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축산업 구하는 길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45
- 조회 414
위기의 축산업 구하는 길
| 장상환 경상대 교수
구제역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예방접종을 한 결과일 수 있겠지만 날씨가 따뜻해진 덕분에 가축들이 구제역 바이러스에 견디는 힘이 나아진 면도 있을 것이다. 구제역으로 축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구제역, 가축 면역력 약화가 원인
14일 현재 돼지 331만6000여마리, 소 15만마리 등 총 347만8000여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1000만마리에 육박했던 돼지는 30% 이상이 묻혔다. 축산 농가들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이전 수준의 사육 규모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2~3년의 시간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구제역 피해가 컸던 원인을 농민들의 방역의식 부족과 정부의 방역시스템 부재에서만 찾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구제역의 근본적인 원인을 주목해야 한다. 소나 돼지의 면역력이 약해진 것이 구제역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공기 중에 감기 바이러스가 퍼져 있지만 건강한 사람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반면 허약한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이다.
공장식 사육·항생제 과용 지양해야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9년 36.8㎏으로 30년 전보다 세 배나 늘었다. 매일 쇠고기 22.2g, 돼지고기 52.3g, 닭고기26.3g을 섭취하고 있다. 10년 전 각각 9.9g, 30.4g, 10.1g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일 2~3배의 고기를 더 먹는다. 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성장 클리닉을 찾는 아동의 절반은 성조숙증 때문이라고 한다. KBS 보도에 따르면 2005년 349명이었던 성조숙증 아동은 2009년 3318명으로 4년 사이에 9배 이상 증가했다. 초경 연령이 1970년대에는 14.4세였던 반면, 2009년에는 11.98세로 어머니 세대보다 2.4세가량 낮아졌다. 성조숙증 어린이는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 유방암에 걸리거나 조기폐경이 될 위험이 있다.
콜레스테롤이나 트랜스지방 과다섭취, 환경호르몬,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영양과잉에 따른 소아비만이 성조숙증의 주된 원인이다. 체지방 세포가 많으면 분비되는 랩틴이라는 물질이 뇌로 옮겨가 사춘기를 시작하는 신호전달 호르몬을 보내는 데 작용한다고 한다.
육류 소비량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농가인구와 축산농가수는 감소함에 따라 가축 사육 환경이 크게 나빠졌다. 농가당 한우 사육 수는 1990년 평균 2.6마리에서 2010년 16.9마리로 8배, 돼지는 34.1마리에서 1237.6마리로 36배, 닭은 463마리에서 4만1052마리로 무려 89배나 증가했다. 공장식 가축사육이 축산업의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비좁은 축사에서 항생제가 다량 포함된 사료와 성장호르몬을 과다 사용해 가축을 사육한 결과 가축들의 건강이 나빠졌고, 이것이 이번 구제역 파동의 근본 원인이 됐다. 구제역이 공장형 밀집 사육과 동물용 항생제 과다 사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산물 소비가 줄어들었고, 이것이 축산농가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켰다.
위기에 처한 축산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전염병에도 강하도록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 유럽 각국처럼 가축당 면적을 일정이상 확보토록 의무화하고 동물약품 과다 사용을 억제하는 표준 사육방법을 제정해 사육농가가 이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축산환경을 밀집 사육 대신 소규모 친환경 사육 방식으로 변경해서 가축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구제역 발생과 확산을 예방하는 길이다.
