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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기업,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경제학 박사 
    • 작성일2020/03/05 11:44
    • 조회 467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기업,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경제학 박사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산업적으로는 공업, 지역적으로는 도시, 시장은 해외시장(수출)에 집중한 경제성장전략이 가져 온 성과이다. 하지만, 이제 그 성장의 부작용으로 한국사회는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간․산업간․계층간 불균등발전으로 우리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는 과거와 같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고용없는 성장과 양극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속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린 것이다.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s)이란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공급하는 사회적 임무지향(social mission-driven)조직‘으로서 사회적 경제의 추진 주체이며 사회적 경제의 전통과 토양 위에서 존립․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은 1970년대 후반 유럽에서 불황의 심화와 실업의 급증, 정부에 의한 사회서비스 제공의 효율성 저하, 재정적자 누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 영역으로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의 전통과 양분이 충분치 못한 우리나라는 자생적인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실제적으로도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에 의한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시작되었으며 2007년 1월,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 시행함으로써 제도화되었다. 물론, 역사적으로는 우리나라도 향약과 두레와 같은 공동체 우선의 지역사회조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조직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초래한 폐해를 완화․극복하기 위한 조직이라기 단순히 협동을 통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적 경제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최근 중앙정부에서는 고용창출과 지역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주체로서 사회적기업 혹은 이와 유사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기존의 ‘사회적기업‘육성사업을 농어촌지역까지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농식품부에서는 올해(54개)부터 2015년까지 3,000개의 농어촌공동체회사를 육성할 계획이고, 행정안전부에서는 작년(184개)에 이어 올해도 500개의 ‘자립형 지역공동체(=마을기업)‘육성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며, 지식경제부에서는 작년부터 3년간 30개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사회적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기 위한 자활공동체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모두 명칭과 목적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 이념이나 내용은 넓은 의미의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사회적 경제의 토대가 취약한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지만, 어쨌든 이처럼 사회적기업과 유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기대하는 지역활성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책수용주체들로 하여금 이러한 정책의 내용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현장에서는 각 정책들의 차이는 물론 각 사업들의 내용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각 정책들이 추구하는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인식을 공유하는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둘째, 정책수용주체들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대분의 정책이 그러하지만 특히,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추진주체의 인식과 역량이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은 아직 생소한 용어이며, 그것을 추진하게 위한 현장의 준비도 부족하다. 따라서 사업추진을 위한 주체(=사회적기업가)육성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 다양한 정책을 지역단위에서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앙부처의 유사사업 중복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문제는 유사사업 중복 그 자체가 아니고 그것을 지역단위에서 조정하고 통합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자체 단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중앙정부차원에서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넷째, 각 주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사회적기업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생산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판매되어야 하는데, 사회적기업은 그 활동과 존립목적이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기업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다. 그래서 법적으로도 사회적기업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인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공공기관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적으로 유인되고 지도받는 우리의 사회적기업이 과연 본래적인 의미의 사회적기업과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이러한 정책적 유인에 의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크게 확산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회적 경제의 토양이 취약하기는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고용기회의 확대와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활성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전체가 사회적기업을 수용할 수 있는 공동체의 복원, 인간 존중 등 사회적 경제의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새로운 대안은 없을까. 승자독식이 아니라 성장의 과실을 고르게 향유하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다 함께 ‘따뜻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본주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고민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리고 과거, 자본주의 폐해가 극에 달했던 19세기 초를 되돌아본다면 해답이 있을 법도 하다. 이것이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의 이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이유이다. ‘사회적 경제‘는 첫째, 궁극적 목적이 이윤추구가 아니라 구성원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이며 둘째, 운영․경영상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셋째, 구성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야 하며 넷째, 잉여배분에 있어 사람과 사회적 목적이 자본에 우선하는 경제를 말한다. 요컨대 ‘경제’ 앞에 있는 ‘사회적’이라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개인적’ 혹은 ‘개인을 우선하는’이라는 의미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양극화와 불균등발전, 공동체의식의 붕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로 상정해 볼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농정연구센터 2011년 뉴스레터 03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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