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왜 문제인가 | 윤석원 중앙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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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왜 문제인가
| 윤석원 중앙대 교수
WTO 체제가 출범한지 16년째이고 한·미 FTA가 타결된 지 4년째인 2011년은 나라 안과 밖에서 범상치 않은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경제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최근 서울시장선거에서 20~40대가 현 집권여당의 인사에게 압도적으로 등을 돌린 사건이 그것이다.
ISD·래칫 등 독소조항 걱정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는 1%를 위해 99%가 들러리를 서야하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요, 20~40대의 등돌림은 세계적 신조류를 읽지 못하는 현 정부의 못말리는 1% 사랑에 대한 저항이다.
두 사건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로 표방되는 경쟁력 지상주의(일등 지상주의)와 물신주의 그리고 인간소외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가진 자를 더욱 가지게 하고, 1등하는 기업이 더욱 가지게 되면 그것이 아래로 흘러 전체가 가지게 된다는 강자들만의 논리만을 아무런 생각과 철학없이 4년동안 뇌까려온 현 정부와 시대에 대한 저항이다.
식량안보·식량주권 논의 외면
한·미 FTA가 타결된 지 4년여가 지난 지금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질서에 대한 저항이 대내외적으로 들불처럼 요동치고 있음에도 무슨 대단한 살길이라도 되는 양 아직도 한·미FTA에 목메는 정부와 매국적 일부 정부 관리들의 안일함과 몰염치는 극에 달해 있다.
또 한·미 FTA 협정문은 곧바로 국내법의 우위에 놓이지만, 미국은 미국의 국내법이 한·미FTA 협정문 보다 우위에 있게 되어 주권침해의 우려가 크고,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민간 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의 문제,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는 래칫조항(역진 방지장치) 등 소위 독소조항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농업·농촌 부문은 어떤가. 한·미 FTA의 가장 큰 피해분야임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새삼 한·미FTA의 문제점을 요약해 보면 선결조건으로 검역주권마저 내어준 파격적인 쇠고기 협상은 말할 것도 없고, 협상과정에서는 우리나라 농·축산물(감귤, 삼계탕)에 대한 미국의 수입금지조치와 미국의 천문학적 농업보조금 지급에 대해서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WTO 체제하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농업·농촌의 비교역적 기능(다원적 기능)과 식량안보나 식량주권에 대한 논의는 협정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농업부문 양허내용을 보면 10~20여년이 지나면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을 무관세로 개방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전대미문의 전 품목 관세철폐로서 다른 FTA에서는 유례를 찾아 보기가 어렵다. 미국이 체결한 FTA를 보더라도 미·호주 FTA에서 미국은 342개 품목(19%)을 예외품목으로 했고, NAFTA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는 미국은 유제품, 가금육, 계란, 마가린 등 58개 품목(4.8%)을, 캐나다는 35개 품목(3.4%)을 관세철폐 예외로 했다. EU·칠레 FTA의 경우 EU는 31.8%, EU·멕시코 FTA에서 EU는 35%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하는 등 보통 20-40%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협상하고 있다. 우리가 체결한 FTA에서도 관세철폐 예외품목은 한·칠레 FTA에서 29%, 한·싱가포르 FTA에서 33.3%, 한·EFTA FTA에서 65.8%, 한·아세안 FTA에서는 30.9%였다. 유독 한·미 FTA와 한·EU FTA에서만 1~2%의 예외품목을 두고 있을 뿐이다.
농산물에 적용되는 세이프가드(ASG)는 여건만 충족되면 수차례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ASG 적용이 안되는 품목은 1회에 한해서만 SG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발동할 수 있는 ASG 발동요건은 비현실적이다.
농업·농촌·농민 해체 위기 자명
따라서 한·미 FTA는 중장기적으로 관세가 완전 철폐되고, 과다한 물량이 수입돼 가격이 폭락해도 이를 방어할 장치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정부의 계산에 의하더라도 한·미 FTA의 단순 피해액만도 10년간 12조원이 넘고 한·EU FTA 등 여타 FTA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미래의 단순 피해액만 하더라도 20조~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농축산물의 단순 총생산액이 현재 30조~40조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결국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의 해체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소위 경쟁력이라는 잣대만을 들이댔을 경우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은 과연 몇 %나 살아남아 있겠는가. 먼훗날 현재의 20~30%나 살아남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농업부문에 돈 몇 푼 더 집어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식량주권, 다원적 기능, 먹을거리 안전성, 통일 이후의 생산기반유지와 같은 비교역적 기능까지 무너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중대한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 뻔하다. 경고하는 것 이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8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윤석원 중앙대 교수
WTO 체제가 출범한지 16년째이고 한·미 FTA가 타결된 지 4년째인 2011년은 나라 안과 밖에서 범상치 않은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경제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최근 서울시장선거에서 20~40대가 현 집권여당의 인사에게 압도적으로 등을 돌린 사건이 그것이다.