소규모 친환경 사육방식 전환 필요
그리고 기업형 축산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육류 소비를 개선하는 소비자들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기후조건이 가축 사육에 원천적으로 불리했던 탓에 오랫동안 육식을 많이 하지 않은 식단에 몸이 적응된 한국인들이 경제성장과 소득증가로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당뇨병 등 성인병이 크게 증가했다. 갖가지 성인병과 아동 성조숙증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과 함께 적절한 영양섭취가 필수적이다. 축산업계는 영양학회,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연령별 적정 영양섭취량을 정해 가정과 학교에서 실천하도록 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2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구제역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예방접종을 한 결과일 수 있겠지만 날씨가 따뜻해진 덕분에 가축들이 구제역 바이러스에 견디는 힘이 나아진 면도 있을 것이다. 구제역으로 축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구제역, 가축 면역력 약화가 원인
14일 현재 돼지 331만6000여마리, 소 15만마리 등 총 347만8000여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1000만마리에 육박했던 돼지는 30% 이상이 묻혔다. 축산 농가들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이전 수준의 사육 규모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2~3년의 시간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구제역 피해가 컸던 원인을 농민들의 방역의식 부족과 정부의 방역시스템 부재에서만 찾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구제역의 근본적인 원인을 주목해야 한다. 소나 돼지의 면역력이 약해진 것이 구제역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공기 중에 감기 바이러스가 퍼져 있지만 건강한 사람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반면 허약한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이다.
공장식 사육·항생제 과용 지양해야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9년 36.8㎏으로 30년 전보다 세 배나 늘었다. 매일 쇠고기 22.2g, 돼지고기 52.3g, 닭고기26.3g을 섭취하고 있다. 10년 전 각각 9.9g, 30.4g, 10.1g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일 2~3배의 고기를 더 먹는다. 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성장 클리닉을 찾는 아동의 절반은 성조숙증 때문이라고 한다. KBS 보도에 따르면 2005년 349명이었던 성조숙증 아동은 2009년 3318명으로 4년 사이에 9배 이상 증가했다. 초경 연령이 1970년대에는 14.4세였던 반면, 2009년에는 11.98세로 어머니 세대보다 2.4세가량 낮아졌다. 성조숙증 어린이는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 유방암에 걸리거나 조기폐경이 될 위험이 있다.
콜레스테롤이나 트랜스지방 과다섭취, 환경호르몬,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영양과잉에 따른 소아비만이 성조숙증의 주된 원인이다. 체지방 세포가 많으면 분비되는 랩틴이라는 물질이 뇌로 옮겨가 사춘기를 시작하는 신호전달 호르몬을 보내는 데 작용한다고 한다.
육류 소비량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농가인구와 축산농가수는 감소함에 따라 가축 사육 환경이 크게 나빠졌다. 농가당 한우 사육 수는 1990년 평균 2.6마리에서 2010년 16.9마리로 8배, 돼지는 34.1마리에서 1237.6마리로 36배, 닭은 463마리에서 4만1052마리로 무려 89배나 증가했다. 공장식 가축사육이 축산업의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비좁은 축사에서 항생제가 다량 포함된 사료와 성장호르몬을 과다 사용해 가축을 사육한 결과 가축들의 건강이 나빠졌고, 이것이 이번 구제역 파동의 근본 원인이 됐다. 구제역이 공장형 밀집 사육과 동물용 항생제 과다 사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산물 소비가 줄어들었고, 이것이 축산농가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켰다.
위기에 처한 축산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전염병에도 강하도록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 유럽 각국처럼 가축당 면적을 일정이상 확보토록 의무화하고 동물약품 과다 사용을 억제하는 표준 사육방법을 제정해 사육농가가 이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축산환경을 밀집 사육 대신 소규모 친환경 사육 방식으로 변경해서 가축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구제역 발생과 확산을 예방하는 길이다.
소규모 친환경 사육방식 전환 필요
그리고 기업형 축산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육류 소비를 개선하는 소비자들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기후조건이 가축 사육에 원천적으로 불리했던 탓에 오랫동안 육식을 많이 하지 않은 식단에 몸이 적응된 한국인들이 경제성장과 소득증가로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당뇨병 등 성인병이 크게 증가했다. 갖가지 성인병과 아동 성조숙증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과 함께 적절한 영양섭취가 필수적이다. 축산업계는 영양학회,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연령별 적정 영양섭취량을 정해 가정과 학교에서 실천하도록 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2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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