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산지직거래사업 지원 중단 마땅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2:01
- 조회 419
대형유통업체 산지직거래사업 지원 중단 마땅
| 장상환 경상대 교수
2008년부터 정부가 지원해 온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이 대형유통업체만 배불려주고 농민들의 시장교섭력은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소비지·산지 협력자금 지원현황’에 의하면 지난해 직거래사업 융자금 603억원 가운데 56.8%가 롯데마트, 이랜드리테일, 이마트와 킴스클럽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에 지원됐다. 또 전체 마케팅 보조비 8억원 중에서도 83.5%를 대형 유통사들이 챙겼다.
농민들 시장교섭력 되레 악화
그러나 이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받은 대형유통업체 3곳은 2007~2009년 기간 동안 판촉비용 부당 강요, 납품업자 정보 부당 취득, 부당 반품, 판촉사원 파견 강요 등의 불공정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2건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조처를 받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설치한 ‘농식품 직거래 및 공정거래 지원센터’에서 조사한 2008~2010년의 불공정 추정사례는 할인행사 강요, 일방적인 납품가격 결정, 저가납품 요구, 계약내용 변경, 부당한 물류비 판매장려금 부과 등 127건에 달했다. 대형유통업체의 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당거래가 발생해도 거래 중단 위협 등 보복을 꺼려해 제대로 신고도 하지 못하는 농가들의 실정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불공정거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정부는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의 목표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농산물의 소비지 유통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행한 결과를 보면 실질적으로는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대형유통업체가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한 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가 인하를 위해 농수산물의 산지 직거래를 확대해 가는 추세에서 기업 규모나 자금 조달 능력이 월등한 대형 유통업체에 정부 지원금을 몰아준 것은 대형 유통사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킬 뿐이다.
대형마트 시장지배력 강화 우려
감사원은 지난 5월 ‘2010 회계연도 결산검사보고’에서 산지유통조직의 거래교섭력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자금이 오히려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만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 7월 ‘2010 회계연도 결산부처별 분석’에서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은 예산증가에도 불구한 불공정거래 행위 계속, 불분명한 직거래 범위 등으로 공익성을 결여하고 있어 대형유통업체 지원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형유통업체가 농민들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은 도매시장을 통할 경우 유통상인들에게 가는 마진의 일부를 자신이 취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를 소비지·산지 간 직거래로 규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직거래의 진정한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직거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바로 대면해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거래 장터나 채소꾸러미, 인터넷 판매 등이 중심이고 생활협동조합과 생산자 조직 간의 거래도 포함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통한 소비자 보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농민들에게 적절한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결국 농산물 유통개선은 생산지의 농가 협동 유통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매시장에 경매하든, 대형유통업체에 바로 공급하든 농민들의 시장교섭력이 있어야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민들도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진정한 농협 개혁을 통한 경제사업 대폭 강화의 필요성이 있다.
소매유통업체간 경쟁 유도해야
소비지 유통은 소매유통업체 간의 경쟁을 통해 효율화시켜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는 대형유통자본이 과도한 사업장 확장과 가격 덤핑 행위 등으로 재래시장 영세 농산물상인을 구축하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 영세상인들을 시장에서 구축하고 독점력을 확보하면 소비자들은 여기에 대항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형유통업체 지원을 중단하고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소비자 협동조합, 영세상인 협동조합 등을 지원해 대형소매자본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6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2008년부터 정부가 지원해 온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이 대형유통업체만 배불려주고 농민들의 시장교섭력은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소비지·산지 협력자금 지원현황’에 의하면 지난해 직거래사업 융자금 603억원 가운데 56.8%가 롯데마트, 이랜드리테일, 이마트와 킴스클럽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에 지원됐다. 또 전체 마케팅 보조비 8억원 중에서도 83.5%를 대형 유통사들이 챙겼다.
농민들 시장교섭력 되레 악화
그러나 이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받은 대형유통업체 3곳은 2007~2009년 기간 동안 판촉비용 부당 강요, 납품업자 정보 부당 취득, 부당 반품, 판촉사원 파견 강요 등의 불공정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2건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조처를 받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설치한 ‘농식품 직거래 및 공정거래 지원센터’에서 조사한 2008~2010년의 불공정 추정사례는 할인행사 강요, 일방적인 납품가격 결정, 저가납품 요구, 계약내용 변경, 부당한 물류비 판매장려금 부과 등 127건에 달했다. 대형유통업체의 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당거래가 발생해도 거래 중단 위협 등 보복을 꺼려해 제대로 신고도 하지 못하는 농가들의 실정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불공정거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정부는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의 목표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농산물의 소비지 유통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행한 결과를 보면 실질적으로는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대형유통업체가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한 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가 인하를 위해 농수산물의 산지 직거래를 확대해 가는 추세에서 기업 규모나 자금 조달 능력이 월등한 대형 유통업체에 정부 지원금을 몰아준 것은 대형 유통사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킬 뿐이다.
대형마트 시장지배력 강화 우려
감사원은 지난 5월 ‘2010 회계연도 결산검사보고’에서 산지유통조직의 거래교섭력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자금이 오히려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만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 7월 ‘2010 회계연도 결산부처별 분석’에서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은 예산증가에도 불구한 불공정거래 행위 계속, 불분명한 직거래 범위 등으로 공익성을 결여하고 있어 대형유통업체 지원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형유통업체가 농민들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은 도매시장을 통할 경우 유통상인들에게 가는 마진의 일부를 자신이 취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를 소비지·산지 간 직거래로 규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직거래의 진정한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직거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바로 대면해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거래 장터나 채소꾸러미, 인터넷 판매 등이 중심이고 생활협동조합과 생산자 조직 간의 거래도 포함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통한 소비자 보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농민들에게 적절한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결국 농산물 유통개선은 생산지의 농가 협동 유통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매시장에 경매하든, 대형유통업체에 바로 공급하든 농민들의 시장교섭력이 있어야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민들도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진정한 농협 개혁을 통한 경제사업 대폭 강화의 필요성이 있다.
소매유통업체간 경쟁 유도해야
소비지 유통은 소매유통업체 간의 경쟁을 통해 효율화시켜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는 대형유통자본이 과도한 사업장 확장과 가격 덤핑 행위 등으로 재래시장 영세 농산물상인을 구축하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 영세상인들을 시장에서 구축하고 독점력을 확보하면 소비자들은 여기에 대항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형유통업체 지원을 중단하고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소비자 협동조합, 영세상인 협동조합 등을 지원해 대형소매자본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6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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