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농업은 생사의 문제다![한·미 FTA에 부쳐] | 박진도지역재단 상임이사,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 작성일2020/03/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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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 농업은 생사의 문제다! [한·미 FTA에 부쳐]
박진도 | 지역재단 상임이사,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를 놓고 정부는 선방하였다고 선전하지만, 그 실상은 완전히 실패한 협상이다. 농업분야는 특히 그러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때로는 을지문덕 장군의 한시를 번역하여 ‘이제 그만 만족함을 알고 돌아가라’고 충고하고, 때로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배종하 농업분과장으로서는 필자의 이런 평가에 대해 아마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한·미 FTA 농업분야 협상은 처음부터 농림부의 수비 범위를 벗어나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농업분과 협상 대표의 역할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피해 불가피’ 깔고 교섭-
한·미 FTA는 노무현 대통령이 앞에서 끌고, 국내의 초국적 독점자본과 경제 관료가 뒤에서 밀고, 보수언론과 미국 경제학 박사들이 나팔을 불어 흥행을 북돋우었다.
그런데 이들 한·미 FTA를 주도한 세력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농업분야의 전면개방과 심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소신(?)을 갖고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협상 과정에서는 농업분야가 혹시라도 한·미 FTA의 걸림돌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모였다. 특히 한·미 FTA 협상의 최종결정자를 자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한·미 FTA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직접 나서서 농산물시장 개방의 당위성을 직접화법으로 강변하였다. 예를 들면 “한·칠레 FTA 하면 농촌, 농민 다 망칠 것이라고 했는데, 농촌 망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니 한·미 FTA도 문제 없다는 말씀일 게다. 그러나 이 말씀은 한·칠레 FTA라는 새총을 맞았는데 죽지 않고 다치기만 하였으니 한·미 FTA라는 대포를 맞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논리 비약에 지나지 않는다.
노대통령은 한·미 FTA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간 3월20일 작심하고 농산물시장 개방과 한·미 FTA의 당위성을 설파하였다. 우선 쇠고기 수입 금지조치가 한·미 FTA의 딜브레이크(협상결렬 요인)가 될 것을 우려하여,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FTA 하면 광우병 소가 들어온다는 식으로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FTA 안한다고 미국이 쇠고기 수입개방 요구 안할 것 같으냐”고 윽박질렀다.
같은 날 노대통령은 “농업도 상품이며 시장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식량안보의 가정이 정말 맞느냐. 쌀만이 안보식량이 아니라 우리가 수입하는 모든 품목이 그렇다”고 하였다. 쌀과 전기와 기름이 다르지 않다는 대통령의 억지에는 말문이 막힌다. 또한 대통령은 “상품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짓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고, 한·미 FTA를 통해 농업구조조정을 해서 경쟁력을 높여 한·중 FTA에 대비하자고 하였다. 보수언론들은 용기 있는 발언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산물이 상품이고,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지당하시지만, 농업이 시장논리에 의해서만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긴 설명할 것 없이 일본이 미국과 FTA를 추진하지 않고 있고, WTO DDA 농업협상이 미국과 EU의 대립, 미국의 국내 농업 보조금 감축 반대 때문에 좌초되고 있는 이유를 따져보라.
한·미 FTA를 통해 우리는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늦어도 10~15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2004년 호주와의 FTA에서 전체 농산물의 19%에 해당하는 342품목에 대해 관세철폐 예외를 받아냈다. 또 우리는 미국에 현행 40%의 쇠고기 관세를 협정 발효시점부터 단계적으로 낮추어 15년 뒤에 철폐하기로 약속하였다. 반면에 미국은 호주 쇠고기 수입 관세를 협정 발효 후 8년간 관세 감축을 유예하고 9~13년차에 6.7%, 14~17년차까지 매년 13.3%씩 인하하여 18년차부터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였다.
-칠레는 새총, 美는 대포-
한국과 미국, 미국과 호주의 FTA에서 농업분야 협상이 이처럼 다른 결과를 낳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이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 자국의 경쟁력이 약한 원당, 쇠고기, 낙농품 등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부터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하였고, 협상 과정에서 그것을 관철한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농업은 협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미 FTA를 위한 버리는 희생양이었다. 자기 나라도 지키지 않는 ‘예외 없는 관세철폐’라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고, 몇 안되는 농산물에서 간신히 관세철폐 기간을 연장한 것을 가지고 선방하였다고 선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07년 글입니다.
