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의 굴욕 |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5 11:33
- 조회 413
한·미FTA 재협상의 굴욕
|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세상이 아무리 거짓과 편법이 판친다해도 정부관계자들의 이중적 행태를 목도하면서 다시한번 국민으로서 비애를 느낀다. 점하나 획하나 바꿀 수 없다고 외쳐대던 자들이 한미FTA 협정문 본문을 고치는 재협상을 하면서도 끝까지 국민을 속이고 호도하려는 비열함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균형 맞췄다는 강변 민망할 지경
미국의 일방적인 의제설정과 재협상 요구에 응하는 것 자체가 비굴할진대 뭐가 아쉬운지 우리의 대표가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 재협상을 하고, 자동차부문은 일방적으로 다 내주고 얻은 것이라고는 냉동돼지고기 관세 철폐시기를 2년 늘렸다는 것이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2007년 협상안이 양국의 균형을 절묘하게 이루어 낸 것이라고 그렇게 자화자찬했던 정부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재협상의 결과는 균형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돼지고기 관세 철폐 연장 빈수레
누가 봐도 다 내준 협상임에도 끝까지 균형을 이루었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몰염치는 극에 달한다. 철저히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나 균형을 맞추었다는 협상담당자의 강변은 듣기조차 민망하다. 차라리 정치적 외교적 고려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편이 훨씬 정직하고 당당한 자세이다. 지난 8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한미 FTA의 타결은 한국 측이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고려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입장을 크게 바꾼 결과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문은 미국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고 얻은 것이 돼지고기 관세철폐기한을 2년 늘렸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얻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전도 못 찾았다는 평가가 옳다. 냉동돼지고기 관세철폐시기를 2년 연장하여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장하였다고 하나, 2007년 협상안이 타결되고 2008년부터 발효되는 것으로 가정하여 6년후인 2014년에 철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0년에 재협상이 타결되었으니 2011년부터 발효된다고 가정할 경우 6년 후인 2017년에 철폐하는 것으로 되어야 그나마 본전이 된다.
2007년의 한미FTA에서 냉동돼지고기는 25% 관세를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으나 이번 재협상에서는 발효예정 시점인 2012년 첫해부터 16%로 대폭 낮추고 4년 후인 2016년에 완전 철폐키로 했다. 이 또한 결코 유리한 협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내용이다.
미 쇠고기 전면개방 걱정 더 커져
뿐만 아니라 2007년 당시 한미FTA의 돼지고기부문 협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미국산 돼지고기의 약 80%가 넘는 냉동육은 아예 긴급수입제한조치(SG) 발동대상품목이 아닌 점, 그리고 냉장육의 SG 발동기준도 1년차에 8,250톤이 넘어야 하고 매년 체증하여 1만3,938톤이 되어야 SG를 발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매우 비현실적인 점 등이였다. 이번 재협상에서 차라리 이런 부문이 바뀌었더러면 그나마 조금 나았을 것이다.
