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파괴하는 친수구역법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38
- 조회 417
농업 파괴하는 친수구역법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던 지난 해 12월 8일 정부는 4대강 주변지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친수구역 개발 특별법’도 끼워서 통과시켰다. 그리고 새해 벽두인 지난 4일 국토해양부는 ‘친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놀랍다. 친수법은 국가하천 양쪽 2km 이내 지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예고된 시행령에서는 4km 이내로 확대해, 개발가능 면적을 2배나 더 늘렸다. 4대강의 하천 양안 최대 8㎞ 지역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23.5%인 2만4000㎢에 달한다.
수질보전 위한 수변구역제 무력화
친수법과 시행령은 수질 보전을 위한 수변구역 제도를 무력화한다. 수변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된 지역도 친수구역으로 지정되면 수변구역에서 풀려 개발될 수 있다. 수변구역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상수원 상류 하천 경계로부터 양안 0.5~1㎞를 대상으로 개발행위를 제한한 지역이다. 숙박·공동주택·식품·목욕장 등 폐수 배출시설은 들어설 수 없다. 2010년 말 현재 전국의 수변구역은 1200㎢에 달하고 2000~2009년에 9673억원을 들여 상수원보호구역·수변구역의 토지 41.2㎢를 사들여 녹지로 조성해왔다. 수변구역도 처음에는 개발을 억제한다고 농민들이 지정을 반대했지만 막연히 먼 장래의 개발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개발제한에 따른 보상을 받기 위해 수변구역 지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주민의 이익과 환경을 함께 지킨 소중한 제도인 것이다. 친수법으로 수질이 악화되면 4대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도시민은 물론이고 농업용수로 쓰는 농민들도 피해를 입는다.
친수법과 시행령은 농지를 잠식한다. 하천둔치 농사가 강을 오염시킨다고 강 주변 농민들을 강압적으로 퇴거시키면서, 옥토인 강변 농지를 개발해 폐수를 배출하는 시설을 조성하겠다니 이게 무슨 앞뒤 맞지 않는 억지정책인가. 정부는 친수구역 지정이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 하지만 지자체와 농민들이 거세게 요구할 경우 지정 구역 확대를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가뜩이나 174만ha로 감소한 농지면적을 더욱 축소시키게 될 것이다. 수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농지도 향후 개발이익을 노리고 가격이 오를 것이고, 이것은 영농규모 확대를 통한 농업생산성 향상을 저해한다.
농지 잠식·농업생산성 향상 저해
친수구역으로 지정된다 해도 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인천 영종도, 경제자유구역 등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개발지역이 전국에 널려 있다. 개발되지 않은 깨끗한 환경이 사람들이 강변을 즐기러 오는 주요 동기다. 실제로 위락시설이 들어설 곳은 허허발판으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바람이 세게 부는 강변보다는 숲으로 둘러싸인 산자락이 훨씬 쾌적하다. 강변은 원래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곳이다. 굳이 개발하려면 낮은 땅을 돋우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요컨대 친수법으로 큰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토지주택공사가 정부 주택사업을 대행해 각종 택지개발,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수지를 맞추지 못해 100조원이 넘는 빚을 안게 된 쓰라린 사례가 있다. 친수법으로 수자원공사가 개발주체로 나설 경우 오히려 더 큰 빚더미에 올라갈 수 있다.
친수법은 4대강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라고 한다. 개발이익의 90%를 정부가 환수해 빚을 내어 4대강사업을 대행하는 수자원공사의 부담을 메워준다는 것이다. 4대강사업의 일환인 친수법이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이 명백한데도 4대강사업이 수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자체 모순이고,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민주주의·환경 죽이는 악법 폐기를
더구나 친수법은 법률제정과정의 하자와 함께 위헌적 요소까지 있다. 친수법은 국회 발의에서 국토해양위 기습 상정, 본회의 날치기 통과까지 단 한차례의 논의나 토론도 없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다. 또한 친수법은 2조 2호에 친수구역을 ‘하천구역 경계로부터 양안 2㎞ 범위 내의 지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 이상 포함하여 지정’한다고 막연하게 규정해 시행령에서 양안 4km로 확대되도록 했는데 이것은 헌법 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과 헌법 37조 2항의 명확성의 원칙과 어긋난다.
