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농정의 핵심과제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2:46
- 조회 417
대안농정의 핵심과제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난 22일 대안농정 대토론회가 열렸다. ‘한국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이라는 대주제에 맞춰 12개의 소주제로 의욕적인 발표와 토론이 전개됐다. 농업위기가 심화돼 가는 속에서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 맞아 떨어지는 기획이었다. 필자가 종합토론에 참가해 피력한 몇가지 의견을 소개하려 한다.
농업이 처한 현실 명확히 인식
우선 한국농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조발제자 황수철 박사는 EU 농정이념이 생산성→경쟁력→지속가능성의 길을 걷는 것을 참고해 한국농업도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1980년대에 들어와서 소득보장적인 농업보호정책단계를 생략한 채 시장지향적 농업자립정책단계, 즉 신자유주의 농업정책단계로 옮겨갔다. 그 결과 대량의 농산물 수입과 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에 비해 크게 뒤쳐지고, 식량자급률도 크게 하락하고 말았다.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까지 해결한 과제인 농업생산성과 농업생산 확대를 통한 식량자급과 도농간 소득격차 해소의 과제를 아직 미해결인 채 두고 있다. 따라서 한국농업은 이렇게 이월된 목표도 달성하면서 지속가능 농업을 해나가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한국 농업의 최대의 과제는 현재 25% 남짓한 식량자급률을 대폭 높이는 것이다. 이는 2008년부터 세계적 식량위기가 빈발하고 있고, 국내 농지와 농업종사자도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토론회에서는 식량주권을 말하면서 자급률을 50%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현재 남한 인구가 해방 당시 2000만명에서 5000만명으로 늘어났고 국민들의 식생활 양식도 많이 달라졌으니 자급률 50% 달성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식량자급률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앞으로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현재의 추세 유지와 정부가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경우를 상정해 모의검토를 하는 등으로 보완돼야 할 것이다.
식량자급률 대폭 상향 급선무
또한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국내 농업 증산은 농지이용률을 현재의 105% 수준에서 150% 이상으로 올려야 가능할 것인데 이것은 농가소득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꿈도 꿀 수 없다. 따라서 농정 전문가와 함께 통상법 전문가들이 참여해 증산유도형 농가지원정책과 WTO 농업규정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낼지 깊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식량을 대량 수입하고 식량자급률이 아주 낮은 국가에 대해서는 식량자급률을 일정한 정도로 높일 때까지 국경보호와 국내 가격 지지정책에 대한 WTO 규정의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가격안정을 위해 과잉생산된 농산물을 저장, 가공, 폐기 등을 통해 유통에서 배제하는 유통명령제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해 시행을 어렵게 한 것도 농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조치로, 농업계의 집중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대공황 당시 농산물 과잉생산과 가격 폭락에 직면해 생산 제한을 조건으로 하는 가격 지지정책을 도입한 것은 고전적인 농업보호정책의 전형이다.
그리고 농민의 농정 참여 등 농정의 민주화가 대안농정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는데 농민이 농산물 유통 가공자본과 농업자재 생산자본, 그리고 정부와 맞서는 것은 농업회의소와 같은 형식적인 틀을 마련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화된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지원 등에 의존하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우유값 결정과정에서 낙농육우협회가 큰 역할을 한 것은 그만큼 우유 생산 농민들이 강력하게 조직돼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화된 농민 역량 기반 민주화
정부의 농업보호정책이 강화된다 해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업의 부가가치를 둘러싸고 농업 관련 생산, 유통 자본과 치열한 대결에서 농민의 단결력이 약하면 실속은 자본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 농산물 제값 받기를 위한 농협 개혁이 오늘의 핵심적인 과제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영농조합법인과 농협 연합경제사업 등 밑으로부터의 농민 조직력을 강화해 농협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72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난 22일 대안농정 대토론회가 열렸다. ‘한국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이라는 대주제에 맞춰 12개의 소주제로 의욕적인 발표와 토론이 전개됐다. 농업위기가 심화돼 가는 속에서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 맞아 떨어지는 기획이었다. 필자가 종합토론에 참가해 피력한 몇가지 의견을 소개하려 한다.
농업이 처한 현실 명확히 인식
우선 한국농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조발제자 황수철 박사는 EU 농정이념이 생산성→경쟁력→지속가능성의 길을 걷는 것을 참고해 한국농업도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1980년대에 들어와서 소득보장적인 농업보호정책단계를 생략한 채 시장지향적 농업자립정책단계, 즉 신자유주의 농업정책단계로 옮겨갔다. 그 결과 대량의 농산물 수입과 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에 비해 크게 뒤쳐지고, 식량자급률도 크게 하락하고 말았다.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까지 해결한 과제인 농업생산성과 농업생산 확대를 통한 식량자급과 도농간 소득격차 해소의 과제를 아직 미해결인 채 두고 있다. 따라서 한국농업은 이렇게 이월된 목표도 달성하면서 지속가능 농업을 해나가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한국 농업의 최대의 과제는 현재 25% 남짓한 식량자급률을 대폭 높이는 것이다. 이는 2008년부터 세계적 식량위기가 빈발하고 있고, 국내 농지와 농업종사자도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토론회에서는 식량주권을 말하면서 자급률을 50%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현재 남한 인구가 해방 당시 2000만명에서 5000만명으로 늘어났고 국민들의 식생활 양식도 많이 달라졌으니 자급률 50% 달성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식량자급률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앞으로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현재의 추세 유지와 정부가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경우를 상정해 모의검토를 하는 등으로 보완돼야 할 것이다.
식량자급률 대폭 상향 급선무
또한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국내 농업 증산은 농지이용률을 현재의 105% 수준에서 150% 이상으로 올려야 가능할 것인데 이것은 농가소득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꿈도 꿀 수 없다. 따라서 농정 전문가와 함께 통상법 전문가들이 참여해 증산유도형 농가지원정책과 WTO 농업규정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낼지 깊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식량을 대량 수입하고 식량자급률이 아주 낮은 국가에 대해서는 식량자급률을 일정한 정도로 높일 때까지 국경보호와 국내 가격 지지정책에 대한 WTO 규정의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가격안정을 위해 과잉생산된 농산물을 저장, 가공, 폐기 등을 통해 유통에서 배제하는 유통명령제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해 시행을 어렵게 한 것도 농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조치로, 농업계의 집중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대공황 당시 농산물 과잉생산과 가격 폭락에 직면해 생산 제한을 조건으로 하는 가격 지지정책을 도입한 것은 고전적인 농업보호정책의 전형이다.
그리고 농민의 농정 참여 등 농정의 민주화가 대안농정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는데 농민이 농산물 유통 가공자본과 농업자재 생산자본, 그리고 정부와 맞서는 것은 농업회의소와 같은 형식적인 틀을 마련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화된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지원 등에 의존하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우유값 결정과정에서 낙농육우협회가 큰 역할을 한 것은 그만큼 우유 생산 농민들이 강력하게 조직돼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화된 농민 역량 기반 민주화
정부의 농업보호정책이 강화된다 해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업의 부가가치를 둘러싸고 농업 관련 생산, 유통 자본과 치열한 대결에서 농민의 단결력이 약하면 실속은 자본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 농산물 제값 받기를 위한 농협 개혁이 오늘의 핵심적인 과제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영농조합법인과 농협 연합경제사업 등 밑으로부터의 농민 조직력을 강화해 농협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72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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