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제대로 하자 | 윤주이 지역재단 자문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상무
- 작성일2020/03/04 15:54
- 조회 431
농협개혁, 제대로 하자
윤주이 | 지역재단 자문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상무
농협중앙회의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인수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농연 등 농민단체는 물론이고 정부, 정치권, 일반 네티즌들까지 나서 그야말로 뜬금 없고 어처구니없는 농협의 행태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고, 결국 여론의 압력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무소불위 회장 권한 남용 심각
이번 농협의 야구단 인수 추진과정을 보면, 농협중앙회의 주인은 누구이며, 농협은 과연 어떤 조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협중앙회가 중앙회장 등 임직원을 위한 사기업인가, 아니면 농민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인가. 제대로 된 농민조합원의 자조적 협동조직체였다면 현 농업·농촌의 여건을 볼 때 야구단 인수를 그리 쉽게 추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특성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일을 추진하다보니 농민,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농협의 이미지만 실추된 결과를 가져왔다.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은 농협중앙회 조직에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어느 조직이든 발전하려면 견제와 균형이 갖춰져야 한다. 견제 없는 독단으로 행사하는 권한은 언제나 남용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번 농협중앙회의 야구단 인수 사례는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경우 얼마나 엉뚱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농협중앙회는 막강한 조직력과 정치력, 그리고 경제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비상근으로 되어 있는 회장의 권한이 거의 무소불위라고 한다.
현재 정대근 농협회장은 지난해 5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1심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협동조합의 수장으로 이미 그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고, 그런 만큼 안팎의 퇴진 여론이 거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 회장은 자중하기는 커녕, 내부의 부정적 의견을 무시한채 보란듯이 야구단 인수를 밀어붙였다.
이런 사태는 견제할 수 있는 조직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농협이 진정으로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 나려 한다면 이런 문제를 견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농협 임직원들의 기강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중앙회 슬림화’가 핵심키워드
농업·농촌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농협 개혁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개혁 방향을 놓고 여전히 학계는 물론 농민단체들 간에 서로 견해차가 커 안타깝다.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분열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 농협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중앙회 슬림화를 통해 농민조합원들의 경제적 실익을 도모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농협은 이런 일을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농민 조합원들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농민 조합원의 이익증진보다는 중앙회 자체의 수익 증대와 임직원 중심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농협개혁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야구단 인수와 관련, 농협중앙회장과 임원의 직무를 정지할 수도 있다는 농림부의 고강도 압박이 인수 포기에 큰 위력을 발휘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정부, 농협 개혁 의지 보여주길
농림부가 25일부터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및 사업 분리 전국 순회토론회를 개최한다. 형식적인 여론 수렴을 위한 토론회로 끝나질 않길 기대한다. 현장 농민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1년 남은 참여정부가 농협을 농민 조합원의 품으로 돌려줘 위기의 농업·농촌이 희망을 갖게 해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한다. 차기정부에서 다시 또 농협개혁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07년 1월 25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윤주이 | 지역재단 자문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상무
농협중앙회의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인수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농연 등 농민단체는 물론이고 정부, 정치권, 일반 네티즌들까지 나서 그야말로 뜬금 없고 어처구니없는 농협의 행태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고, 결국 여론의 압력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무소불위 회장 권한 남용 심각
이번 농협의 야구단 인수 추진과정을 보면, 농협중앙회의 주인은 누구이며, 농협은 과연 어떤 조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협중앙회가 중앙회장 등 임직원을 위한 사기업인가, 아니면 농민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인가. 제대로 된 농민조합원의 자조적 협동조직체였다면 현 농업·농촌의 여건을 볼 때 야구단 인수를 그리 쉽게 추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특성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일을 추진하다보니 농민,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농협의 이미지만 실추된 결과를 가져왔다.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은 농협중앙회 조직에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어느 조직이든 발전하려면 견제와 균형이 갖춰져야 한다. 견제 없는 독단으로 행사하는 권한은 언제나 남용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번 농협중앙회의 야구단 인수 사례는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경우 얼마나 엉뚱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농협중앙회는 막강한 조직력과 정치력, 그리고 경제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비상근으로 되어 있는 회장의 권한이 거의 무소불위라고 한다.
현재 정대근 농협회장은 지난해 5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1심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협동조합의 수장으로 이미 그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고, 그런 만큼 안팎의 퇴진 여론이 거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 회장은 자중하기는 커녕, 내부의 부정적 의견을 무시한채 보란듯이 야구단 인수를 밀어붙였다.
이런 사태는 견제할 수 있는 조직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농협이 진정으로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 나려 한다면 이런 문제를 견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농협 임직원들의 기강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중앙회 슬림화’가 핵심키워드
농업·농촌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농협 개혁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개혁 방향을 놓고 여전히 학계는 물론 농민단체들 간에 서로 견해차가 커 안타깝다.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분열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 농협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중앙회 슬림화를 통해 농민조합원들의 경제적 실익을 도모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농협은 이런 일을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농민 조합원들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농민 조합원의 이익증진보다는 중앙회 자체의 수익 증대와 임직원 중심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농협개혁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야구단 인수와 관련, 농협중앙회장과 임원의 직무를 정지할 수도 있다는 농림부의 고강도 압박이 인수 포기에 큰 위력을 발휘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정부, 농협 개혁 의지 보여주길
농림부가 25일부터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및 사업 분리 전국 순회토론회를 개최한다. 형식적인 여론 수렴을 위한 토론회로 끝나질 않길 기대한다. 현장 농민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1년 남은 참여정부가 농협을 농민 조합원의 품으로 돌려줘 위기의 농업·농촌이 희망을 갖게 해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한다. 차기정부에서 다시 또 농협개혁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07년 1월 25일자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