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살려야 지역이 산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2:00
- 조회 414
폐교 살려야 지역이 산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촌스마일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장관을 비롯한 핵심간부들이 이 운동의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전국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핵심구호가 “농어촌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농어촌이 웃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지역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농어촌에 사람이 살아야 한다. 즉, 농어촌에 사람이 살도록 만드는 것이 곧 농어촌을 웃도록 만드는 출발이다.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농어촌을 웃게 만들 수 있겠는가.
사람 사는 농촌, 학교 존폐에 달려
최근 충북 어느 지역에 출장을 갔다 왔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른바 ‘스타마을’인데, 마을리더는 농촌에 사람이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이 추진해 오고 있는 학교 살리기 사업으로 ‘농촌유학’을 소개했다. 이 마을에서는 2007년부터 농촌유학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 그 목적은 폐교위기에 직면해 있는 마을 내 분교를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이들이 지역으로 들어올 수 없고, 그것은 곧 지역의 황폐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스타마을서 농촌유학 가능성 봐
당국의 폐교방침에 저항해서 학교 살리기를 위해 시작한 이 마을의 농촌유학 추진노력은 놀라운 성과를 가져와서 당시 12명에 불과했던 마을 내 분교의 학생은 현재 44명으로 늘어났는데, 이중 외지로부터 들어 온 유학생들이 34명이라고 했다. 반면 면 소재지에 있는 본교는 27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본교가 폐교위기에 직면하게 됐고, 분교를 본교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학교로 유학 오려는 대기자가 16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농촌유학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즉. 적절한 프로그램과 시설만 갖춘다면 그리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학습시스템을 갖춘다면 농촌유학이 전망은 밝고, 젊은이의 농촌유입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는 농촌유학의 활성화에 따라 9명의 일자리가 새로이 만들어졌으며, 이중 3명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다. 유학생들의 학부형들을 통해 판매되는 농산물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사례는 농촌유학이 폐교의 위기에 놓인 농촌학교를 살리고, 젊은이의 귀농과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해 주고 있다.
1982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약 4000여개의 학교가 폐교됐다. 이 가운데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폐교는 300여개도 미치지 못하며, 이마저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은 거의 없다. 폐교 활용현황을 보면 매각이 약 2000여곳, 소득증대시설 약 200곳, 문화시설 100여 곳 등이다. 이들 폐교는 1999년 8월 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만 ‘건전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애매한 문구만 있을 뿐 교육목적의 시설활용을 우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교육시설로 활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다만, 2007년 특별법 일부개정을 통해 기존 용도인 교육용시설과 사회복지시설에 소득증대시설을 추가해 지역사회를 위한 폐교활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500여개의 폐교는 미활용상태에서 청소년 탈선 장소, 쓰레기 투기장 등으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8월 제정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추가로 500개교를 통·폐합하거나 재배치할 계획이다.
정부, 시스템 마련·효율적 지원을
폐교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작년 말,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폐교의 활용도를 높이고, 폐교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주민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폐교를 추진할 때 적정통학거리 등 통·폐합 대상학교의 구제적인 선정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폐교로 인한 지원금(본교 20억원, 분교 10억원)은 새로 통합되는 학교의 시설비가 아닌 폐교되는 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사업에 우선 배분하도록 하며, 오랫동안 미활용 방치되거나 노후된 폐교에는 철거비를 지원토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러한 개선안이 제대로 지켜지기를 기대하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농어촌지역의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이 농촌유학이며, 이를 위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농어촌지역활성화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촌유학을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한다면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 이것이 농어촌이 웃기 위한 출발이 돼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63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촌스마일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장관을 비롯한 핵심간부들이 이 운동의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전국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핵심구호가 “농어촌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농어촌이 웃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지역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농어촌에 사람이 살아야 한다. 즉, 농어촌에 사람이 살도록 만드는 것이 곧 농어촌을 웃도록 만드는 출발이다.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농어촌을 웃게 만들 수 있겠는가.
사람 사는 농촌, 학교 존폐에 달려
최근 충북 어느 지역에 출장을 갔다 왔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른바 ‘스타마을’인데, 마을리더는 농촌에 사람이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이 추진해 오고 있는 학교 살리기 사업으로 ‘농촌유학’을 소개했다. 이 마을에서는 2007년부터 농촌유학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 그 목적은 폐교위기에 직면해 있는 마을 내 분교를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이들이 지역으로 들어올 수 없고, 그것은 곧 지역의 황폐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스타마을서 농촌유학 가능성 봐
당국의 폐교방침에 저항해서 학교 살리기를 위해 시작한 이 마을의 농촌유학 추진노력은 놀라운 성과를 가져와서 당시 12명에 불과했던 마을 내 분교의 학생은 현재 44명으로 늘어났는데, 이중 외지로부터 들어 온 유학생들이 34명이라고 했다. 반면 면 소재지에 있는 본교는 27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본교가 폐교위기에 직면하게 됐고, 분교를 본교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학교로 유학 오려는 대기자가 16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농촌유학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즉. 적절한 프로그램과 시설만 갖춘다면 그리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학습시스템을 갖춘다면 농촌유학이 전망은 밝고, 젊은이의 농촌유입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는 농촌유학의 활성화에 따라 9명의 일자리가 새로이 만들어졌으며, 이중 3명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다. 유학생들의 학부형들을 통해 판매되는 농산물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사례는 농촌유학이 폐교의 위기에 놓인 농촌학교를 살리고, 젊은이의 귀농과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해 주고 있다.
1982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약 4000여개의 학교가 폐교됐다. 이 가운데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폐교는 300여개도 미치지 못하며, 이마저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은 거의 없다. 폐교 활용현황을 보면 매각이 약 2000여곳, 소득증대시설 약 200곳, 문화시설 100여 곳 등이다. 이들 폐교는 1999년 8월 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만 ‘건전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애매한 문구만 있을 뿐 교육목적의 시설활용을 우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교육시설로 활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다만, 2007년 특별법 일부개정을 통해 기존 용도인 교육용시설과 사회복지시설에 소득증대시설을 추가해 지역사회를 위한 폐교활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500여개의 폐교는 미활용상태에서 청소년 탈선 장소, 쓰레기 투기장 등으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8월 제정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추가로 500개교를 통·폐합하거나 재배치할 계획이다.
정부, 시스템 마련·효율적 지원을
폐교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작년 말,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폐교의 활용도를 높이고, 폐교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주민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폐교를 추진할 때 적정통학거리 등 통·폐합 대상학교의 구제적인 선정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폐교로 인한 지원금(본교 20억원, 분교 10억원)은 새로 통합되는 학교의 시설비가 아닌 폐교되는 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사업에 우선 배분하도록 하며, 오랫동안 미활용 방치되거나 노후된 폐교에는 철거비를 지원토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러한 개선안이 제대로 지켜지기를 기대하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농어촌지역의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이 농촌유학이며, 이를 위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농어촌지역활성화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촌유학을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한다면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 이것이 농어촌이 웃기 위한 출발이 돼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63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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