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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공정한 사회, 공정한 학교급식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중앙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1:43
    • 조회 410
    공정한 사회, 공정한 학교급식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중앙대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지금 대통령이 앞장 서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적어도 이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방향이 그러하다. 이러한 대통령의 공정사회 정치철학에 딱 맞는 정책이 다름아닌 친환경유기농 의무급식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대통령을 비롯한 서울특별시장 그리고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계열의 일부 친정부단체들이 친환경 의무학교급식을 반대하고 있어 대단히 아니러니 하다. 그야말로 자가당착, 자기모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친환경 무상급식, 공정사회에 부합

    주지하다시피 사립학교를 제외하곤 이 나라의 모든 자녀들이 무상으로 공교육을 향유하고 있다. 무상교재, 무상교육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의 자녀나 적게 내는 이들의 자식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국가 의무교육제도의 핵심인 것이다. 나라 전체의 세금 총액중 부자나 가난한 자가 똑같이 내는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가 52%나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각종 정책의 시혜를 골고루 누릴 권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한창 자라야 할 나이의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무농약 친환경 유기농업의 온전한 식품(whole food)을 급식함에 있어 부자다 가난하다라고 학생을 차별해선 안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자기 자식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온전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 하는 것이 보편화된 인간의 심리이다. 
    특히 「후천적 획득형질(獲得形質)의 법칙」에 의하면 어렸을 때부터 먹는 안전한 식품과 식습관이 일생동안 두고두고 정신적 신체적 기본인자(因子)로 작동한다. 따라서 친환경유기농 학생급식은 현재와 미래의 국민건강 향상에 필수적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식습관의 ‘초면(初面)현상’이라고 부른다.

    정당간 정치쟁점으로 삼지 말아야

    선진복지국가들은 나라의 재정이 먹고 살만해지면 제일 먼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친환경 무상 의무급식제도를 도입한다. 국가의 재원이 부족하면,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진하여 부족한 급식비용을 기부금으로 보충하는 풍토도 조성된다. 공동체의 상부상조 정신이다. 모든 어린이들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자기 부모의 지위와 재산의 고하에 관계없이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질이 떨어진 음식을 먹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리고 가난한 집 아이들만 친환경 유기농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부자 부모를 둔 학생들은 비싼 돈을 내고 먹게 하는 공교육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정책’이 아니다. 무상교육을 공평하게 받게 하듯이, 학교 급식도 모든 어린이들에게 고루 친환경 유기농 식품을 즐기게 하는 것이 공정사회의 공교육 정신이다. 돈을 따로 많이 내고 다니는 재벌등 부자아이들의 사립학교 급식은 그들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최소한 공교육에 있어서는 국가적으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이 지구상에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둘러보아도 요즘의 우리나라처럼 친환경 의무 학교급식 문제를 정당간의 정치 쟁점으로 삼는 나라는 없다. 보수도 진보도, 우파도 좌파도 아이들 건강급식문제를 가지고 시비하지 않는다. 더욱이 먹는 문제를 가지고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하는 대권 지망자를 찾아 볼 수 없다. 초등학교 친환경 의무급식제도를 두고 이건희 씨 등 부자 손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라든지 “망국적 복지포퓨리즘”이라고 비난하는 낙지머리를 한 정치가들이 횡행하는 꼴불견은 없다. 재원이 부족하면 불요불급한 허례적 사업비를 줄이고 그래도 어려우면 여유 있는 학부형더러 자발적으로 재원을 좀 보태게 하는 것이 공정사회의 윤리이다. 지난 12년 사이에 친환경 농산물의 비중이 이제 전체생산의 12%를 차지함으로써 친환경 학교급식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땅도 흙도 살리고 강과 하늘도 맑게 하며 국민건강과 농민소득을 보장하는 친환경 학교급식을 반대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 경제, 교육의 지향(志向)이 아니다. 공정사회는 더더구나 아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유기농업의 시장규모가 미화로 500억달러(약 56조원)가 넘고 미국민의 9%가 매일 순수 유기농산물을 소비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서민들의 순수 유기농 소비수준은 지극히 미약하다.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정치 사회 경제 지도층의 인식이 너무 낮고 천박하다. 사각지대에서 무상 친환경 유기농 학교급식 운동이 유기농시대를 여는 첫 단추이길 바란다. 그 다음 군대급식, 병원 대학 등의 단체급식, 양로원 등의 노인급식이 친환경 유기농 밥상으로 확대될 때에 최근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공장식 농축산방식과 GMO 및 화학농법등에 의한 국민보건 악화추세가 상당히 진정되고 환경생태계도 훨씬 좋아질 것이 틀림없다.

    미래를 위한 국민 투자…정착 시급

    아무튼, 옛부터 먹는 문제는 어린백성들의 하늘과 같아서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금기시해 왔다. 선진국일수록 식품안전 사범들에겐 어린이 유괴범에 해당하는 중형을 부과하고 있다. 이렇듯 어린 학생들에게 안전한 친환경 의무급식을 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며 지구상의 어버이들의 바람이다. 이를 어린이의 눈높이를 떠나서 정치적 목적으로 시비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 공정한 사회건설을 훼방하고 부자자녀들을 차별하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지도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친환경 유기농 학교의무급식제도는 미래를 위한 국민투자이다. 공정사회운동의 기본이다. 가능하면 서민 양로원 등의 면역력이 약해진 노인들에게도 항암, 항산화, 면역력을 갖춘 친환경 유기농 급식을 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학교 무상급식은 친환경 유기농 밥상으로 하루속히 정착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기묘하게도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부터 앞장 서 공교육 초중고의 어린 학생들에게 친환경 유기농업의 온전한 식품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려는 ‘공정급식운동’이 요원의 들불처럼 번져나고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 학부형의 자녀들이라고 차별하지 않으니 공평하고 정의롭다. 
    새학기 부턴 전국 방방곡곡에서 친환경 의무급식운동이 장차 어른들의 어버이인 어린 학생들의 건강도 살리고, 환경생태계도 살리며, 유기농어민들의 복리도 증진시키는 공정사회 운동으로 널리 확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2317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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