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재편노력, 환영하지만…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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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재편노력, 환영하지만…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MB정부 들어 유독 강조하는 정책을 들라면 그 중 하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4대강 사업을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 돌이켜보면 사회적 일자리 혹은 사회적 기업에 관한 정책적 관심은 지난 정권에서 더 컸다고 생각되는데,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 현 정권에서 오히려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육성이나 유사사업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는 놀라울 정도이다.
MB정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주력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해 오던 사회적 기업 육성정책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회사,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지식경제부의 커뮤니티비즈니스사업, 보건복지부의 자활사업, 여성가족부의 농촌여성일자리사업 등 전 부처로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는 물론이고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사회적 기업 혹은 예비 사회적 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에서 이토록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를 맞아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직면하게 되자, 정부에서 담당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책임 민간에 전가 의문 제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혹은 연계를 위한 최근의 움직임을 환영한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사회적 기업 육성 T/F 산하에 제도개선 소위를 두고,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각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연계하거나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각 부처에서 시행 중은 80여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2011년 예산 3조1056억원. 지방비와 광특 포함)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거나 연계 가능한 사업을 조사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데 있다. 청와대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이 작업의 결과는 곧 나오리라 예상되는데, 결과에 따라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대상 사업은 전환 혹은 연계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뒤따라 나올 것이며, 연말쯤이면 그 실적이 발표될 것이다. 그러나 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이러한 드라이브는 자칫하며 큰 시행착오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원칙과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한번 방향이 결정되면 좀처럼 브레이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지원 사회적 일자리사업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혹은 연계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전제하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사회적 기업이 존립할 수 있는 토대로서 사회적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의 가치를 인식하고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회적 기업은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것이며, 정부정책의 틀 속에서 안주하는 또 다른 정부사업체가 되고 말 것이다.
둘째,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기존의 일자리창출사업과 사회서비스제공이라는 좁은 범위에서 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사례들을 보면 사회적 일자리의 운영범위가 지역사회개발, 교육·문화서비스, 결혼이민자가족지원 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새롭게 구상하는 사회적 기업에서는 활동공간의 특성에 따라 사업내용도 보다 다양하게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지방화전략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 자체가 사적이윤동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목적달성을 중요한 존립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사회적 목적 달성의 공간적 범위 즉 일정한 지역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넷째, 중간지원조직의 육성이 시급하다. 중간지원조직에서 ‘중간’의 의미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정부와 민간의 중간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과 민간의 중간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중간지원조직이라 함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어떤 정책을 민간주체에게 전달하는 중간자 혹은 매개자인 동시에 그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는 민간과 민간사이에서 활동하는 촉진자를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주로 전자에 머물러 왔다. 향후에는 전자와 후자를 동시에 아우르는 중간지원조직을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행착오 우려…원칙·방향설정을
다섯째, 사회적 기업가의 육성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회적 기업가는 사회적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우리와 같이 사회적일자리 혹은 사회적기업의 역사가 짧은 국가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사회적일자리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 기업가의 육성이 필요하다.
여섯째, 사회적기업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회적기업의 육성을 빌미로 사전에 정해 놓은 틀에 의해 규제하려 든다면 사회적 기업은 자발성과 지속성을 갖기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기업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시장과 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제도 구축과 지원에 그쳐야 한다. 정부에서 ‘손쉬운 규제’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진정한 사회적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3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MB정부 들어 유독 강조하는 정책을 들라면 그 중 하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4대강 사업을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 돌이켜보면 사회적 일자리 혹은 사회적 기업에 관한 정책적 관심은 지난 정권에서 더 컸다고 생각되는데,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 현 정권에서 오히려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육성이나 유사사업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는 놀라울 정도이다.
MB정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주력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해 오던 사회적 기업 육성정책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회사,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지식경제부의 커뮤니티비즈니스사업, 보건복지부의 자활사업, 여성가족부의 농촌여성일자리사업 등 전 부처로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는 물론이고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사회적 기업 혹은 예비 사회적 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에서 이토록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를 맞아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직면하게 되자, 정부에서 담당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책임 민간에 전가 의문 제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혹은 연계를 위한 최근의 움직임을 환영한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사회적 기업 육성 T/F 산하에 제도개선 소위를 두고,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각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연계하거나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각 부처에서 시행 중은 80여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2011년 예산 3조1056억원. 지방비와 광특 포함)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거나 연계 가능한 사업을 조사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데 있다. 청와대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이 작업의 결과는 곧 나오리라 예상되는데, 결과에 따라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대상 사업은 전환 혹은 연계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뒤따라 나올 것이며, 연말쯤이면 그 실적이 발표될 것이다. 그러나 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이러한 드라이브는 자칫하며 큰 시행착오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원칙과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한번 방향이 결정되면 좀처럼 브레이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지원 사회적 일자리사업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혹은 연계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전제하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사회적 기업이 존립할 수 있는 토대로서 사회적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의 가치를 인식하고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회적 기업은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것이며, 정부정책의 틀 속에서 안주하는 또 다른 정부사업체가 되고 말 것이다.
둘째,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기존의 일자리창출사업과 사회서비스제공이라는 좁은 범위에서 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사례들을 보면 사회적 일자리의 운영범위가 지역사회개발, 교육·문화서비스, 결혼이민자가족지원 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새롭게 구상하는 사회적 기업에서는 활동공간의 특성에 따라 사업내용도 보다 다양하게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지방화전략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 자체가 사적이윤동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목적달성을 중요한 존립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사회적 목적 달성의 공간적 범위 즉 일정한 지역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넷째, 중간지원조직의 육성이 시급하다. 중간지원조직에서 ‘중간’의 의미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정부와 민간의 중간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과 민간의 중간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중간지원조직이라 함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어떤 정책을 민간주체에게 전달하는 중간자 혹은 매개자인 동시에 그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는 민간과 민간사이에서 활동하는 촉진자를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주로 전자에 머물러 왔다. 향후에는 전자와 후자를 동시에 아우르는 중간지원조직을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행착오 우려…원칙·방향설정을
다섯째, 사회적 기업가의 육성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회적 기업가는 사회적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우리와 같이 사회적일자리 혹은 사회적기업의 역사가 짧은 국가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사회적일자리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 기업가의 육성이 필요하다.
여섯째, 사회적기업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회적기업의 육성을 빌미로 사전에 정해 놓은 틀에 의해 규제하려 든다면 사회적 기업은 자발성과 지속성을 갖기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기업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시장과 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제도 구축과 지원에 그쳐야 한다. 정부에서 ‘손쉬운 규제’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진정한 사회적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3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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