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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촌 환경분쟁 조정 조례 | 전희식 장수군 농민,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4:47
    • 조회 449
    농촌 환경분쟁 조정 조례
    | 전희식 장수군 농민,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장수군은 현재 ‘더클’이라는 폐기물공장 설립을 놓고 주민과 군청, 사업자간의 갈등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의한 설립신고서의 법적 요건이 갖춰졌다면 설립을 불허하기가 난처한 것이 군의 입장이겠지만, 주민대책위의 생활권·환경권 요구가 전 군민의 20%가 넘는 공장설립 반대서명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법적 합치 여부와는 또 다른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분쟁조정기구 구성·권한 명시

    농번기임에도 열흘 넘게 계속되는 군청광장 천막농성과 두 차례의 대규모 군중집회를 치뤄내기에는 고령의 농촌주민 입장에서 크나큰 출혈이 아닐 수 없거니와 1200만원이 넘어 선 주민들의 자발적인 투쟁성금은 시골 농민들의 피땀 어린 쌈짓돈인데 이것이 길거리에 뿌려지고 있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이를 관련법 뒤에 숨어서 수수방관하는 군청의 태도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언젠가부터 이런 광경은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로, 도시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농촌은 생활재의 공급원이자 도시쓰레기의 처리장이 된지 오래다. 공업의 부속물 취급되는 농업은 한·미 에프티에이(FTA)에서도 보였듯 모든 국제경제협약의 희생물이다. 지난 1월 경남 밀양에서 일어난 이치우 할아버지의 분신사망도 같은 맥락이고 멀리는 부안 방폐장 반대투쟁도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농촌의 환경분쟁은 더욱 빈번해 질 전망이다.
    지역이기주의를 넘어서고 지역갈등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환경분쟁 조정에 관한 조례’ 등 몇 가지 방편을 검토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조례 제정문제는 장수군 의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주민대책위가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기존의 ‘환경분쟁조정법’이 있으나 9개월이라는 조정 기간도 길 뿐 아니라 광역시도 단위에서만 분쟁조정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게 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어서 그렇다.
    군수의 독점적 사업 인허가권을 환경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지역 직접민주주의의 구현으로 바꿔보자는 게 이 제안의 취지다. 빈발하는 환경 분쟁 때마다 반복되는 사회적 출혈을 줄이고자 하는 것도 있다.
    먼저, 분쟁조정기구의 구성과 권한이 조례의 주요한 조항이 될 것이다. 이 기구가 잘못 구성돼 운영되면 지역민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 분출 자체가 제약을 받고, 왜곡·완충돼 지자체 정책결정의 책임전가로 나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조정 대상 요건 강화해야

    둘째는 분쟁조정 대상 요건을 강화하는 문제다. 환경문제가 지역민의 배타적 이기주의로 전락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쓰레기와 폐기물은 우리 모두가 그 생산자다. 물질문명의 산물이며 갖은 편리의 부메랑이다. 그래서 환경분쟁 조정을 요청 할 수 있는 조건을 강화해 해당 주민들이 최근 몇 년간 환경오염 사례가 없어야 한다거나 아니면 앞으로 환경보존에 관한 어떤 결의를 전제로 하자는 것이다. 자신이 쓰레기 만드는 작은 공장이었다는 성찰이 없이 주장하는 폐기물 재처리공장 반대는 자가당착이다.
    환경에 부담을 주는 화학농사법에 대한 규제를 포함시키는 것도 포함여부를 검토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폐기물 재처리 수혜자 부담으로

    셋째는 상위법에서 다룰 문제로, 폐기물 재처리와 관련해서는 수혜자 부담 원칙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폐기물 쓰레기 생산자가 그것의 처리 비용까지를 부담하게 해 쓰레기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관련법의 제·개정도 필요해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이 평온하고 안정돼 있을 때는 가치와 철학을 중심으로 행동을 강화하지만 삶이 위협에 처하게 되면 자기가 속한 같은 처지의 구성원과 이해를 공유하면서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수 십 년간 계속 악화 일로에 있는 농촌지역의 주민들이 벌이는 집단행동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고 수용 할 필요가 있다. 농업과 농촌이 무너지면 세상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우리 농촌의 생태축이 우리나라를 떠받치는 기둥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4월 제2427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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