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브랜드가치 높이자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4:30
- 조회 445
지역 브랜드가치 높이자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2002년은 우리나라 농촌지역개발정책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해이다. 중앙정부에서 주민주도의 상향식정책을 채택한 첫해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향상…지역 활성화 도움
그 첫 사업이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과 ‘전통테마조성사업’이다. 그 즈음 필자는 전북 진안군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이 전북에 2개 배정됐는데, 그 중 하나는 도내 S군에 배정키로 하고 나머지 1개 사업에 대해서 다른 시·군에 상향식으로 공모한다는 것이었다. 왜 1개를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만 공모하느냐고 항의를 했더니 중앙정부(당시 농림부)에서 사업을 배정하면서 그렇게 하도록 지침이 왔다는 것이었다. 동의할 수 없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앙정부에서 왜 1개 사업을 먼저 S군에 배정하도록 했을까? 이제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듯도 하다. 당시 S군은 지자체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그린투어리즘을 군정방향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행사와 시책을 추진하고 있었고, 이러한 사실이 전라북도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에까지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즉, ‘S군=그린투어리즘’이라는 지역의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은 당연히 S군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것이 ‘지역브랜드’의 힘이다.
원래 브랜드(brand)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칭, 기호, 상징, 디자인의 총칭을 의미한다. ‘명칭’ 그 자체로서 차별화된 ‘의미’와 ‘가치’를 가짐으로써 상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나 경쟁력을 높여주는 핵심적인 요소가 ‘브랜드’이다. 따라서 ‘지역브랜드(local brand)’란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됨으로써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는 심리적 선호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지역브랜드는 해당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시킴으로써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게 된다. 유사한 기능을 갖는 제품인데도 유독 특정 메이커에 대하여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힘’이 곧 브랜드의 능력이라고 한다면, 지역브랜드는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힘이다. 때문에 지역브랜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의 대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개발돼 사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지역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주목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가령, 이천 쌀이나 벌교 꼬막, 돌산 갓(김치), 함평나비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상품이나 서비스에 그 지역만의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차별화된 자연적·문화적·역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성의 녹차, 남원의 판소리, 다랭이 마을의 자연경관 등이 그것이다.
셋째, 지역브랜드의 힘을 지역 활성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역주체의 역량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자연자원과 차별화된 상품이 있어도 그것을 브랜드화하고, 그 브랜드를 활용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역역량이 없다면 지역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없다. 넷째, 지역브랜드를 육성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2006년부터 ‘지역단체상표제도(지역특산물이나 서비스에 산지명을 활용하여 상표명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08년까지 745건의 지역특산물이 지역브랜드로 등록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국의 ‘임실치즈마을’사건은 제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경기도 Y군에서 ‘임실치즈마을’이라는 지역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진주체 역량·제도 뒷받침 필요
현대는 브랜드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가방인데도 특정상표를 붙이면 가격이 수십배로 오른다. 지역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지역 활성화의 토대이고, 출발이다. 아울러 강력한 지역브랜드가 존재하는 곳에는 한결같이 헌신적이고 유능한 지역리더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92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2002년은 우리나라 농촌지역개발정책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해이다. 중앙정부에서 주민주도의 상향식정책을 채택한 첫해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향상…지역 활성화 도움
그 첫 사업이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과 ‘전통테마조성사업’이다. 그 즈음 필자는 전북 진안군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이 전북에 2개 배정됐는데, 그 중 하나는 도내 S군에 배정키로 하고 나머지 1개 사업에 대해서 다른 시·군에 상향식으로 공모한다는 것이었다. 왜 1개를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만 공모하느냐고 항의를 했더니 중앙정부(당시 농림부)에서 사업을 배정하면서 그렇게 하도록 지침이 왔다는 것이었다. 동의할 수 없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앙정부에서 왜 1개 사업을 먼저 S군에 배정하도록 했을까? 이제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듯도 하다. 당시 S군은 지자체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그린투어리즘을 군정방향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행사와 시책을 추진하고 있었고, 이러한 사실이 전라북도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에까지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즉, ‘S군=그린투어리즘’이라는 지역의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은 당연히 S군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것이 ‘지역브랜드’의 힘이다.
원래 브랜드(brand)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칭, 기호, 상징, 디자인의 총칭을 의미한다. ‘명칭’ 그 자체로서 차별화된 ‘의미’와 ‘가치’를 가짐으로써 상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나 경쟁력을 높여주는 핵심적인 요소가 ‘브랜드’이다. 따라서 ‘지역브랜드(local brand)’란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됨으로써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는 심리적 선호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지역브랜드는 해당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시킴으로써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게 된다. 유사한 기능을 갖는 제품인데도 유독 특정 메이커에 대하여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힘’이 곧 브랜드의 능력이라고 한다면, 지역브랜드는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힘이다. 때문에 지역브랜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의 대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개발돼 사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지역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주목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가령, 이천 쌀이나 벌교 꼬막, 돌산 갓(김치), 함평나비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상품이나 서비스에 그 지역만의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차별화된 자연적·문화적·역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성의 녹차, 남원의 판소리, 다랭이 마을의 자연경관 등이 그것이다.
셋째, 지역브랜드의 힘을 지역 활성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역주체의 역량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자연자원과 차별화된 상품이 있어도 그것을 브랜드화하고, 그 브랜드를 활용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역역량이 없다면 지역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없다. 넷째, 지역브랜드를 육성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2006년부터 ‘지역단체상표제도(지역특산물이나 서비스에 산지명을 활용하여 상표명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08년까지 745건의 지역특산물이 지역브랜드로 등록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국의 ‘임실치즈마을’사건은 제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경기도 Y군에서 ‘임실치즈마을’이라는 지역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진주체 역량·제도 뒷받침 필요
현대는 브랜드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가방인데도 특정상표를 붙이면 가격이 수십배로 오른다. 지역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지역 활성화의 토대이고, 출발이다. 아울러 강력한 지역브랜드가 존재하는 곳에는 한결같이 헌신적이고 유능한 지역리더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92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첨부파일1 유정규.jpg (용량 : 6.3K / 다운로드수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