ISD·래칫 등 독소조항 걱정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는 1%를 위해 99%가 들러리를 서야하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요, 20~40대의 등돌림은 세계적 신조류를 읽지 못하는 현 정부의 못말리는 1% 사랑에 대한 저항이다.
두 사건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로 표방되는 경쟁력 지상주의(일등 지상주의)와 물신주의 그리고 인간소외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가진 자를 더욱 가지게 하고, 1등하는 기업이 더욱 가지게 되면 그것이 아래로 흘러 전체가 가지게 된다는 강자들만의 논리만을 아무런 생각과 철학없이 4년동안 뇌까려온 현 정부와 시대에 대한 저항이다.
식량안보·식량주권 논의 외면
한·미 FTA가 타결된 지 4년여가 지난 지금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질서에 대한 저항이 대내외적으로 들불처럼 요동치고 있음에도 무슨 대단한 살길이라도 되는 양 아직도 한·미FTA에 목메는 정부와 매국적 일부 정부 관리들의 안일함과 몰염치는 극에 달해 있다.
또 한·미 FTA 협정문은 곧바로 국내법의 우위에 놓이지만, 미국은 미국의 국내법이 한·미FTA 협정문 보다 우위에 있게 되어 주권침해의 우려가 크고,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민간 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의 문제,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는 래칫조항(역진 방지장치) 등 소위 독소조항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농업·농촌 부문은 어떤가. 한·미 FTA의 가장 큰 피해분야임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새삼 한·미FTA의 문제점을 요약해 보면 선결조건으로 검역주권마저 내어준 파격적인 쇠고기 협상은 말할 것도 없고, 협상과정에서는 우리나라 농·축산물(감귤, 삼계탕)에 대한 미국의 수입금지조치와 미국의 천문학적 농업보조금 지급에 대해서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WTO 체제하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농업·농촌의 비교역적 기능(다원적 기능)과 식량안보나 식량주권에 대한 논의는 협정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농업부문 양허내용을 보면 10~20여년이 지나면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을 무관세로 개방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전대미문의 전 품목 관세철폐로서 다른 FTA에서는 유례를 찾아 보기가 어렵다. 미국이 체결한 FTA를 보더라도 미·호주 FTA에서 미국은 342개 품목(19%)을 예외품목으로 했고, NAFTA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는 미국은 유제품, 가금육, 계란, 마가린 등 58개 품목(4.8%)을, 캐나다는 35개 품목(3.4%)을 관세철폐 예외로 했다. EU·칠레 FTA의 경우 EU는 31.8%, EU·멕시코 FTA에서 EU는 35%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하는 등 보통 20-40%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협상하고 있다. 우리가 체결한 FTA에서도 관세철폐 예외품목은 한·칠레 FTA에서 29%, 한·싱가포르 FTA에서 33.3%, 한·EFTA FTA에서 65.8%, 한·아세안 FTA에서는 30.9%였다. 유독 한·미 FTA와 한·EU FTA에서만 1~2%의 예외품목을 두고 있을 뿐이다.
농산물에 적용되는 세이프가드(ASG)는 여건만 충족되면 수차례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ASG 적용이 안되는 품목은 1회에 한해서만 SG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발동할 수 있는 ASG 발동요건은 비현실적이다.
농업·농촌·농민 해체 위기 자명
따라서 한·미 FTA는 중장기적으로 관세가 완전 철폐되고, 과다한 물량이 수입돼 가격이 폭락해도 이를 방어할 장치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정부의 계산에 의하더라도 한·미 FTA의 단순 피해액만도 10년간 12조원이 넘고 한·EU FTA 등 여타 FTA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미래의 단순 피해액만 하더라도 20조~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농축산물의 단순 총생산액이 현재 30조~40조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결국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의 해체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소위 경쟁력이라는 잣대만을 들이댔을 경우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은 과연 몇 %나 살아남아 있겠는가. 먼훗날 현재의 20~30%나 살아남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농업부문에 돈 몇 푼 더 집어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식량주권, 다원적 기능, 먹을거리 안전성, 통일 이후의 생산기반유지와 같은 비교역적 기능까지 무너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중대한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 뻔하다. 경고하는 것 이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8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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