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교육, 줄탁동시가 아쉽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1:57
- 조회 447
농업인 교육, 줄탁동시가 아쉽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이 있다. 이 말에서 줄은 ‘병아리가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톡톡 두드리는 것을 말하고, 탁(啄)이 어미닭이 밖에서 탁탁 쪼아주는 것을 말한다. 줄탁동시란 새로운 생명(병아리)이 태어나기 위해 안에서는 병아리가, 밖에서는 어미닭이 껍질을 깨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병아리가 ’줄‘하고 있는데 어미닭이 ’탁‘하지 않거나, 반대로 병아리가 ’줄‘하지 않는데 어미닭이 ’탁‘해 버리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청년농업인 교육 참여…실망 커
얼마 전 청년농업인 교육에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참여자들의 대부분이 20대였으며, 각자의 농업기반도 탄탄하고 대부분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농업전문 교육기관에서 다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었다. 또 행정으로부터 정예농업인 육성을 위한 정착지원금까지 받은 청년농업인들로서 시·군에서 대표로 4~5명씩 선발된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막상 교육이 진행되면서 기대는 대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강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떠들고, 돌아다니는 등 통제 불능의 집단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인간적인 기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정에서는 왜 이런 교육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교육이 종료된 후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가만히 되짚어 보았다.
명확한 목표설정 후 학생 뽑아야
우리 농업인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첫째, 교육목표를 명확히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교육생을 선발해야 한다. 학교교육이 아닌 성인교육의 경우, 교육생 선발이 교육성패의 절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육의 목적을 고려한 교육생 선발에 더 많은 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은 교육 참여자의 선발에 대한 예산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교육 역시 교육 참여자는 행정으로부터 정착지원금을 받은 청년농업인으로 각 시·군에서 기계적으로 선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떠한 내용의 교육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거의 대부분의 농업인 교육에서 일반화된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것이 농업인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예산 소진과 실적 쌓기를 위한 동원교육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교육 참여자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가령, 수도작 중심, 축산 중심, 과수 중심, 원예 중심, 특작 중심 등 교육 참여자의 교육수요에 맞춰 최소한의 특성별 교육이 필요하다. 축산이라고 하더라도 한우, 낙농, 양돈, 양계 등 다양한 분야가 있고, 과수에서 사과, 배, 포도, 밀감, 감 등 여러분야가 있다. 자신의 영농분야와 무관한 내용의 교육이 이뤄진다면 교육 참여자의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교육은 기본적인 리더십을 함양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영농분야별 분류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농분야별로 특성화된 교육구성을 통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셋째, 농업인 교육의 경우, 교육시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오늘날에는 농번기와 농한기가 따로 없는 이른바 주년(周年)노동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농업인 교육을 특별히 농한기에 해야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교육이 행정편의에 의해 시기가 결정되고 그에 맞춰 교육 참여를 강요하는 형태가 아니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행정측에서는 절차 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일한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면 더 이상 교육 참여자들의 이해를 구하기가 어렵다. 참석자들의 영농특성을 고려하여 최대다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시기 선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교육과 사업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데, 하나는 교육이수자에게 교육내용과 유관한 정책사업을 배정함으로써 교육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교육을 통해 관련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갖춘 사람이 해당사업을 담당함으로써 정책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군단위에서의 지역역량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가칭 ‘지역역량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여기서 농업인별로 이수한 교육내용과 특성, 횟수, 역량 등을 통합관리하면서 관련 정책사업을 연계·관리토록 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 각오·의지가 내실화 핵심
다섯째, 교육참여 결과를 종합적으로 측정·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몇 시간의 교육에 참여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교육을 통해 얼마나 역량이 강화됐는지가 중요하다. 내실있는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육의 목적과 특성에 맞는 평가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의 도입은 교육 참여자의 주의를 강화하고 내실있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출발이다. 우선 도입 가능한 교육부터 시행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교육 참여자 스스로의 각오와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막연한 기대나 분위기, 주위의 요구에 못 이겨 참여하는 교육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강사진이 갖춰졌다고 하더라도 교육 참여자들의 의지가 없다면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고, 그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줄탁동시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껍질을 깨고자 하는 병아리 스스로의 의지이다. 한국농업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농업인 스스로의 각오가 농업인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핵심과제이다.
