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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학교급식 납품비리 근절하려면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22
    • 조회 419
    학교급식 납품비리 근절하려면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들이 학교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앞 다투어 제출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과 경남에서 학교급식 비리가 연이어 불거졌다. 
    인천시 교육청 감사실은 급식 식재료 납품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47개 학교, 편법으로 5000만원 이상의 물품거래를 수의계약한 의혹이 있는 70여개 학교 등 총 118개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였다. 현직 교육위원 부인이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를 운영하면서 ‘꺾기’ 편법을 동원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인천·경남 등 전국서 ‘비리악취’

    경남에서는 학교에 축산물 납품업체에서 100여 명의 학교 관계자들에 6천여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주고 질낮은 고기를 1년반 동안 납품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사학재단 이사장이 급식위탁업체를 차려 재단 산하 중고교에 급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돈벌이를 해왔는데, 공고를 하지 않은 채 10년 동안 장기계약을 맺은 데다 지난 5년간 납품가격을 높여 2억4000만원을 되돌려 받는 등 급식비 횡령까지 했다 
    인천시 교육청과 경남교육청은 수의계약이 비리의 온상이라고 본다. 인천시 ‘식재료 구매 현황 자료’에 의하면 인천지역 424개교 가운데 340개교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식재료를 구매했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식재료를 구매한 학교는 57곳에 불과했고, 조달청 나라장터(G2B)를 이용한 수의계약은 27건에 그쳤다. 경남의 경우도 도내 176개교 중 수의계약을 통해 육류를 구입한 학교는 128개(73%), 전자입찰을 한 학교는 48곳(27%)이었다. 

    전자식 경쟁 입찰로 해결 못해

    교육청이 내놓은 대안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계약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전자식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천시는 학교급식 비리 방지대책으로 ‘학교급식 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시 교육청과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이달 11일 ‘그린클린협약‘을 체결했다. 전자식 경쟁입찰로 하면 식재료 구매절차가 현재 15단계에서 간소화되고 식재료 표준규격이 제공됨으로써 업체선정 논란을 방지하고 계약의 투명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상급식을 공약한 교육감 후보들의 당선으로 지방선거 후에는 무상급식이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무상급식의 경우에도 급식 식재료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다. 무상급식을 하면 학교가 독점적으로 급식을 하기 때문에 업자와의 유착문제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쟁입찰을 제도화해도 업자들끼리 짜고 경쟁입찰의 시늉만 내면 단속하기가 어렵다. 또 전자입찰제를 도입하면 업자들 간의 저가경쟁을 유도해 오히려 질 낮은 급식재료가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경남에서는 전자입찰로 계약한 학교 가운데 8개 학교(17%)가 권장 적정 낙찰률 87.8%에 미치지 못했고, 69.6%의 낙찰률을 보인 학교도 있었다. 또한 친환경 농산물은 수의 계약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에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사기업에게 납품을 하도록 하면 수의계약이든, 전자식 경쟁입찰이든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동구매를 전역으로 확대하고, 거점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할 것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은 학교급식운동단체에서 꾸준히 주장해왔고, 2006년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설립 조항이 마련됐지만, 임의조항인 탓에 별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학교급식법에는 자치단체 등이 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없고, 농협연합사업단, 농민단체와 생협 등이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이 관건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와 학생, 학부모, 교사, 농민 등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급식정책을 논의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해당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다. 유통 단계가 줄고 급식을 위한 계획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농가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농가들도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할 기회가 생긴다. 지방선거후 시민들의 요구와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실천으로 급식지원센터 설립이 붐을 이루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5월17일자(제2241호)에 실린 칼럼입니다.