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를 주말 놀이터로 바꿔서야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27
- 조회 381
농지를 주말 놀이터로 바꿔서야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정부는 지난 7일 ‘농산어촌 현장 애로 해소 및 규제개선 보고대회’에서 11월부터 ‘영농불리농지 소유제한 폐지’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평균 경사율이 15% 이상이고 농지의 집단화 규모가 2ha미만인 농업진흥지역 밖의 영농여건이 불리한 농지는 이제까지는 직접 경작할 경우에만 취득이 가능하고 농지전용은 허가사항이었다.
전체농지 10%, 소유 제한 완화
그러나 오는 11월부터는 이를 영농여건불리농지로 지정고시하면 해당 농지는 개인, 기업인 등 누구나 소유할 수 있고 임대도 허용되며, 농지전용은 허가에서 신고절차로 전환되어 간소화된다. 이것은 이미 지난해 농지법 개정에 반영된 것으로 오는 10월에 시군별로 고시될 것이라 한다.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농지정책을 크게 전환한 것은 소유제한으로 거래가 안 되는 영농여건이 열악한 농지의 거래를 활성화시켜 해당 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수혜가 예상되는 면적은 15만ha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체 농지 174만ha의 거의 10%에 가까운 막대한 규모다.
최근 농지전용 속도가 가파르다. 2000부터 2009년까지 해마다 평균 1만6천㏊ 농지가 전용되었는데 2007년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을 벌인 탓에 2만4666㏊의 농지가 사라졌다. 농지전용 면적은 이듬해인 2008년에 1만8215㏊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2만2680㏊로 크게 늘어났다. 식량자급률은 2005년 29.4%에서 2008년 26.2%로 내려갔고,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같은 기간 54%에서 49.2%로 내려갔다. 정부는 2015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지금보다도 낮은 25.0%로 잡고 있다.
이러한 농지 허물기는 너무나 잘못된 정책방향이다. 2007~2008년에 세계식량위기가 왔던 사실을 벌써 까맣게 잊었는가. 이것은 2007∼2008년 세계적인 곡물파동을 거치며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국제 추세에도 어긋난다.
세계적 ‘곡물 파동’ 벌써 잊었나
놀라운 사실로 2008년부터 중국은 농산물 수입액이 수출액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2009년 중국의 농산물 수출액은 391억8000만달러, 수입은 521억7000만달러로 무역적자는 13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중국정부는 식량 수입 확대와 자급률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 2009년 국무원에서 통과된 <;국가 식량안보 중장기계획>;에서는 2020년 식량자급률을 95%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식량 생산량이 적어도 5억5000만톤 이상이어야 하고, 이를 맞추려면 향후 12년 내에 5000만톤을 증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 제출된 정책문서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업·농촌 발전에 재정을 우선적으로 지출하고, 예산 내 고정자산투자를 농업기초시설과 농촌민생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토지양도 수입을 농지개발과 농촌기초시설 건설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3농’ 투입 증대 원칙을 제시했다.
중국은 식량생산면적을 확보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구의 식량 파종면적은 1998년 17억1000만무(畝=170평)에서 2003년 14억9000무까지 감소했다가 2007년에 15억8000무까지 다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파종면적이 증가해도 식량 농사 수익성 저하, 농업 노동력의 대량 유출, 기상이변, 생태환경 악화 등으로 식량증산을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의 식량수입이 늘어나면 식량자급도가 대단히 낮은 우리는 재앙적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다.
수십만채 별장만 들어서게될 것
영농불리 농지를 확 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에서는 별장을 가지는 것이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 약 2950만 호의 주택 중에서 항시 거주하는 거주주택은 2450만호이고 별장이 300만호이다. 나머지 200만호는 비어 있는 주택이다. 프랑스는 그래도 별 문제가 없다. 농지가 많아서 식량자급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도시의 부유층과 중산층들이 싼 영농불리지역 농지를 사서 집을 마음대로 지을 수 있게 해주면 우리도 프랑스처럼 주중에는 비어 있는 수십만 채의 별장이 들어설 것이다. 결국 거대한 주말 놀이터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채소밭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건불리지역 직접 지불제를 확대 시행하여 해당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면 될 일을 농지를 내다버리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6월21일자 (제2250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정부는 지난 7일 ‘농산어촌 현장 애로 해소 및 규제개선 보고대회’에서 11월부터 ‘영농불리농지 소유제한 폐지’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평균 경사율이 15% 이상이고 농지의 집단화 규모가 2ha미만인 농업진흥지역 밖의 영농여건이 불리한 농지는 이제까지는 직접 경작할 경우에만 취득이 가능하고 농지전용은 허가사항이었다.