교육목적에 조응하는 교육내용과 과정의 개선, 교육과 사업의 연계 등 관련정책의 정비와 교육에 참여하는 농업인의 태도와 의지가 상호 줄탁동시가 이뤄져 우리 농업·농촌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52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이 있다. 이 말에서 줄은 ‘병아리가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톡톡 두드리는 것을 말하고, 탁(啄)이 어미닭이 밖에서 탁탁 쪼아주는 것을 말한다. 줄탁동시란 새로운 생명(병아리)이 태어나기 위해 안에서는 병아리가, 밖에서는 어미닭이 껍질을 깨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병아리가 ’줄‘하고 있는데 어미닭이 ’탁‘하지 않거나, 반대로 병아리가 ’줄‘하지 않는데 어미닭이 ’탁‘해 버리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청년농업인 교육 참여…실망 커
얼마 전 청년농업인 교육에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참여자들의 대부분이 20대였으며, 각자의 농업기반도 탄탄하고 대부분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농업전문 교육기관에서 다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었다. 또 행정으로부터 정예농업인 육성을 위한 정착지원금까지 받은 청년농업인들로서 시·군에서 대표로 4~5명씩 선발된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막상 교육이 진행되면서 기대는 대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강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떠들고, 돌아다니는 등 통제 불능의 집단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인간적인 기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정에서는 왜 이런 교육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교육이 종료된 후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가만히 되짚어 보았다.
명확한 목표설정 후 학생 뽑아야
우리 농업인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첫째, 교육목표를 명확히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교육생을 선발해야 한다. 학교교육이 아닌 성인교육의 경우, 교육생 선발이 교육성패의 절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육의 목적을 고려한 교육생 선발에 더 많은 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은 교육 참여자의 선발에 대한 예산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교육 역시 교육 참여자는 행정으로부터 정착지원금을 받은 청년농업인으로 각 시·군에서 기계적으로 선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떠한 내용의 교육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거의 대부분의 농업인 교육에서 일반화된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것이 농업인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예산 소진과 실적 쌓기를 위한 동원교육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교육 참여자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가령, 수도작 중심, 축산 중심, 과수 중심, 원예 중심, 특작 중심 등 교육 참여자의 교육수요에 맞춰 최소한의 특성별 교육이 필요하다. 축산이라고 하더라도 한우, 낙농, 양돈, 양계 등 다양한 분야가 있고, 과수에서 사과, 배, 포도, 밀감, 감 등 여러분야가 있다. 자신의 영농분야와 무관한 내용의 교육이 이뤄진다면 교육 참여자의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교육은 기본적인 리더십을 함양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영농분야별 분류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농분야별로 특성화된 교육구성을 통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셋째, 농업인 교육의 경우, 교육시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오늘날에는 농번기와 농한기가 따로 없는 이른바 주년(周年)노동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농업인 교육을 특별히 농한기에 해야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교육이 행정편의에 의해 시기가 결정되고 그에 맞춰 교육 참여를 강요하는 형태가 아니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행정측에서는 절차 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일한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면 더 이상 교육 참여자들의 이해를 구하기가 어렵다. 참석자들의 영농특성을 고려하여 최대다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시기 선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교육과 사업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데, 하나는 교육이수자에게 교육내용과 유관한 정책사업을 배정함으로써 교육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교육을 통해 관련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갖춘 사람이 해당사업을 담당함으로써 정책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군단위에서의 지역역량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가칭 ‘지역역량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여기서 농업인별로 이수한 교육내용과 특성, 횟수, 역량 등을 통합관리하면서 관련 정책사업을 연계·관리토록 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 각오·의지가 내실화 핵심
다섯째, 교육참여 결과를 종합적으로 측정·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몇 시간의 교육에 참여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교육을 통해 얼마나 역량이 강화됐는지가 중요하다. 내실있는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육의 목적과 특성에 맞는 평가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의 도입은 교육 참여자의 주의를 강화하고 내실있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출발이다. 우선 도입 가능한 교육부터 시행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교육 참여자 스스로의 각오와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막연한 기대나 분위기, 주위의 요구에 못 이겨 참여하는 교육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강사진이 갖춰졌다고 하더라도 교육 참여자들의 의지가 없다면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고, 그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줄탁동시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껍질을 깨고자 하는 병아리 스스로의 의지이다. 한국농업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농업인 스스로의 각오가 농업인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핵심과제이다.
교육목적에 조응하는 교육내용과 과정의 개선, 교육과 사업의 연계 등 관련정책의 정비와 교육에 참여하는 농업인의 태도와 의지가 상호 줄탁동시가 이뤄져 우리 농업·농촌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52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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