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가능하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4:27
- 조회 412
한미FTA, 재협상 가능하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한나라당이 야당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22일 한·미 FTA 국회 비준을 강행했다. 야당과 농민단체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을까. 한·미 FTA가 내년 1월 1일에 발효될 경우 공식적으로 한·미 FTA 폐기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이 통보하면 협상 종료
우선 정부가 내놓은 보완대책은 한·미 FTA에 따른 생산 감소와 농가소득 피해를 메우는 데 턱없이 미흡하다. 15년간 한·미 FTA로 인한 농업피해액 12조8000억원도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실제보다 축소됐다. 수입 증가에 따라 폐업한 농가가 다른 작목 생산으로 전환할 경우 예상되는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 미국산 과일 수입증가에 따른 소비대체 효과로 인한 국산 과일 소비 축소 등 간접적 피해까지는 산정되지 않았다.
또 농업 관련 산업의 피해, 농민소득 감소에 따른 농촌공동화와 농촌관광의 위축에 의한 피해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피해소득 보상도 빈약해 22조원 중 단 1조3000억원만이 폐업에 따른 보상이고, 폐업에 따른 보상금을 산정할 때 농민의 자가노력비는 빼버리고 수익금 800만원만을 산정했다.
내년 총선·대선이 바로 시험대
농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도 그동안 농업정책 시행 결과에서 확인되듯이 이뤄질 수 없는 목표다. 품목별 경쟁력 향상은 식량자급률 하락으로 귀결된다. 보완대책에는 보리 생산량을 감축한다는 내용조차 버젓이 들어있다. 고령농의 은퇴 촉진을 위해 경영이양직불제도를 확충하고 주업 농들에게 규모화 지원 및 경영안정 장치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노령농가가 농업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고령자의 비농업 소득기회가 아주 좁고, 또 노령농가에 대한 사회보장체제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지임대차 활성화는 자경농지의 확보를 통한 안정적 영농을 원하는 전업농에게는 불리한 정책방향이다. 비농민소유 농지의 농민 매입을 촉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농업회사법인에 비농업인 출신 경영인 영입을 촉진하기 위해 농지소유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농업 농민 보호에 역행하는 것이다. 농산물 수출 확대는 대량 농산물 수입에 비하면 이삭줍기에 불과하고. 식량자급률을 하락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농촌활성화 지원, 농촌관광 수요 확대정책도 비농민에게 더 많은 사업기회를 줄 수 있고, 농민의 실질적인 소득기반 확충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시민의 농촌투자를 촉진하는 것은 보완대책의 혜택이 도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난 10월 31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13개 농어업 피해보전 대책에서 피해보전 직불제 발동요건 완화, 밭농업·수산 직불제 신설, 농어업용 시설 농사용 전기 확대 적용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예산상의 이유로 지원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피해보전 직불제 발동요건 완화는 한·EU FTA 보완대책과 형평성이 맞지 않고, 밭농업·수산 직불제 도입은 재정 여건이 어려우며, 농사용 전기 확대적용도 한전의 경영난 때문에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빈약한 농업 피해 보전대책조차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체제 확충과 부자 증세를 통한 재정여건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농민들이 한·미 FTA 재협상과 외국농산물 수입 억제로 자신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 더 잘 팔리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 힘으로 재협상시켜야
일단 국회에서 비준했지만 다수 국민의 요구가 재협상이라면 정부가 앞으로 폐기를 선언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한·미 FTA 협정을 폐기한 후 재협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미 FTA 협정문 24.5조 2항은 “이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4.5조 3항에는 “당사국이 (협정의 종료를)통보를 한 후 30일 이내”에 이와 관련된 협의를 개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주권국가로서는 당연한 권리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폐기를 통보할 주체가 대통령이니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미 FTA 폐기를 공약으로 내건 세력이 국회와 행정부를 잡아야 한다. 물론 폐기는 국제 협정상의 신뢰를 잃게 되고 한미관계의 특성상 미국과 격렬하게 부딪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결국 한·미 FTA 폐기 후 재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은 국민과 농민들의 정확한 인식과 힘에서 나온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8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한나라당이 야당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22일 한·미 FTA 국회 비준을 강행했다. 야당과 농민단체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을까. 한·미 FTA가 내년 1월 1일에 발효될 경우 공식적으로 한·미 FTA 폐기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이 통보하면 협상 종료
우선 정부가 내놓은 보완대책은 한·미 FTA에 따른 생산 감소와 농가소득 피해를 메우는 데 턱없이 미흡하다. 15년간 한·미 FTA로 인한 농업피해액 12조8000억원도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실제보다 축소됐다. 수입 증가에 따라 폐업한 농가가 다른 작목 생산으로 전환할 경우 예상되는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 미국산 과일 수입증가에 따른 소비대체 효과로 인한 국산 과일 소비 축소 등 간접적 피해까지는 산정되지 않았다.