4대강사업은 발상과 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탓에 이제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모를 정도로 꼬여버렸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마음대로 법에 버금가는 시행령을 만들 수 있도록 위임한 채 날치기 통과시킨 친수법은 민주주의와 환경을 파괴하는 악법으로 마땅히 폐기돼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0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던 지난 해 12월 8일 정부는 4대강 주변지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친수구역 개발 특별법’도 끼워서 통과시켰다. 그리고 새해 벽두인 지난 4일 국토해양부는 ‘친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놀랍다. 친수법은 국가하천 양쪽 2km 이내 지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예고된 시행령에서는 4km 이내로 확대해, 개발가능 면적을 2배나 더 늘렸다. 4대강의 하천 양안 최대 8㎞ 지역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23.5%인 2만4000㎢에 달한다.
수질보전 위한 수변구역제 무력화
친수법과 시행령은 수질 보전을 위한 수변구역 제도를 무력화한다. 수변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된 지역도 친수구역으로 지정되면 수변구역에서 풀려 개발될 수 있다. 수변구역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상수원 상류 하천 경계로부터 양안 0.5~1㎞를 대상으로 개발행위를 제한한 지역이다. 숙박·공동주택·식품·목욕장 등 폐수 배출시설은 들어설 수 없다. 2010년 말 현재 전국의 수변구역은 1200㎢에 달하고 2000~2009년에 9673억원을 들여 상수원보호구역·수변구역의 토지 41.2㎢를 사들여 녹지로 조성해왔다. 수변구역도 처음에는 개발을 억제한다고 농민들이 지정을 반대했지만 막연히 먼 장래의 개발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개발제한에 따른 보상을 받기 위해 수변구역 지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주민의 이익과 환경을 함께 지킨 소중한 제도인 것이다. 친수법으로 수질이 악화되면 4대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도시민은 물론이고 농업용수로 쓰는 농민들도 피해를 입는다.
친수법과 시행령은 농지를 잠식한다. 하천둔치 농사가 강을 오염시킨다고 강 주변 농민들을 강압적으로 퇴거시키면서, 옥토인 강변 농지를 개발해 폐수를 배출하는 시설을 조성하겠다니 이게 무슨 앞뒤 맞지 않는 억지정책인가. 정부는 친수구역 지정이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 하지만 지자체와 농민들이 거세게 요구할 경우 지정 구역 확대를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가뜩이나 174만ha로 감소한 농지면적을 더욱 축소시키게 될 것이다. 수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농지도 향후 개발이익을 노리고 가격이 오를 것이고, 이것은 영농규모 확대를 통한 농업생산성 향상을 저해한다.
농지 잠식·농업생산성 향상 저해
친수구역으로 지정된다 해도 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인천 영종도, 경제자유구역 등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개발지역이 전국에 널려 있다. 개발되지 않은 깨끗한 환경이 사람들이 강변을 즐기러 오는 주요 동기다. 실제로 위락시설이 들어설 곳은 허허발판으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바람이 세게 부는 강변보다는 숲으로 둘러싸인 산자락이 훨씬 쾌적하다. 강변은 원래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곳이다. 굳이 개발하려면 낮은 땅을 돋우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요컨대 친수법으로 큰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토지주택공사가 정부 주택사업을 대행해 각종 택지개발,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수지를 맞추지 못해 100조원이 넘는 빚을 안게 된 쓰라린 사례가 있다. 친수법으로 수자원공사가 개발주체로 나설 경우 오히려 더 큰 빚더미에 올라갈 수 있다.
친수법은 4대강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라고 한다. 개발이익의 90%를 정부가 환수해 빚을 내어 4대강사업을 대행하는 수자원공사의 부담을 메워준다는 것이다. 4대강사업의 일환인 친수법이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이 명백한데도 4대강사업이 수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자체 모순이고,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민주주의·환경 죽이는 악법 폐기를
더구나 친수법은 법률제정과정의 하자와 함께 위헌적 요소까지 있다. 친수법은 국회 발의에서 국토해양위 기습 상정, 본회의 날치기 통과까지 단 한차례의 논의나 토론도 없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다. 또한 친수법은 2조 2호에 친수구역을 ‘하천구역 경계로부터 양안 2㎞ 범위 내의 지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 이상 포함하여 지정’한다고 막연하게 규정해 시행령에서 양안 4km로 확대되도록 했는데 이것은 헌법 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과 헌법 37조 2항의 명확성의 원칙과 어긋난다.
4대강사업은 발상과 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탓에 이제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모를 정도로 꼬여버렸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마음대로 법에 버금가는 시행령을 만들 수 있도록 위임한 채 날치기 통과시킨 친수법은 민주주의와 환경을 파괴하는 악법으로 마땅히 폐기돼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0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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