이다. 우리의 경제규모나 세계적인 추세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직불금은 크게 인상돼야 하며, 후보시절에 공약했던 FTA피해 보전을 위한 ‘무역이익공유제’ 약속도 지켜야 한다.
넷째, ‘자조·자립·협력을 통한 농촌 삶의 질 향상’대책을 열거하지만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일괄지급 공약도 폐기된 마당이고 보면 이러한 약속도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다섯째, ‘스마트농정체계 구축’대책으로 농업경영체 DB화, 지방농정 강화, 농정거버넌스구축, 농촌환경의 계획적 보전 등을 제시했다. 모두 다 꼭 필요한 정책들이다. 다만, 농정체계는 기본적으로 농정수요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특히 농정거버넌스의 구축과 실질적인 운영 대책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머리로 이 정부의 농정을 지켜보고, 주장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자.
이 글은 2013년 12월 23일 한국농정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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