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개방, 자포자기 말자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4:49
- 조회 441
농업개방, 자포자기 말자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총선이 끝나고 19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비례대표 경선문제로 유일한 농민후보라고 하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마저 사퇴함으로써 이번 국회는 진정한 의미에서는 단 한명의 농업인 출신 국회의원도 없는 국회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느덧 농업·농민 진영의 무대접을 비판하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한여름 밤의 공허한 개꿈처럼 지난 총선의 기억은 이렇게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또 주어진 현실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의 후폭풍은 소리없이 휘몰아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의 목소리는 야당의 선거패배와 함께 모든 매스컴에서 사라졌고 모든 정치권이 새로운 이벤트(대선)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정부는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정부는 또 지난 14일에는 협상운영세칙까지 확정 발표했다. 이 세칙은 협상의 원칙과 협정의 대상, 단계별 협상방식 등 협상구조와 협상의 조직, 상품·서비스·투자 등 분야별 협상지침의 골격 등 협상의 기본지침과 틀을 담고 있다.
협상은 대략 2개월 단위로 개최되는데, 7월 초로 예정돼 있는 2차 협상을 앞두고 관계부처와 관련 업계의 의견수렴 작업을 병행해 나가면서 초민감품목, 민감품목, 일반품목의 분류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 한다.
‘개방은 어쩔 수 없다’ 여기지 말고
한편,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농민단체들은 “중국과 FTA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농업을 없애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중 FTA 추진을 우리 농어업의 말살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한다”며 강력투쟁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들은 또 “현재의 높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김치, 고추, 마늘 등 주요채소의 중국산 비중이 95%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에서 “한·중 FTA가 체결되면 우리 농어업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는 만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깨어있는 의지로 동조세력 경계
하지만 정부는 끄떡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농민단체의 희망과는 달리 정부는 최대한 농어업을 초민감품목 또는 민감품목으로 분류한다는 입장일 뿐 협상에서 제외하려는 의지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1차 협상에서 ‘포괄적 FTA 추진’을 주요한 협상원칙으로 재확인한 바 있기 때문에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전문가들도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농업·농민을 둘러싼 모든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인질이 어느 순간 인질범들과 동화돼 그들에게 동조하게 되는 비이상적인 증상’을 말한다. ‘이제 개방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방의 확대와 촉진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에게 투표하는 우리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 농업·농민을 이롭게 하는지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깨어있는 의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한·중 FTA 추진을 서두르고 있는 정부에 대한 우리 농업·농민진영의 기본자세가 돼야 한다. 우리 스스로 ‘스톡홀름 증후군’으로부터 벗어 나지 못한다면 한·중 FTA 추진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고, 더 많은 FTA가 우리의 들판을 뒤덮게 될 것이다.
우리 농민 위한 대통령 만들어야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지난 총선에서 농어업인 출신 국회의원을 한명도 만들지 못한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단합하지 못하고 분열한 결과이다. 우리 스스로 힘을 갖지 못할 때 정치권은 우리를 무시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정치권력의 부재로 나타날 것이다. 농업·농민진영의 단합될 힘을 토대로 우리 국민의 건강한 식탁과 농업인의 안정된 살림살이가 보장될 수 있는 공약을 개발하고, 이것을 다가 올 대 에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대선후보를 선택하고 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스톡홀름 증후군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5월 제243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총선이 끝나고 19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비례대표 경선문제로 유일한 농민후보라고 하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마저 사퇴함으로써 이번 국회는 진정한 의미에서는 단 한명의 농업인 출신 국회의원도 없는 국회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느덧 농업·농민 진영의 무대접을 비판하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한여름 밤의 공허한 개꿈처럼 지난 총선의 기억은 이렇게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또 주어진 현실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의 후폭풍은 소리없이 휘몰아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의 목소리는 야당의 선거패배와 함께 모든 매스컴에서 사라졌고 모든 정치권이 새로운 이벤트(대선)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정부는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정부는 또 지난 14일에는 협상운영세칙까지 확정 발표했다. 이 세칙은 협상의 원칙과 협정의 대상, 단계별 협상방식 등 협상구조와 협상의 조직, 상품·서비스·투자 등 분야별 협상지침의 골격 등 협상의 기본지침과 틀을 담고 있다.
협상은 대략 2개월 단위로 개최되는데, 7월 초로 예정돼 있는 2차 협상을 앞두고 관계부처와 관련 업계의 의견수렴 작업을 병행해 나가면서 초민감품목, 민감품목, 일반품목의 분류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 한다.
‘개방은 어쩔 수 없다’ 여기지 말고
한편,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농민단체들은 “중국과 FTA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농업을 없애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중 FTA 추진을 우리 농어업의 말살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한다”며 강력투쟁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들은 또 “현재의 높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김치, 고추, 마늘 등 주요채소의 중국산 비중이 95%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에서 “한·중 FTA가 체결되면 우리 농어업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는 만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깨어있는 의지로 동조세력 경계
하지만 정부는 끄떡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농민단체의 희망과는 달리 정부는 최대한 농어업을 초민감품목 또는 민감품목으로 분류한다는 입장일 뿐 협상에서 제외하려는 의지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1차 협상에서 ‘포괄적 FTA 추진’을 주요한 협상원칙으로 재확인한 바 있기 때문에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전문가들도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농업·농민을 둘러싼 모든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인질이 어느 순간 인질범들과 동화돼 그들에게 동조하게 되는 비이상적인 증상’을 말한다. ‘이제 개방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방의 확대와 촉진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에게 투표하는 우리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 농업·농민을 이롭게 하는지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깨어있는 의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한·중 FTA 추진을 서두르고 있는 정부에 대한 우리 농업·농민진영의 기본자세가 돼야 한다. 우리 스스로 ‘스톡홀름 증후군’으로부터 벗어 나지 못한다면 한·중 FTA 추진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고, 더 많은 FTA가 우리의 들판을 뒤덮게 될 것이다.
우리 농민 위한 대통령 만들어야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지난 총선에서 농어업인 출신 국회의원을 한명도 만들지 못한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단합하지 못하고 분열한 결과이다. 우리 스스로 힘을 갖지 못할 때 정치권은 우리를 무시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정치권력의 부재로 나타날 것이다. 농업·농민진영의 단합될 힘을 토대로 우리 국민의 건강한 식탁과 농업인의 안정된 살림살이가 보장될 수 있는 공약을 개발하고, 이것을 다가 올 대 에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대선후보를 선택하고 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스톡홀름 증후군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5월 제243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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