박진도 | 지역재단 상임이사,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를 놓고 정부는 선방하였다고 선전하지만, 그 실상은 완전히 실패한 협상이다. 농업분야는 특히 그러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때로는 을지문덕 장군의 한시를 번역하여 ‘이제 그만 만족함을 알고 돌아가라’고 충고하고, 때로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배종하 농업분과장으로서는 필자의 이런 평가에 대해 아마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한·미 FTA 농업분야 협상은 처음부터 농림부의 수비 범위를 벗어나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농업분과 협상 대표의 역할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피해 불가피’ 깔고 교섭-
한·미 FTA는 노무현 대통령이 앞에서 끌고, 국내의 초국적 독점자본과 경제 관료가 뒤에서 밀고, 보수언론과 미국 경제학 박사들이 나팔을 불어 흥행을 북돋우었다.
그런데 이들 한·미 FTA를 주도한 세력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농업분야의 전면개방과 심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소신(?)을 갖고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협상 과정에서는 농업분야가 혹시라도 한·미 FTA의 걸림돌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모였다. 특히 한·미 FTA 협상의 최종결정자를 자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한·미 FTA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직접 나서서 농산물시장 개방의 당위성을 직접화법으로 강변하였다. 예를 들면 “한·칠레 FTA 하면 농촌, 농민 다 망칠 것이라고 했는데, 농촌 망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니 한·미 FTA도 문제 없다는 말씀일 게다. 그러나 이 말씀은 한·칠레 FTA라는 새총을 맞았는데 죽지 않고 다치기만 하였으니 한·미 FTA라는 대포를 맞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논리 비약에 지나지 않는다.
노대통령은 한·미 FTA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간 3월20일 작심하고 농산물시장 개방과 한·미 FTA의 당위성을 설파하였다. 우선 쇠고기 수입 금지조치가 한·미 FTA의 딜브레이크(협상결렬 요인)가 될 것을 우려하여,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FTA 하면 광우병 소가 들어온다는 식으로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FTA 안한다고 미국이 쇠고기 수입개방 요구 안할 것 같으냐”고 윽박질렀다.
같은 날 노대통령은 “농업도 상품이며 시장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식량안보의 가정이 정말 맞느냐. 쌀만이 안보식량이 아니라 우리가 수입하는 모든 품목이 그렇다”고 하였다. 쌀과 전기와 기름이 다르지 않다는 대통령의 억지에는 말문이 막힌다. 또한 대통령은 “상품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짓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고, 한·미 FTA를 통해 농업구조조정을 해서 경쟁력을 높여 한·중 FTA에 대비하자고 하였다. 보수언론들은 용기 있는 발언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산물이 상품이고,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지당하시지만, 농업이 시장논리에 의해서만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긴 설명할 것 없이 일본이 미국과 FTA를 추진하지 않고 있고, WTO DDA 농업협상이 미국과 EU의 대립, 미국의 국내 농업 보조금 감축 반대 때문에 좌초되고 있는 이유를 따져보라.
한·미 FTA를 통해 우리는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늦어도 10~15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2004년 호주와의 FTA에서 전체 농산물의 19%에 해당하는 342품목에 대해 관세철폐 예외를 받아냈다. 또 우리는 미국에 현행 40%의 쇠고기 관세를 협정 발효시점부터 단계적으로 낮추어 15년 뒤에 철폐하기로 약속하였다. 반면에 미국은 호주 쇠고기 수입 관세를 협정 발효 후 8년간 관세 감축을 유예하고 9~13년차에 6.7%, 14~17년차까지 매년 13.3%씩 인하하여 18년차부터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였다.
-칠레는 새총, 美는 대포-
한국과 미국, 미국과 호주의 FTA에서 농업분야 협상이 이처럼 다른 결과를 낳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이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 자국의 경쟁력이 약한 원당, 쇠고기, 낙농품 등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부터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하였고, 협상 과정에서 그것을 관철한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농업은 협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미 FTA를 위한 버리는 희생양이었다. 자기 나라도 지키지 않는 ‘예외 없는 관세철폐’라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고, 몇 안되는 농산물에서 간신히 관세철폐 기간을 연장한 것을 가지고 선방하였다고 선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07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