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문제의 해법은 지역공동체 복원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5:07
- 조회 420
농업·농촌 문제의 해법은 지역공동체 복원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석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건 지금부터 ‘2013년 농정 시스템’의 키워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13년의 농업·농촌은 새 정부와 새 대통령을 맞는다는 통상적 과정을 넘어 피해갈 수 없는 두가지의 시대적 과제에 적극 대응하는 농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1993년의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20년 동안 지속돼 온 경쟁력 강화 중심의 구조농정을 계속해 나갈지 아니면 근본적인 방향을 전환할지를 선택하는 문제다. 1994년 ‘농어촌발전대책’을 수립한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동안 우리 농정의 기본방향은 규모화와 구조조정을 통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정 투융자를 확대하고 중앙정부 기능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을 답습해 왔다. 근년에는 경쟁력 강화 외에 대증요법으로 농가소득원 개발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목표가 추가되고 있지만 구조농정의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20년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돈보다 사람이 문제’이며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 정책에 못지않게 다양성을 지닌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는 방식이 긴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됐다. 그 결과 새로운 시설물 건립에 앞서 운영 주체의 역량강화를 논의하고 하향식 재원 배분과 집행 관행에서 벗어나 정책 수요자의 의견 수렴과 사업공모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도 많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농촌 외부로부터의 낙수효과에 기대하는 외생적 발전방식에서 지역의 인적·물적 잠재력을 핵심동력으로 하는 내생적 발전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최대의 걸림돌은 지자체 선출직의 정당공천제다. 주민생활 향상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공동체 의사결정의 중심기구가 정당정치의 볼모로 잡혀 주민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왜곡된 자치제의 족쇄를 풀어주는 제도개선이 자생적 지역 발전의 첫걸음이다.
다른 하나는 두차례의 경제위기를 지나 현재진행형인 세계경제의 정체국면에서 급진전된 양극화 추세 아래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요구가 농업·농촌 부문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족공동체가 거의 해체된 농촌지역에는 산업화시대 이래 우리 사회가 이룩한 성과로부터 소외된 독거노인·조손가정 등 사회공동체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 광범한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현행 제도상의 부양가족 규정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의 혜택에서 제외된 수십만의 독거노인도 포함된다. 소득원이나 일자리 창출 정책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이들 소외계층에 대한 생계·의료·주거·정서적 측면을 망라한 돌봄사업의 체계적 추진이 농촌복지 정책의 핵심과제로 설정·추진돼야 한다.
지난 20년의 구조농정을 탈피해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자생적 농촌발전 방향을 정립하고 가족공동체가 해체된 농촌사회에 새로운 사회통합의 동력을 불어넣는 방법은 구성원간의 신뢰관계 구축과 협동·공생의 여건조성을 통한 지역공동체 복원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촌 주민의 인식제고 관련 제도의 정비, 정부 역할의 재조정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이러한 방향의 새로운 시도는 여러 지역에서 주체적 노력을 통해 그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으며 다양한 수준에서 민관을 포함한 관련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토론과 합의과정을 지속해 간다면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 글은 농민신문 2012년 9월 ‘정영일칼럼‘에 실린 내용입니다.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석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건 지금부터 ‘2013년 농정 시스템’의 키워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13년의 농업·농촌은 새 정부와 새 대통령을 맞는다는 통상적 과정을 넘어 피해갈 수 없는 두가지의 시대적 과제에 적극 대응하는 농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1993년의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20년 동안 지속돼 온 경쟁력 강화 중심의 구조농정을 계속해 나갈지 아니면 근본적인 방향을 전환할지를 선택하는 문제다. 1994년 ‘농어촌발전대책’을 수립한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동안 우리 농정의 기본방향은 규모화와 구조조정을 통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정 투융자를 확대하고 중앙정부 기능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을 답습해 왔다. 근년에는 경쟁력 강화 외에 대증요법으로 농가소득원 개발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목표가 추가되고 있지만 구조농정의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20년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돈보다 사람이 문제’이며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 정책에 못지않게 다양성을 지닌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는 방식이 긴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됐다. 그 결과 새로운 시설물 건립에 앞서 운영 주체의 역량강화를 논의하고 하향식 재원 배분과 집행 관행에서 벗어나 정책 수요자의 의견 수렴과 사업공모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도 많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농촌 외부로부터의 낙수효과에 기대하는 외생적 발전방식에서 지역의 인적·물적 잠재력을 핵심동력으로 하는 내생적 발전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최대의 걸림돌은 지자체 선출직의 정당공천제다. 주민생활 향상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공동체 의사결정의 중심기구가 정당정치의 볼모로 잡혀 주민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왜곡된 자치제의 족쇄를 풀어주는 제도개선이 자생적 지역 발전의 첫걸음이다.
다른 하나는 두차례의 경제위기를 지나 현재진행형인 세계경제의 정체국면에서 급진전된 양극화 추세 아래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요구가 농업·농촌 부문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족공동체가 거의 해체된 농촌지역에는 산업화시대 이래 우리 사회가 이룩한 성과로부터 소외된 독거노인·조손가정 등 사회공동체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 광범한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현행 제도상의 부양가족 규정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의 혜택에서 제외된 수십만의 독거노인도 포함된다. 소득원이나 일자리 창출 정책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이들 소외계층에 대한 생계·의료·주거·정서적 측면을 망라한 돌봄사업의 체계적 추진이 농촌복지 정책의 핵심과제로 설정·추진돼야 한다.
지난 20년의 구조농정을 탈피해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자생적 농촌발전 방향을 정립하고 가족공동체가 해체된 농촌사회에 새로운 사회통합의 동력을 불어넣는 방법은 구성원간의 신뢰관계 구축과 협동·공생의 여건조성을 통한 지역공동체 복원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촌 주민의 인식제고 관련 제도의 정비, 정부 역할의 재조정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이러한 방향의 새로운 시도는 여러 지역에서 주체적 노력을 통해 그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으며 다양한 수준에서 민관을 포함한 관련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토론과 합의과정을 지속해 간다면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 글은 농민신문 2012년 9월 ‘정영일칼럼‘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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