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협상보다 중요한 것 | 서종혁 한국농업경제학회장, 前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0/03/04 15:50
- 조회 444
한·미FTA협상보다 중요한 것
서종혁 |한국농업경제학회장, 前 지역재단 이사
한·미 FTA 협상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있고, 농업계도 비슷한 모습이다. 찬성하는 측은 국익 차원에서 농업이 희생되어야 한다거나 한·미 FTA 체결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파급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 농업의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논란의 초점은 피해액 규모의 차이와 우리 농업의 대응력에 대한 평가로 요약된다.
수 조원대 농업 생산액 감소 전망
한·미 FTA 협상의 예상 피해액은 연구기관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는 FTA 발효 4년 후 한국의 농업생산액이 매년 8조8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조3000억원의 생산액의 감소를 전망하였고,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농업생산액의 감소를 약 9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왜 이렇게 큰 편차를 보이고 이런 예측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농업생산액 감소 규모의 큰 차이는 협상예외 품목과 관세율 인하에 대한 가정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의 예측치는 쌀을 포함한 모든 품목의 관세철폐를 가정하고 있어 향후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이 완전 개방(관세철폐)될 때 입게 될 생산액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협상에서 미국측의 요구이자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KIEP와 KREI의 관측치는 쌀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그 외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관세율 수준을 80%로 낮추거나(KIEP) 곡물은 50%로 낮추되 그 외 농산물은 관세를 완전 철폐(KREI)하는 가정의 차이이다.
피해액 계측에 사용된 통계자료나 가정 등을 감안할 때 KREI의 예측치가 현실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가정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KREI가 제시한 2조3000억원은 단기적으로 그리고 미국 측 예측치는 장기적으로 완전 개방시에 8조8000억원 수준의 생산액이 감소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원적 가치 상실 수치화 못해
농가의 농업소득 감소는 농업생산액(농산물 판매액)의 감소와 큰 차이가 있다. 농가의 농업소득으로 볼 수 있는 부가가치 생산액은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약 22조원(2005년 기준)이며 농업총생산액 35조원의 약 63%이다. 한·미 FTA에 따른 농가 피해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부가가치액 대비 10%(KREI 산출기준)이고 미국 측 계산으로는 40%여서 그만큼 소득이 감소함을 뜻한다. 물론 이러한 소득감소가 FTA 체결 이후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협상 이후 즉시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과 5∼10년 동안 감축하는 품목으로 구분하여 협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후부터는 매년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소득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5년간 누적 금액으로 환산하면 협상 이후 5년간 총 11.5조원에 달하는 소득감소가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미국의 주장대로 전 품목이 관세 철폐된다면 10년 후 5년간 44조원에 이른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이러 현상은 우리 농업만이 가지는 특성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전체 농업경영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50세 이상의 노령 농업농가는 한계 농가로서, 그리고 이들이 이용하는 농경지와 더불어 농업소득이 감소한다고 해서 쉽게 타 산업분야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미 FTA 피해액 계측에서 간과된 부분은 농업과 농촌이 가지는 다면적 가치의 상실이다. 전문 연구기관에 의하면 농촌의 전통문화와 지역사회의 유지기능, 홍수 조절이나 농촌 경관 보전기능 등 다면적 가치는 연간 8조원 이상에 달한다. 이러한 다면적 가치는 농업과 농촌의 붕괴와 더불어 나타나지만 화폐가치로 환산하기가 용이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현재도 진행 중인 농촌의 공동화 현상이나 젊은 층의 농업 기피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 피해대책부터 만들어야
이렇게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영향은 결코 과소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협상보다 더욱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협상 이후의 대책보다는 협상타결의 불가피성을 홍보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피해액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일부 학계의 주장이 여기에 이용되고 있어 많은 농업인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 한국농어민신문 2006년 12월 21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서종혁 |한국농업경제학회장, 前 지역재단 이사
한·미 FTA 협상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있고, 농업계도 비슷한 모습이다. 찬성하는 측은 국익 차원에서 농업이 희생되어야 한다거나 한·미 FTA 체결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파급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 농업의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논란의 초점은 피해액 규모의 차이와 우리 농업의 대응력에 대한 평가로 요약된다.
수 조원대 농업 생산액 감소 전망
한·미 FTA 협상의 예상 피해액은 연구기관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는 FTA 발효 4년 후 한국의 농업생산액이 매년 8조8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조3000억원의 생산액의 감소를 전망하였고,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농업생산액의 감소를 약 9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왜 이렇게 큰 편차를 보이고 이런 예측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농업생산액 감소 규모의 큰 차이는 협상예외 품목과 관세율 인하에 대한 가정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의 예측치는 쌀을 포함한 모든 품목의 관세철폐를 가정하고 있어 향후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이 완전 개방(관세철폐)될 때 입게 될 생산액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협상에서 미국측의 요구이자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KIEP와 KREI의 관측치는 쌀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그 외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관세율 수준을 80%로 낮추거나(KIEP) 곡물은 50%로 낮추되 그 외 농산물은 관세를 완전 철폐(KREI)하는 가정의 차이이다.
피해액 계측에 사용된 통계자료나 가정 등을 감안할 때 KREI의 예측치가 현실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가정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KREI가 제시한 2조3000억원은 단기적으로 그리고 미국 측 예측치는 장기적으로 완전 개방시에 8조8000억원 수준의 생산액이 감소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원적 가치 상실 수치화 못해
농가의 농업소득 감소는 농업생산액(농산물 판매액)의 감소와 큰 차이가 있다. 농가의 농업소득으로 볼 수 있는 부가가치 생산액은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약 22조원(2005년 기준)이며 농업총생산액 35조원의 약 63%이다. 한·미 FTA에 따른 농가 피해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부가가치액 대비 10%(KREI 산출기준)이고 미국 측 계산으로는 40%여서 그만큼 소득이 감소함을 뜻한다. 물론 이러한 소득감소가 FTA 체결 이후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협상 이후 즉시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과 5∼10년 동안 감축하는 품목으로 구분하여 협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후부터는 매년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소득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5년간 누적 금액으로 환산하면 협상 이후 5년간 총 11.5조원에 달하는 소득감소가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미국의 주장대로 전 품목이 관세 철폐된다면 10년 후 5년간 44조원에 이른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이러 현상은 우리 농업만이 가지는 특성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전체 농업경영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50세 이상의 노령 농업농가는 한계 농가로서, 그리고 이들이 이용하는 농경지와 더불어 농업소득이 감소한다고 해서 쉽게 타 산업분야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미 FTA 피해액 계측에서 간과된 부분은 농업과 농촌이 가지는 다면적 가치의 상실이다. 전문 연구기관에 의하면 농촌의 전통문화와 지역사회의 유지기능, 홍수 조절이나 농촌 경관 보전기능 등 다면적 가치는 연간 8조원 이상에 달한다. 이러한 다면적 가치는 농업과 농촌의 붕괴와 더불어 나타나지만 화폐가치로 환산하기가 용이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현재도 진행 중인 농촌의 공동화 현상이나 젊은 층의 농업 기피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 피해대책부터 만들어야
이렇게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영향은 결코 과소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협상보다 더욱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협상 이후의 대책보다는 협상타결의 불가피성을 홍보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피해액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일부 학계의 주장이 여기에 이용되고 있어 많은 농업인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 한국농어민신문 2006년 12월 21일자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