또한 이번 재협상에서는 쇠고기 문제는 논외로 하였다고 하나 한미FTA 협정문이 발효되면 30개월 이상된 쇠고기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해석이다. 2008년 6월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제한 조치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명문화하지 않고 품질체계평가(QSA)라는 민간수출업체의 자율규제로 타결해 줬기 때문에 월령제한 해제는 정부차원의 협의가 필요 없이도 가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더군다나 한·미 FTA협정문 2.8조 1항은 ‘다른 쪽 당사국의 영역을 목적지로 하는 상품의 수출이나 수입을 위한 판매에 대해 어떠한 금지 또는 제한을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민간기구인 미국의 육류수출업체가 연령구분과는 상관없이 품질체계평가(QSA)를 발급하여 수출하겠다고 하면 수입업자가 있는 한 정부로서는 제지할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아무튼 한미FTA는 철저하게 우리의 농축산물 시장을 내어준 굴욕적인 협상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까지 한미FTA를 해야만 진정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고 국가안위가 지켜지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주권국가로서 정직하고 당당한 정부가 될 것을 권하고 싶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 229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세상이 아무리 거짓과 편법이 판친다해도 정부관계자들의 이중적 행태를 목도하면서 다시한번 국민으로서 비애를 느낀다. 점하나 획하나 바꿀 수 없다고 외쳐대던 자들이 한미FTA 협정문 본문을 고치는 재협상을 하면서도 끝까지 국민을 속이고 호도하려는 비열함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균형 맞췄다는 강변 민망할 지경
미국의 일방적인 의제설정과 재협상 요구에 응하는 것 자체가 비굴할진대 뭐가 아쉬운지 우리의 대표가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 재협상을 하고, 자동차부문은 일방적으로 다 내주고 얻은 것이라고는 냉동돼지고기 관세 철폐시기를 2년 늘렸다는 것이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2007년 협상안이 양국의 균형을 절묘하게 이루어 낸 것이라고 그렇게 자화자찬했던 정부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재협상의 결과는 균형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돼지고기 관세 철폐 연장 빈수레
누가 봐도 다 내준 협상임에도 끝까지 균형을 이루었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몰염치는 극에 달한다. 철저히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나 균형을 맞추었다는 협상담당자의 강변은 듣기조차 민망하다. 차라리 정치적 외교적 고려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편이 훨씬 정직하고 당당한 자세이다. 지난 8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한미 FTA의 타결은 한국 측이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고려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입장을 크게 바꾼 결과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문은 미국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고 얻은 것이 돼지고기 관세철폐기한을 2년 늘렸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얻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전도 못 찾았다는 평가가 옳다. 냉동돼지고기 관세철폐시기를 2년 연장하여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장하였다고 하나, 2007년 협상안이 타결되고 2008년부터 발효되는 것으로 가정하여 6년후인 2014년에 철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0년에 재협상이 타결되었으니 2011년부터 발효된다고 가정할 경우 6년 후인 2017년에 철폐하는 것으로 되어야 그나마 본전이 된다.
2007년의 한미FTA에서 냉동돼지고기는 25% 관세를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으나 이번 재협상에서는 발효예정 시점인 2012년 첫해부터 16%로 대폭 낮추고 4년 후인 2016년에 완전 철폐키로 했다. 이 또한 결코 유리한 협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내용이다.
미 쇠고기 전면개방 걱정 더 커져
뿐만 아니라 2007년 당시 한미FTA의 돼지고기부문 협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미국산 돼지고기의 약 80%가 넘는 냉동육은 아예 긴급수입제한조치(SG) 발동대상품목이 아닌 점, 그리고 냉장육의 SG 발동기준도 1년차에 8,250톤이 넘어야 하고 매년 체증하여 1만3,938톤이 되어야 SG를 발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매우 비현실적인 점 등이였다. 이번 재협상에서 차라리 이런 부문이 바뀌었더러면 그나마 조금 나았을 것이다.
또한 이번 재협상에서는 쇠고기 문제는 논외로 하였다고 하나 한미FTA 협정문이 발효되면 30개월 이상된 쇠고기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해석이다. 2008년 6월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제한 조치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명문화하지 않고 품질체계평가(QSA)라는 민간수출업체의 자율규제로 타결해 줬기 때문에 월령제한 해제는 정부차원의 협의가 필요 없이도 가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더군다나 한·미 FTA협정문 2.8조 1항은 ‘다른 쪽 당사국의 영역을 목적지로 하는 상품의 수출이나 수입을 위한 판매에 대해 어떠한 금지 또는 제한을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민간기구인 미국의 육류수출업체가 연령구분과는 상관없이 품질체계평가(QSA)를 발급하여 수출하겠다고 하면 수입업자가 있는 한 정부로서는 제지할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아무튼 한미FTA는 철저하게 우리의 농축산물 시장을 내어준 굴욕적인 협상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까지 한미FTA를 해야만 진정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고 국가안위가 지켜지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주권국가로서 정직하고 당당한 정부가 될 것을 권하고 싶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 229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