전체농지 10%, 소유 제한 완화
그러나 오는 11월부터는 이를 영농여건불리농지로 지정고시하면 해당 농지는 개인, 기업인 등 누구나 소유할 수 있고 임대도 허용되며, 농지전용은 허가에서 신고절차로 전환되어 간소화된다. 이것은 이미 지난해 농지법 개정에 반영된 것으로 오는 10월에 시군별로 고시될 것이라 한다.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농지정책을 크게 전환한 것은 소유제한으로 거래가 안 되는 영농여건이 열악한 농지의 거래를 활성화시켜 해당 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수혜가 예상되는 면적은 15만ha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체 농지 174만ha의 거의 10%에 가까운 막대한 규모다.
최근 농지전용 속도가 가파르다. 2000부터 2009년까지 해마다 평균 1만6천㏊ 농지가 전용되었는데 2007년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을 벌인 탓에 2만4666㏊의 농지가 사라졌다. 농지전용 면적은 이듬해인 2008년에 1만8215㏊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2만2680㏊로 크게 늘어났다. 식량자급률은 2005년 29.4%에서 2008년 26.2%로 내려갔고,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같은 기간 54%에서 49.2%로 내려갔다. 정부는 2015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지금보다도 낮은 25.0%로 잡고 있다.
이러한 농지 허물기는 너무나 잘못된 정책방향이다. 2007~2008년에 세계식량위기가 왔던 사실을 벌써 까맣게 잊었는가. 이것은 2007∼2008년 세계적인 곡물파동을 거치며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국제 추세에도 어긋난다.
세계적 ‘곡물 파동’ 벌써 잊었나
놀라운 사실로 2008년부터 중국은 농산물 수입액이 수출액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2009년 중국의 농산물 수출액은 391억8000만달러, 수입은 521억7000만달러로 무역적자는 13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중국정부는 식량 수입 확대와 자급률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 2009년 국무원에서 통과된 <;국가 식량안보 중장기계획>;에서는 2020년 식량자급률을 95%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식량 생산량이 적어도 5억5000만톤 이상이어야 하고, 이를 맞추려면 향후 12년 내에 5000만톤을 증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 제출된 정책문서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업·농촌 발전에 재정을 우선적으로 지출하고, 예산 내 고정자산투자를 농업기초시설과 농촌민생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토지양도 수입을 농지개발과 농촌기초시설 건설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3농’ 투입 증대 원칙을 제시했다.
중국은 식량생산면적을 확보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구의 식량 파종면적은 1998년 17억1000만무(畝=170평)에서 2003년 14억9000무까지 감소했다가 2007년에 15억8000무까지 다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파종면적이 증가해도 식량 농사 수익성 저하, 농업 노동력의 대량 유출, 기상이변, 생태환경 악화 등으로 식량증산을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의 식량수입이 늘어나면 식량자급도가 대단히 낮은 우리는 재앙적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다.
수십만채 별장만 들어서게될 것
영농불리 농지를 확 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에서는 별장을 가지는 것이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 약 2950만 호의 주택 중에서 항시 거주하는 거주주택은 2450만호이고 별장이 300만호이다. 나머지 200만호는 비어 있는 주택이다. 프랑스는 그래도 별 문제가 없다. 농지가 많아서 식량자급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도시의 부유층과 중산층들이 싼 영농불리지역 농지를 사서 집을 마음대로 지을 수 있게 해주면 우리도 프랑스처럼 주중에는 비어 있는 수십만 채의 별장이 들어설 것이다. 결국 거대한 주말 놀이터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채소밭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건불리지역 직접 지불제를 확대 시행하여 해당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면 될 일을 농지를 내다버리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6월21일자 (제2250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