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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소 잃은 외양간부터 고치자 | 황민영 국민농업포럼 상임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1:39
    • 조회 391
    소 잃은 외양간부터 고치자
    | 황민영 국민농업포럼 상임공동대표 


    우리나라는 농업인으로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요즘 축산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아니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제역에 축산인은 물론이고 방역현장의 공무원에 이르기 까지 혼돈, 공항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에 덮친 격으로 닭·오리 등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까지 확산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금년 겨울은 유례가 없는 혹한의 날씨까지 겹치면서 방역상황의 어려움이 최악이다.

    가축질병으로 축산업 위기 직면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에는 쌀값 폭락, 배추 파동, 태풍, 이상기후 등으로 농업인들이 크게 어려움을 겪었는데, 농가경제의 핵심산업인 축산을 덮친 고전염성 질병인 구제역, AI 발병은 한국축산의 위기이자 한국농업의 최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옛날처럼 소규모 사육방식이 아닌 많은 자본을 투자해 큰 시설에 대규모로 경영하고 있는 축산이어서 더욱 그렇다.  오늘의 사태는 개별 축산농가의 붕괴만이 아닌 전체 축산업의 위기로, 결과적으로 한국 농업·농촌의 기반마저 무너지게 될 최악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농어민신문 사장시절인 1999년에 대한양돈협회 등 양돈, 수의, 사료, 동물약품, 도축, 학계, 그리고 축협관계자와 함께 돼지콜레라 박멸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행위원장을 맡아 일시나마 방역을 체험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런 연유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이사로 참여해 가축방역의 중요성을 배웠다. 돼지콜레라를 완전 박멸하려면,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산야의 멧돼지까지 방역해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철저한 방역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축질병이 발생해 축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면 축산농가만 파산하는 것이 아니다. 사료, 약품, 동물병원, 가공, 유통, 물류, 공무원, 심지어는 전문 언론과 대학에까지도 도미노현상을 일으키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관련 산업종사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국민들까지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국가의 책임이 중요시되는 것이다.
    구제역, AI, 돈열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서 강한 확산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전 예방, 초동 박멸이 중요하다. 특히 발병 초기 긴급 대처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성 질병은 병원균이 공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최초 발병 농장에서 잡지 못하면, 이 병은 지역을 뛰어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세계로 전파될 수 있는 완전 방역이 어려운 질병이다. 오늘처럼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현실에서는 가축질병도 국경을 넘어 이동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관련업계까지 도미노 현상 우려

    이처럼 어려움이 있는 축산방역임에도 오늘의 구제역 사태를 지켜보면서 드는 안타까움은 한국축산업이 선진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하고 특히 축산방역시스템의 완결성이 그 중요성에 비해서 취약하다는 현실이다. 국가의 방역에 대한 의식도 문제이지만, 축산방역시스템 개혁이 지지부진한 현실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축산업의 이해당사자는 축산농가 자신이다. 축산인의 방역에 대한 지식, 의식, 실천, 책임, 공조 시스템의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 축산방역의 구체적 힘은 축산인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고 국가의 책임이 가볍다는 말이 아니다.
    국경방역은 국가가 담당하지만, 한 농가에서 질병이 발생하면, 아직은 비발생농가라 할지라도 전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인근 농가의 모든 가축을 소각하거나 매몰처분하고 있는 현실에서, 축산인의 공동체적 방역시스템을 통한 철저한 방역의식이 필요하다. 이제 구제역은 최초 발생지역인 안동을 떠나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제 멈출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재앙적 현실이 되고 있다. 너무나 엄청난 현실 앞에서 매몰 가축 수나 피해액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축산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여러 차례의 위기도 넘어 왔다. 한 점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할 수 없다던 축산농가의 외침도 세계화라는 높은 벽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쇠고기 시장개방 압박이 상상외로 끈질기고 교활하다. EU와 FTA체결로 또 다른 위기가 현실화됐다. 한국농업에서 축산이 무너지면 한국농업 절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만큼 축산업은 연관산업이 크고, 경제적 영향력이 큰 산업이라는 사실이다.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축산 기반이 붕괴되면, 그나마 육류의 안전성은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방역시스템 대대적 개선 나서야

    그동안 축산물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화로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고, 경영합리화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함께 자조금 조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노력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시장 개방에 따른 방역의 선진화에는 상대적으로 노력이 미흡했다. 특히 이번 방역시스템에서 축산농가의 자조조직인 축협이 잘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앞으로 과제 중에서 과제이다. 한국축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에서 협동조합을 보고 따라 배워야 한다. 협동조합의 가치와 역할이 축산업에서 올바로 작동돼야 한국축산의 문제, 모순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가축 질병은 오늘 끝났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의 고민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2307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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