또 농업 관련 산업의 피해, 농민소득 감소에 따른 농촌공동화와 농촌관광의 위축에 의한 피해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피해소득 보상도 빈약해 22조원 중 단 1조3000억원만이 폐업에 따른 보상이고, 폐업에 따른 보상금을 산정할 때 농민의 자가노력비는 빼버리고 수익금 800만원만을 산정했다.
내년 총선·대선이 바로 시험대
농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도 그동안 농업정책 시행 결과에서 확인되듯이 이뤄질 수 없는 목표다. 품목별 경쟁력 향상은 식량자급률 하락으로 귀결된다. 보완대책에는 보리 생산량을 감축한다는 내용조차 버젓이 들어있다. 고령농의 은퇴 촉진을 위해 경영이양직불제도를 확충하고 주업 농들에게 규모화 지원 및 경영안정 장치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노령농가가 농업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고령자의 비농업 소득기회가 아주 좁고, 또 노령농가에 대한 사회보장체제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지임대차 활성화는 자경농지의 확보를 통한 안정적 영농을 원하는 전업농에게는 불리한 정책방향이다. 비농민소유 농지의 농민 매입을 촉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농업회사법인에 비농업인 출신 경영인 영입을 촉진하기 위해 농지소유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농업 농민 보호에 역행하는 것이다. 농산물 수출 확대는 대량 농산물 수입에 비하면 이삭줍기에 불과하고. 식량자급률을 하락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농촌활성화 지원, 농촌관광 수요 확대정책도 비농민에게 더 많은 사업기회를 줄 수 있고, 농민의 실질적인 소득기반 확충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시민의 농촌투자를 촉진하는 것은 보완대책의 혜택이 도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난 10월 31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13개 농어업 피해보전 대책에서 피해보전 직불제 발동요건 완화, 밭농업·수산 직불제 신설, 농어업용 시설 농사용 전기 확대 적용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예산상의 이유로 지원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피해보전 직불제 발동요건 완화는 한·EU FTA 보완대책과 형평성이 맞지 않고, 밭농업·수산 직불제 도입은 재정 여건이 어려우며, 농사용 전기 확대적용도 한전의 경영난 때문에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빈약한 농업 피해 보전대책조차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체제 확충과 부자 증세를 통한 재정여건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농민들이 한·미 FTA 재협상과 외국농산물 수입 억제로 자신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 더 잘 팔리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 힘으로 재협상시켜야
일단 국회에서 비준했지만 다수 국민의 요구가 재협상이라면 정부가 앞으로 폐기를 선언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한·미 FTA 협정을 폐기한 후 재협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미 FTA 협정문 24.5조 2항은 “이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4.5조 3항에는 “당사국이 (협정의 종료를)통보를 한 후 30일 이내”에 이와 관련된 협의를 개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주권국가로서는 당연한 권리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폐기를 통보할 주체가 대통령이니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미 FTA 폐기를 공약으로 내건 세력이 국회와 행정부를 잡아야 한다. 물론 폐기는 국제 협정상의 신뢰를 잃게 되고 한미관계의 특성상 미국과 격렬하게 부딪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결국 한·미 FTA 폐기 후 재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은 국민과 농민들의 정확한 인식과 힘에서 나온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8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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