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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정말 우리 대통령 잘 뽑았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4:36
    • 조회 454
    정말 우리 대통령 잘 뽑았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국 350만 농민 여러분, 저는 어릴 때 시골에서 참으로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때의 심정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는)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위한 10대 방안에 대한 약속,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몇 년후에 우리 농민들 입에서 ‘정말, 우리 대통령 잘 뽑았다.’ 그런 소리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명박 후보의 ‘농촌·농민 성공시대를 열겠습니다.’ 연설, 2007. 12. 9, 충남 홍성-
    이명박 대통령의 법정 임기를 딱 1년 19일 남겨둔 오늘의 시점에서 지난 4년을 뒤돌아 볼 때 우리나라 농업 농촌 농민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 아비규환(阿鼻叫喚)의 단말마(斷末魔)적 난장판을 떠오르게 한다. 도시 아스팔트 위에서 농사짓는 날들이 늘어나고 농촌 들녘엔 한숨소리가 그윽하다. 전국 농경지는 투기장화해 해마다 2만ha 이상씩 비농업용으로 전용되고, 60% 이상의 농경지가 소작 또는 임대농화했으며, 가구당 명목상의 농업소득마저 해마다 줄어 농가부채가 농업총수입을 뛰어 넘는 2800만원 수준이다. 유사 이래 최초로 전국의 농가인구가 300만명 이하인 296만명으로 떨어졌다. 젊은이들이 ‘돈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버리고 떠나, 현재 농가인구의 40%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식량자급율은 26%, 쌀을 제외하면 단 4% 안팎으로 자급율이 세계 최하위권이다. 이상이 거시경제 통계로 보는 이명박 정권의 농정 4년 결산표이다.

    ‘무대책·무관세 수입’ 농정의 전부

    이 정권이 한 일이라고는 취임 초부터 4년 내내 농축산물 무관세 도입과 식량농업의 예속화를 골자로 하는 농업대국들과의 FTA(자유무역협정) ‘동시다발’ 체결과 비준 강행이었다. 대통령은 막대한 국비를 써가며 외국에 나들이 할 때마다 농축산물 무관세 수입개방을 독려하거나 또는 알맹이 없는 자원개발수입 잔치판이다. 치솟는 물가에 대해 진짜 원인은 제쳐놓고 농축산물의 무관세 수입으로 호도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전체 물가지수에서 5.5% 밖에 차지하지 않는 농축산물에 대하여 물가상승의 누명을 씌어 배추, 쌀, 쇠고기, 돼지고기의 무관세 수입을 촉진했다.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된, 정부관리 더러 품목별로 물가를 책임지라는 농산물값 실명제마저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가격만 오르면 무관세수입이 무조건, 무조건이다.
    이같은 무사려한 무관세 수입촉진정책으로 지난 한해 배추값 폭락사태, 소값 파동, 쌀값 파동이 일어났고, 농민들은 크게 고통을 받았다. 가격이 폭락하면 무대책 또는 땜질이다가 좀 오르면 온통 무관세 수입 독려가 이명박 정권의 농정의 전부인 듯하다.
    취임 한 달만에 미국을 국빈방문해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하루밤 잔 값으로 광우병 의심 쇠고기까지 터무니없이 무제한 수입을 허용하려다가 촛불시위를 만나 청와대 뒷산에 올라 참회하고 국민 앞에 두 번씩이나 고개숙여 사죄하더니 잠잠해 지니 유모차 시위대까지 잡아가고 망신주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필자도 그 앞잡이 신문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지금 이 순간도 송사 중이다. 명예직이나 다름없던 정부 관련 직책들마저 두 곳에서 쫓겨났다. 필자와 직접 관련된 시민단체도 후원의 목줄이 죄여 쫄아들대로 쫄아들고 줄이고 줄여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하물며 사회·경제·환경 정의를 주장하는 진성의 시민단체 지도자나 농민단체장들의 고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이름도 선명한 집행하수인들은 지금도 요직을 두루 돌며 영화를 누리고 있다.
    한미 FTA로 우리나라 농업 축산 농민들의 앞날은 풍전등화 격이다. 설상가상으로 정권 말기인데도 한중 FTA를 밀어부쳐 나머지 농축산업과 원예산업을 종결지으려 그 기세가 등등하다. 우리나라 농업 축산농민과 전생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는지 후보시절 공약한 ‘그때의 심정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이 혹시 이 나라 농업 농촌 농민을 아예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나라의 살길이라고 믿는 것일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딴 것은 제쳐 두더라도 스스로 공약하고 연설로 발표까지한 WTO가 허용하는 갖가지 직접지불 보조를 총생산액의 10%까지 지원하거나, 캐나다식 ‘농어민 소득보전 특별법’을 제정해 식량농업을 지탱하지 않고 거꾸로 보조를 융자로 바꾸어 농가부채만 누적시킨단 말인가. 세계에서 WTO 허용대상의 직접보조금액 비중이 총생산액의 1~3%로 제일 적고, WTO가 감축하라는 농업보조금은 득달같이 제일 빠르게 시행한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농업=생명산업 진리 보이지 않아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국가를 경영하는 경세관(經世觀)이 삐뚤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정(市井)의 장사꾼 같은 셈법이 아니라, 경세가, 즉 선비의 셈법이 아쉬운 대목이다. 장사꾼의 셈법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토건업자의 계산법으로 농업문제를 재단하려는데 문제가 있다. 모든 것을 돈(현금)으로만 계산하고 이익과 손실을 화폐가치로만 따지는 셈법으로는 농업의 심오하고 광대한 의미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지구를 살리고 환경생태계를 살리며 우리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껴안는 살아있는 유일한 생명산업이 농업이라는 진리가 보이지 않는다. 돈만 있으면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사먹을 수 있는 것이 농업이고 식량이라고 하찮게 생각한다. 그들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1만원권 화폐에 새겨 넣은 세종대왕(1397-1450년)의 참 뜻을 알 리가 없다.
    세종대왕께서 권농교본에서 가로되,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國以民爲本), 백성은 식량(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 농업은 衣食(입고 먹는 것)의 근원이므로 나라는 농업을 우선하여 다스려야 한다.” (世宗 26년 勸農敎本)
    UN IPCC(국가간 기후변화위원회)를 비롯한 세계 유수 지구환경연구기관들은 적어도 2030년에서 2050년 사이에 절대 식량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생명수인 지하수가 고갈하며, 석유에너지가 줄어들어 돌이킬 수 없는 궁극적인 퇴보가 우리 인류사회에 몰아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조너던 포리트 의장은 이같은 최악의 폭풍(Perfect Storm)이 2030년이 아니라 그보다 10년 더 빠르게 2020년경에 불어닥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제 식량농업문제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이며 당장에 남북한과 중국 일본 미국 유럽의 문제이다.

    장사꾼 셈법 밝은 대통령은 안돼

    다만 우리 국민에게 있어선 한 EU, 한미 FTA와 한중 FTA 등 각종 상인적 셈법의 농업 개방일변도 정책과 농업환경 경시 정책으로 그 속도가 가속화돼 모든 국민과 모든 세대의 문제로 훨씬 더 빨리 그리고 가파르게 다가오고 있다. 다시는 장사꾼 셈법에만 밝은 정상배나 토목건설 CEO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아니되겠다는 것이 우리의 교훈이다. 정치꾼 경제인이 아니라 선비형 경세가가 필요한 때이다. 정말 우리 대통령 잘 뽑았다고 모두들 말할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랄 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2월 제240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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